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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아흔 일곱에도 스매싱…79년 테니스 친 덕에 아직 건강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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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오는데 누구랑 함께 와야 해?”

10월 23일 경기 김포테니스아레나에서 열린 제2회 춘당배 시니어테니스대회. 85세 이상부와 90세 이상부로 열린 이날 대회에 참가한 최고령은 강신국 씨로 97세였다. ‘여기 누구랑 오셨어요?’라고 물어보자 “아니 이런데 오는데 꼭 누굴 데리고 와야 하나?”라며 다소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강 씨는 “전철 타고 오다 택시 탔어”라고 말했다. 100세를 눈앞에 둔 고령임에도 전국 어디든 아직 혼자 다닐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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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7세인 강신국 씨가 10월 23일 경기 김포테니스아레나에서 열린 제2회 춘당배 시니어테니스대회에 출전해 상대 공격을 포핸드스트로크로 받아 넘기고 있다. 김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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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열린 대회에서 강 씨는 공을 라켓에 제대로 맞히지 못할 때도 있지만 공을 때릴 땐 안정된 자세로 쳐 넘겼다. 대회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힘이 좀 떨어지신 것 같은데 그래도 저 나이에 저 정도 치면 잘 치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가 1927년생이에요. 한국 나이로 19살 때 해방이 됐죠. 그때부터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어요. 상업학교 나와 은행에 취업하려고 했는데 해방되면서 취소가 됐죠. 그런데 그때 수습으로 은행 다닐 때 은행에 근무하시던 분들이 하얀 바지에 하얀 운동화를 신고 테니스를 치는데 너무 보기 좋았어요. 그래서 치기 시작했어요.”

은행에 입사하지 못한 강 씨는 평생 교직에 몸담았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3회 테니스를 치러 다닌다. 서울 관악구 남강중학교에서 치는 테니스 모임에 나가고 있다. 그는 “남강테니스클럽에 ‘화금회’라는 게 있다. 우리는 월 수 금 테니스를 치고 있다. 난 단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는 배경에 일찌감치 테니스를 치기 시작한 게 주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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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7세의 강신국 씨. 10월 23일 경기 김포테니스아레나에서 열린 제2회 춘당배 시니어테니스대회에 최고령으로 출전했다.. 김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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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포테니스아레나에서 실버테니스 잔치가 열렸다. 85세 이상부에 43명, 90세 이상부에 14명 등 총 57명의 남녀 어르신이 출전해 테니스를 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이 대회는 춘당장학회 홍기훈 이사장(91)이 주최한 대회로 참가비도 없고, 식사도 제공하고, 다양한 선물도 주는 대회다. 김포테니스아레나는 3년 전 세워졌고, 실내 3코트 실외 1코트 총 4코트로 구성돼 있다.

출전 선수중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조희선 씨(96)도 50년 넘게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그는 “내 고향이 황해도인데 테니스 치는 선생님들을 보고 테니스를 알게 됐다. 당시 선생님들 없을 때 쳐 보다 나이 40세가 넘으면서 건강과 취미를 위해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테니스가 내 건강을 지켜주기도 했지만 이 나이에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도 줬다. 주변에 친구들 다 죽었는데 테니스 채를 들고 코트에 나오면 나를 반겨주는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 덕에 아직 내가 즐겁게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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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7세인 강신국 씨(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10월 23일 경기 김포테니스아레나에서 열린 제2회 춘당배 시니어테니스대회에 출전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대회 주최자인 홍기훈 춘당장학회 이사장. 홍 이사장도 올해 91세로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김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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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부 출전 최고령 유명숙 씨(87)는 고교시절 연식정구 선수로 활약했다. 유 씨는 “학창시절 선수를 했는데 결혼하고 잊고 살다가 마흔 다 돼서 다시 건강을 위해 테니스를 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너무 테니스를 많이 쳐 무릎에 관절염이 왔고, 2년 전 인공관절 수술을 한 뒤 다시 테니스를 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직 움직이는데 불편하지만 테니스 치며 즐기는 기분이 너무 좋아 대회에 나왔다”고 했다.

2018년 덴마크에서 발표된 연구(Copenhagen Heart Study)에 따르면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25년 동안 8577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평소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높게 나왔고, 그중 테니스가 가장 높게 나온 것이다. 테니스를 칠 경우 기대수명이 9.7년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배드민턴이 6.2년, 축구가 4.7년이었다. 수영과 조깅은 각각 3.4년과 3.2년, 헬스가 1.5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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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 경기 김포테니스아레나에서 열린 제2회 춘당배 시니어테니스대회에 출전한 선수들. 김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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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를 주기적으로 칠 경우 기대수명을 높여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첫째는 테니스클럽 등 동호회 활동에 따른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테니스는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클럽이나 동호회가 형성된다. 그리고 대부분 대회에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대회를 복식으로 진행한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회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며 살 수 있어 나이 들면서 느낄 수 있는 외로움이나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둘째는 적당한 운동을 통한 신체 건강 유지다.

이날 경기에서 90세 이상부에서는 이을주 씨(93)-김응기 씨(90)조가 우승했고, 민경찬 씨(91)-박광노 씨(90)조가 준우승, 이정식 씨(93)-박순 씨(91)조, 조희선 씨(96)-유명숙 씨(87)조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85세 이상부에서는 김대규 씨(85)-이대우 씨(86)조가 우승했다. 2위는 한준구 씨(84)-김영석 씨(87)조가 차지했고, 윤상희 씨(87)-김춘회 씨(85)조, 지군자 씨(80)-한태성 씨(86)조가 공동 3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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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 경기 김포테니스아레나에서 열린 제2회 춘당배 시니어테니스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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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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