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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故김수미, 마지막 글에 “나도 평생 조연… 포기 말고 버티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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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평생 조연으로 살았던 배우로서 말해주고 싶다. 지금 힘들고 슬럼프가 있더라도 이 바닥은 버티면 언젠가 되니 중간에 절대 포기하지 말라.”

지난 25일 별세한 배우 고(故) 김수미가 생전 마지막으로 쓴 글에서 후배들에게 남긴 메시지다.

조선비즈

故 김수미 영정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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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수미의 아들 정명호 나팔꽃F&B 이사와 배우 서효림 부부는 “고인이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며 “집에 가서 보니 손으로 써둔 원고들이 많았다”고 했다.

부부는 고인이 대중적 이미지와 달리 많이 여린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평생 ‘일용 엄니’로 불렸던 김씨는 자신의 손맛을 내건 예능 ‘수미네 반찬’ 출연 이후 “늘 ‘욕쟁이 할머니’로만 불리던 내가 요새 ‘선생님’ 소리를 들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라며 활짝 웃곤 했다고 한다.

고인을 ‘엄마’로 불렀던 며느리 서효림은 “‘시어머니 무섭지 않으냐’는 주변 사람들의 물음에 ‘우리 엄마가 나 더 무서워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음식과 요리는 김씨 인생의 일부였다. 정 이사 부부의 딸인 손녀 조이가 태어났을 때 김씨는 가장 먼저 이유식 책을 냈다.

그가 아들에게 해준 마지막 요리는 풀치 조림이었다. 정 이사는 “최근에 생각나서 해달라고 졸랐더니 ‘힘들어서 못 해’라고 하시고는 다음 날 바로 만들어서 집에 보내주셨다”며 “저는 풀치 조림을 가장 잘 먹었는데 효림이는 뭐든 잘 먹고 많이 먹어서 엄마가 예뻐하셨다”고 했다. 조문객들도 입을 모아 “선생님이 때마다 챙겨주신 음식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 이사는 이어 “엄마가 워낙 글 쓰는 걸 좋아하시는데, 집에 가서 보니 손으로 써둔 원고들이 꽤 많더라. 책 제목도 미리 정해주셨는데 ‘안녕히 계세요’였다”며 “은퇴 후 음식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후배들을 향해 ‘나도 평생 조연으로 살았던 배우로서 말해주고 싶다. 지금 힘들고 슬럼프가 있더라도 이 바닥은 버티면 언젠가 되니 중간에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남겼다”고 했다.

빈소에는 고인이 출연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포스터 사진이 영정 사진으로 놓였다. 사진 속에서 김씨는 환하게 웃고 있다. 정 이사 부부는 “생전에 늘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영정 사진으로 써달라고 말씀하셨다”며 “지금도 집에 가면 드라마 재방송 보면서 그대로 계실 것만 같다. 더 잘하지 못해서 후회되고, 그래도 엄마와 만나서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선목 기자(letsw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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