틀니는 삶거나 소금물 세척 금물
보청기는 건조하고 서늘한 곳 보관
마모된 보행기 바퀴는 즉시 교체
나이가 들면 신체 곳곳에서 변화가 찾아온다. 청력이 저하되고 저작력이 약해지는가 하면 균형 감각도 둔해진다. 보청기·보행기·지팡이·틀니는 이러한 변화를 극복하게 돕는 지원군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용한 제품이라도 잘못 사용하면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큰돈 주고 마련한 제품의 수명을 단축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사용법을 숙지하자.
틀니: 일반 치약 쓰면 세균 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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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가 대중화됐지만, 여전히 틀니를 쓰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잘못 알려진 사실도 적지 않다. 그중 하나가 틀니 세척 횟수다. 흔히 틀니는 자기 전 한 번만 닦으면 된다고 생각하나 자연치아처럼 식사가 끝나고 매번, 하루 3~4회는 닦아야 한다.
이때 일반 치약으로 세척하는 일은 피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치과보철과 안수진 교수는 "일반 치약은 오히려 틀니를 세균의 온상으로 만드는 주범"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틀니는 치아보다 약한 플라스틱 재질이라 치약으로 닦으면 표면에 상처가 나고 그 틈새로 구내염 등을 유발하는 세균이 번식될 수 있어 반드시 전용 세제로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혹 틀니를 소독하기 위해 끓는 물에 삶는 이들도 있다. 이 경우 의치의 변색·변형이 일어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소금물 사용도 마찬가지다. 만약 외출 중이라 제대로 된 세척이 어렵다면 물로라도 입속과 틀니를 헹궈주도록 한다.
사용자들이 또 하나 주의할 부분은 착용 시간이다. 틀니 사용자의 약 35%는 틀니를 끼고 자는 것으로 보고된다. 잘 때는 침 분비 감소로 구강 내 세균이 증가해 혀나 틀니에 더 많은 플라크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구취가 유발되고 잇몸 조직에 손상이 가해질 수 있다. 안 교수는 "틀니를 끼고 있는 시간만큼 잇몸도 눌리기 때문에 혈액순환을 위해서라도 틀니를 빼고 자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청기: 습도 관리 잘해야 오래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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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시력이 떨어지면 주저 없이 안경을 쓰지만, 보청기는 다르다. 귀가 잘 들리지 않아도 착용을 꺼리는 노년층이 많다. 하지만 난청 증상이 악화하면 치매와 우울증 위험까지 커져 빠른 대처가 요구된다.
보통 청력 손실 정도가 35dB(데시벨) 이상이면 보청기 착용을 고려한다. 제품을 살 때는 청력 검사 결과와 제품 가격, 무상 수리 보증기간, 구매 전 시험 착용 기간 제공 여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특히 보청기는 온라인에서 손쉽고 저렴하게 구매 가능한 소리 증폭기와는 구분해 쓸 필요가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소리 증폭기는 난청이 아닌 일반인이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전자제품이다. 난청으로 진단받은 환자라면 소리 증폭기를 쓰기 전 이비인후과 전문의와의 상담이 권장된다.
보청기 구입 후 수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인은 습도 관리다.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화장실처럼 습도가 높은 곳보다는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또 물에 들어갈 때와 씻을 때는 빼는 게 좋다. 간혹 보안검색대를 지날 때 보청기를 빼야 할지 헷갈리는 이들이 있다. 공항 보안검색대는 방사선이 약해 보청기를 손상하지 않으니 그대로 낀 채 지나가도 무방하다. 반면에 강한 자기장은 보청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때는 뺀다.
지팡이: 계단에선 짚는 순서 지켜야
지팡이는 주로 한쪽 다리의 불안정한 보행을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 종류는 외발, 3~4개 발이 달린 다족 지팡이로 나뉘며 불안정한 정도가 심하면 다족 지팡이를 쓰는 게 좋다.
지팡이를 이용할 때는 높이부터 제대로 맞추는 게 먼저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높이는 대퇴골의 대전자 부위까지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재활의학과 안재기 교수는 "보통 두 팔을 몸에 붙이고 차렷 자세로 섰을 때 손목 바깥쪽 뼈의 튀어나온 부분까지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높이에서 지팡이를 잡으면 팔꿈치가 20~30도가량 구부러지고 어깨나 허리 등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또 평지가 아닌 오르막길에서는 길이를 줄이고 내리막에서는 길이를 늘여 사용하도록 한다. 등산스틱 쓰는 방법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지팡이를 어느 손에 잡는지도 중요하다. 지팡이는 아픈 다리의 반대편 손으로 잡는다. 예컨대 오른쪽 다리가 불편하면 왼손으로 지팡이를 짚는다. 그래야 몸이 기울어지지 않고 균형감 있게 걸을 수 있다.
지팡이 사용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도 염두에 두면 좋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움직임의 순서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올라갈 때는 건강한 다리를 먼저 올린 다음 불편한 다리를 지팡이와 함께 올린다. 불편한 다리를 올린 후 지팡이를 짚어도 좋다. 내려갈 때는 반대다. 안 교수는 "지팡이를 먼저 아래쪽 계단에 짚고 불편한 다리를 내린 다음 건강한 다리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보행기: 바퀴·손잡이 수시로 점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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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기는 크게 ▶바퀴가 없는 형태 ▶앞바퀴 부착형 ▶네 바퀴형 등으로 구분한다. 이 중 개인의 근력과 균형 능력, 인지 능력 등을 고려해 제품을 고르면 된다. 예컨대 네 바퀴형 보행기를 쓰려면 브레이크 조절을 위한 인지 능력이 필수적이다. 팔의 근력이 약할 때는 낙상 방지를 위해 바퀴가 없는 것보다 있는 제품을 택한다.
간혹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보행기 대신 집에 있던 바퀴 달린 장바구니나 휠체어를 끌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이들 제품은 보행기와 달리 신체 사이즈, 특히 척추 각도에 맞게 높낮이를 조절하기가 어렵다. 이로 인해 척추가 앞으로 상당 부분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양대병원 재활의학과 김미정 교수는 "척추 골다공증이 동반된 노인은 척추후만증도 심한 상태"라며 "이 와중에 장바구니나 휠체어를 끌고 다니면 증상이 더 심해져 통증이 유발되고 상지 관절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보행기를 사용할 때는 주변 환경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전선이나 고르지 않은 바닥, 미끄러운 표면 등을 사전에 인식하고 피하도록 한다. 부가 장치로 보행기에 의자가 달린 경우 앉아서 휴식을 취할 때는 브레이크를 꼭 고정하고 주차(보조) 브레이크가 있다면 이 역시 함께 고정한다.
꾸준한 점검도 필수다. 김 교수는 "손잡이나 바닥의 고정장치, 바퀴를 수시로 점검해 조금이라도 마모된 부분이 관찰되면 즉시 교체해야 한다"며 "특히 바퀴가 마모되면 자전거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사고 위험성이 커지니 주의한다"고 조언했다.
■ 우리 집 건강 지킴이 혈압계·혈당측정기 사용법
노년기에는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가정용 의료기기도 자주 사용하게 된다. 대표적인 게 혈압계와 혈당측정기다. 두 제품은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한 모니터링에 도움을 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혈압계를 이용할 때는 아침과 저녁에 1분 간격으로 2회씩 총 4번 혈압을 측정하면 된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사용자는 측정 30분 전에 운동, 카페인 섭취, 흡연, 음주를 삼가고 적어도 1~2분간 안정을 취하도록 한다. 혈압계 관리도 중요하다. 혈압계 튜브에 갈라진 틈이 없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6개월에 한 번씩 병원 혈압계와 정확도를 비교해 본다.
혈당측정기는 손을 닦고 완전히 건조한 다음 사용한다. 혈액순환을 위해 손을 충분히 비빈 뒤 손가락 가장자리를 채혈침으로 찌른다. 손가락 가장자리는 손가락 가운데 부분보다 통증이 덜하다. 다만 침을 찌르고 손가락 끝을 쥐어짜는 일은 피한다. 조직액이 새어 나와 검사 결과에 오차가 생길 수 있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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