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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이슈 물가와 GDP

기후변화에 세계 식료품 물가 고공행진…달걀부터 커피까지 오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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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커피 농장에서 농부가 산불에 탄 원두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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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 시대가 조금씩 막을 내리고 있지만, 식료품 가격은 다시 상승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기후 변화 영향으로 주요 원재룟값이 오르면서다. 특히 달걀과 유제품, 커피 원두와 카카오 등 전 세계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재료 가격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에선 김장철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이 오름세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3% 상승했다. 이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매달 발표하는 지표다. 지난달 상승 폭은 2022년 3월 이후 가장 크다. 특히 9월에는 모든 품목군(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의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다. 브라질의 건조한 날씨 탓에 설탕가격지수가 전월보다 10.4% 올랐고, 국제 밀 가격도 3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지난달 반등했다. 캐나다와 유럽의 다습한 날씨로 수확이 지연된 영향이다.

가뭄과 폭우 영향으로 커피 원두와 코코아 가격도 상승세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3일 기준 아라비카 원두와 로부스터 원두의 국제 가격은 연초 대비 각각 32.7%·47.6% 오른 상태다. 주 생산지인 브라질과 베트남의 가뭄으로 생산량이 줄어들면서다. 코코아 가격도 연초 대비 63.7% 폭등했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등에서 폭염이 이어진 영향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계란‧버터값 상승이 두드러졌다. 기후변화에 더해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식료품 가격을 끌어올리면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사룟값이 크게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세계 계란 평균 가격은 2019년에 비해 60% 급등했는데, 특히 미국과 유럽에선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하면서 계란값을 더욱 끌어올렸다. 미국에선 지난달 계란 가격이 한 달 사이 8.4% 올랐고, 호주에선 맥도날드가 달걀이 주재료인 아침 메뉴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높은 사룟값에 우유 생산량도 줄었다. 지난달 말 기준 유럽 버터 가격은 전년 대비 80%가량 오른 상태다. 미 농무부는 올해 버터 가격이 전년보다 1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원재료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미국에선 지난달 식품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3%로 집계됐다. 지난 1월(2.6%)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유로 지역의 식품 물가상승률도 지난달 기준 1.6%로 전월(1.5%) 수치를 상회했다. FT는 “소비자들이 식품 가격 상승률을 기반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며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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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여파로 채소를 중심으로 한 농림수산품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22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 채소·과일 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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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기후변화로 인한 ‘애그플레이션(농산물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현상을 겪고 있다. 상반기엔 사과 등 과일 물가가 전반적인 생활 물가를 끌어올렸는데, 올 가을 들어서는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무 등 채소 가격이 상승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3일 기준 배추와 무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72.6%‧170.3% 오른 상태다. 정점을 찍었던 9월 중순보다는 가격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 여름 폭염이 길게 이어지면서 작황이 부진했던 여파다.

우선 정부는 배추와 무 계약재배 물량을 김장 성수기에 집중 공급하고, 각종 김장 재료에 대한 할인 지원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식량 안보를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농가 생산성을 높이고, 수급 예측을 체계화하는 안 등이 거론된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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