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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분뇨 700톤 쌓인 산속, 1년째 '그대로'…지자체 '대집행'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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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충북 제천의 한 산속에 분뇨 700톤이 버려져서 파리 떼와 악취가 진동했던 현장, 1년 전 보도해 드렸습니다. 보도 이후, 시청자들은 끝까지 추적해서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는데요.

지금 현장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부글터뷰 이상엽 기자가 다시 쫓아봤습니다.

[기자]

충북 제천의 한 마을.

JTBC는 1년 전 누군가 산속에 분뇨 700톤을 몰래 버린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산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땅을 판 자리에 돼지분뇨가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굴착기는 작업을 멈췄고 삽과 장갑도 그대로 놓였습니다. 돼지분뇨는 빗물과 섞여 산 아랫마을로 떠내려가고 있습니다.

마을 곳곳에 파리도 몰려들었습니다.

현장에서 300미터쯤 떨어진 마을 주민의 집입니다. 파리가 얼마나 많은지 직접 잡아봤습니다.

단 며칠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주민들은 환경 오염을 호소했지만

[김동례/주민 (2023년) : 파리가 또 뭐 바글바글하게 와 아침에 나오면 나한테 다 달라붙어]

정부는 점검 권한이 없다고 했습니다.

[환경부 (2023년) : 가축분뇨 배출시설에 대한 인허가라든지 점검 권한은 지자체에]

[농림축산식품부 (2023년) : 검토를 해보면 (농림부 관할이) 아닐 수도 있고 그렇거든요. 제가 한 번 제천시에 정확하게 물어보고]

JTBC가 현장 등기부등본을 떼보니 화물운송업을 하는 땅 주인이 나왔습니다.

박씨는 4년 전인 2020년 땅을 산 뒤 2022년 11월부터 분뇨를 버려뒀습니다.

관할 지자체에 분뇨 11톤만 신고하고 700톤을 쌓아놨습니다.

[박모 씨/땅 주인 (2023년) : 임시로 야적장 식으로 쓴 거예요. 장화 신고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여기까지 빠지는데]

저 오늘 장화 신고 들어갔어요 여기 다 빠졌어요 그럼 언제 다 치울 거예요?

[박모 씨/땅 주인 (2023년) : 이번 달(2023년 9월) 안에요 추석 전까지는 다 없애려고]

JTBC 보도 이후 시청자들은 "끝까지 추적해서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취재했습니다.

1년 전 취재한 현장입니다. 얼마나 달라졌을지 다시 와봤는데 아직도 분뇨는 그대로 쌓였습니다.

1년 전에 왔을 때와 차이가 납니다. 냄새도 많이 나고 이렇게 풀이 많이 자랐습니다.

겉에서 보면 흙인데 깊숙이 파서 보여드릴게요. 깊숙이 팠더니 이렇게 여기저기 검은 흙이 확인됩니다. 1년째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이 악취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쪽을 보시면 이렇게 분뇨가 빗물과 섞여 고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주민들은 포기했습니다.

[김동례/주민 : 어디로 가져갈 데도 없는가봐 그렇게 갖다 놓고 그대로 있을 거야. 아마 치우는 것 못 봤어]

숲으로 되돌릴 방법이 없을까.

JTBC 취재가 시작되자 지자체는 땅 주인 박씨에게 세 차례 원상복구명령을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자체가 JTBC 보도 1년 만에 대집행을 결정했습니다.

대집행이란 행정상 강제집행의 일종으로 의무자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대신 행하는 것을 뜻합니다.

[권범수/제천시청 산지관리팀장 : (개간) 허가 취소를 하고 내년 4월까지 복구를 완료할 계획입니다. 숲으로 복원될 수 있도록]

제천시청 산지관리팀은 JTBC에 세금을 쓰지 않고 땅 주인 박씨의 보증보험금으로 분뇨를 치우고 흙을 고른 뒤 나무를 심겠다고 알려왔습니다.

땅 주인이 책임을 넘기고 정부가 관할을 따지는 사이 환경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습니다.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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