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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야권 단일화' 거부하고도 150석 독식 가능? 日 노다가 노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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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거짓, 거짓, 거짓. 그게 자민당의 정치입니다. 또 (자민당의) 새로운 거짓이 나왔습니다. 이번엔 '위장 공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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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가 24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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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도쿄 외곽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横浜)시에서 후보자 지원 유세에 나선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67) 대표(전 총리)의 발언이다. 이날 노다 대표는 정치자금 스캔들로 비판받는 집권 자민당이 비자금에 연루돼 공천에서 배제된 후보가 대표인 당 지부에 활동비를 지급했다는 점을 집중 공격했다.

총선(중의원 선거) 투표일(27일)을 사흘 앞두고 노다 대표가 찾아간 요코하마는 일본 기초자치단체 중 인구(380만명)가 가장 많은 곳이다. 여야 모두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많은 편이라, 정치적 흐름에 큰 영향을 받곤 한다. 노다 대표가 지원 유세를 한 지역구에선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한 2012년 이후 네 번 연속 자민당이 승리했다. 하지만 이번엔 승패를 예견하기 어렵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입헌민주당 후보가 자민당 후보와 1·2위를 다투고 있다.

이날 노다 대표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의 ‘변절’을 맹공했다. 이시바 총리가 최근 유세에서 입헌민주당을 비판하며 “악몽 같은 민주당 정권”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노다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아베(安倍) 전 총리가 사용하던 말입니다. 이시바 총리는 ‘과거의 정권을 비판하면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방식은 좋지 않다’고 경고했었습니다. (자기가 한 말을)벌써 잊어버린 것일까요.”

이번 총선에서 노다 대표가 내건 슬로건은 ‘정권교체야말로 최대의 정치개혁’이다. 총선 목표는 연립여당(자민당+공명당)의 '(의석수) 과반 미달'. 기존 여당 의석 수는 총 279석(자민당 247석+공명당 32석)으로 과반(233석)을 훌쩍 넘었다. 입헌민주당(98석)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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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나가와현 한 지역구의 총선 후보자 게시판.이 지역구에 출마한 자민당 후보는 비자금 문제에 연루되면서 고전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다.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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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선거전이 막판에 접어들면서 자민당의 단독 과반은 물론 연립여당도 과반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입헌민주당은 최대 150석까지 의석을 확대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전직 총리이자 9선 베테랑인 노다 대표는 과거와 다른 선거 전략을 택했다. 역대 입헌민주당 대표보다 중도·보수 성향인 그는 공산당과의 '거리두기'를 택했다. 앞서 2021년 총선에서 입헌민주당은 공산당과의 선거 협력을 통해 후보를 단일화했다. 때문에 자민당으로부터 ‘입헌공산당’이란 비아냥을 받았고 선거 결과 의석 수가 줄었다.

총선을 앞두고 중도·보수 노선을 천명한 노다 대표에 공산당은 반발했고, 이 결과 전체 선거구의 약 절반에서 양당 후보가 경쟁하게 됐다. 야권 단일화에 실패하자 한때 자민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자민당 비자금 문제에 집중한 노다의 선거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듯한 모습이다. 현재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이 출마한 44개 지역구 중 약 절반이 야당이 우세한 상황이다. 과거 자민당에 표를 던졌으나 실망한 중도 성향, 무당층 유권자가 다른 야당에 비해 안정적인 이미지의 노다 대표의 입헌민주당을 선택하는 데 거부감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제2야당 일본유신회가 주춤하고 있는 것도 입헌민주당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오사카(大阪) 등을 기반으로 일본유신회는 지난 2021년 총선에서 의석을 크게 늘리면서 입헌민주당을 능가할 듯한 기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일본유신회가 추천해 당선된 효고(兵庫)현 지사의 갑질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하락했다. 때문에 여당을 심판하려는 표가 입헌민주당에 모이기 쉬운 구도가 됐다.

이번 선거부터 인구가 많은 도쿄 등 도시에서 지역구가 10개 늘어난 것도 입헌민주당에겐 기회다. 수도권은 무당층이 많은 편이고, 집권당이 비판 받을 땐 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자민당의 ‘텃밭’ 지방에선 지역구 10개가 줄었다.

노다 대표는 선거 막판인 24·25일 모두 가나가와현, 지바(千葉)현 등 수도권을 돌았다. 입헌민주당 관계자는 “박빙의 선거구가 도시에 많기 때문”이라며 “어디를 가도 입헌민주당 연설에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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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이바라키현에서 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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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당장 이번 총선으로 노다 대표가 목표 삼은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것 같진 않다. 이번 총선에서 입헌민주당의 의석 확대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긴 하나 자민당과 이시바 총리에 대한 실망감에 따른 일종의 '반사이익'일 뿐이란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상당수 유권자들은 입헌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 집권(2009~2012년) 당시 미일 관계 갈등, 아마추어적인 정권 운영에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또한 노다 대표과 같은 보수 성향부터 급진 성향 의원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입헌민주당은 외교·안보 이슈 등에서 당 차원의 정리된 입장을 내지 못하는 한계가 여전하다. 이에 대해 입헌민주당 관계자는 “(정권교체를 이룬) 2009년과 같은 열기가 없다. 마지막까지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요코하마=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onuki.tomok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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