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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용산, 韓에 대놓고 훈계 …"집권여당 대표라는 정체성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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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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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특별감찰관 추진과 관련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행보를 높은 수위로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면담 이후 '윤·한 갈등'이 당내 친윤석열계(친윤계)·친한동훈계(친한계) 대리전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친윤계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무게추를 움직이려는 시도로 읽힌다.

24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대표를 겨냥해 "집권 여당 대표라는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사실상 '훈계'에 가까운 표현을 꺼내들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급해도 원칙이 있고,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며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의 연계 여부 역시 원내에서 협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이 사실상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김 여사 특검을 주장하며 대통령실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이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면담 당일인 지난 21일 야당이 단독으로 김 여사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서울 한남동 관저에 전달하려다 무위에 그쳤는데, 한 대표가 야당을 비판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용산 내부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와 관련해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권한을 놓고 갈등이 한층 더 격화됐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는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며 "당연한 말이지만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는 당 대표가 수행한다"고 밝혔다. 전날 특별감찰관 추천은 '원내(院內)' 사안이라고 선을 그은 추 원내대표를 직격한 것이다.

그는 또 "사실 이건(특별감찰관 추천) 우리가 지난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던 것"이라며 대통령실을 압박했다.

여당 투 톱이 노골적으로 신경전을 벌이면서 당 안팎도 '벌집'이 됐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에서 "특별감찰관 추천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선임 연동은 우리 당론이고 당론을 변경하려면 원내대표와 상의를 사전에 해야 했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독선이고 독단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이어 "대통령과 면담이 예정돼 있음에도 3대 요구 조건을 내걸면서 압박을 하는 걸 보면 설득을 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도 "(한 대표가) 원내대표를 왜 뒀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라며 "원내총무 시절이면 당 대표 권한으로 할 수 있다고 보는 게 맞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추 원내대표를 두둔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방에서 "국정감사를 다 마치고 의원님들 의견을 듣는 의원 총회를 개최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날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국회 상임위원회 9곳을 돌며 상임위원장, 여야 의원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표면적 이유는 국감 마무리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는 것이지만 특별감찰관 추진을 논의할 당 의원총회를 앞두고 의원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해석됐다.

한 친한계 의원은 "특별감찰관이 아니면 난국을 헤쳐나갈 방법이 없다는 걸 의원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표결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별감찰관법 7조는 국회가 3명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고 대통령은 3일 이내에 이 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별감찰관 추천은 여야 합의를 거쳐야 하므로 원내지도부 소관이라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국민의힘 당헌상 당론은 의원 총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거수나 기립으로 찬성하면 의결된다. 다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비밀투표로 의결할 수 있다. 그동안 당론은 박수로 의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투표를 한 경우는 드물었다. 실제 표결에 돌입할 경우 국민의힘은 내부 분열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우제윤 기자 / 진영화 기자 / 박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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