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가 2020년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무상 공급하기 위해 관내 중·고등학교에 설치한 생리대 보관함.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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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2년부터 의무화한 ‘여성 청소년 월경용품 지원사업’ 예산 집행률이 지난 2년간 60~80%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지원 범위가 일부 저소득 청소년으로 제한돼 있고, 저소득 상태를 증명해야 하는 신청 절차를 까다롭게 느끼면서 예산 집행률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25일 여성환경연대와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여성청소년 월경용품 지원 사업의 예산 실집행률은 2022년 65.2%, 지난해 84.4%였다. 올해는 6월까지 예산의 22.1%만 집행됐다. 2022~2023년 연간 120억원 수준이었던 예산은 올해 148억원이 편성됐다.
여성청소년 월경용품 지원은 여성가족부가 한부모가정이나 저소득 가구의 청소년에게 생리대 비용으로 월 1만3000원씩 지원하는 정책이다. 지원 대상은 만 9~24세 여성 청소년이다. 2022년부터 청소년복지원법을 통해 월경용품의 정부 지원이 의무화됐다.
예산 집행이 부진했던 이유로는 ‘높은 문턱’이 꼽힌다. 여성환경연대와 김 의원이 지난달 30일부터 3주간 만 9~24세 여성 청소년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보호자 없이 무인기에서 뽑을 수 있는 서류만으로 신청하면 좋겠다” “국민행복카드(바우처) 만드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응답자들이 낮은 접근성을 호소한 이유 중 하나는 소득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득을 증명하려면 각종 서류를 첨부해야 한다. 여성 청소년 월경용품 지원사업은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수급자 차상위계층, 저소득 한부모가정 등 일부 청소년만 신청할 수 있다. 응답자들은 “(가구) 소득이 애매한 친구들에게도 부담되는 가격이니 지원대상을 넓혀달라” “집에는 생리대 사용자만 4명인데 다자녀 가구도 지원대상에 포함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아버지만 계시지만 소득 때문에 지원 대상 한부모가정이 아니어서 지원을 못 받았다”는 청소년도 있었다.
가정 밖 청소년이 지원 신청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부모의 폭력을 피해 가정 밖에서 지내는데 (부모 동의 없이) 지원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현재 만 14세 미만은 생리대 지원사업을 신청하려면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바우처를 발급 받았더라도 사용에 어려움을 겪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편의점 할인 제품은 결제가 안 된다”거나 “생리컵을 쓰고 싶은데 결제가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부모님이 바우처 카드를 갖고 있어 생리대를 자유롭게 선택하기 어렵다”는 점을 답답해 한 청소년도 있었다.
여성환경연대와 김 의원실은 올해 기준 9~24세 청소년 중 약 6.2% 정도만 월경용품을 지원받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원사업의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보편 지원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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