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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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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오스트리아, 北 외교관 소환 파병 항의…러 하원은 북러조약 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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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하자, 유럽 각국은 자국내 북한 외교관을 소환해 항의하며 민감하게 대응했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은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비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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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인들의 행진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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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독일 외무부는 자국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를 초치했다고 밝혔다. 독일 외무부는 엑스에 초치 사실을 밝히면서 "우크라이나의 북한군 관련 보도가 사실이고 북한이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병력으로도 지원한다면 이는 중대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의 러시아 침략전쟁 지원은 독일 안보와 유럽 평화질서에도 직접적 위협이 된다"고 덧붙였다. 같은날 오스트리아 외무부도 "러시아에 북한 무기와 병력이 있다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전하기 위해 북한 대사를 소환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이날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피터 스타노 EU 대변인은 "러시아와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을 중단해야 하며, 특히 북한은 러시아의 불법 전쟁 노력에 대한 지원을 멈춰야 한다"고 미국의소리(VOA)에 전했다.

앞서 미국이 북한 병력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하자, 나토도 2시간 뒤 "동맹국들이 북한의 러시아군 파병 증거를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파라 다클랄라 나토 대변인은 "이 병력이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목적이라면 이는 러시아의 불법 전쟁에 대한 중대한 긴장 고조를 의미할 것”이며 “러시아가 전선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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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21일 만났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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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미사일, 나토군 파병, 韓 무기지원 등 논의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됐던 북한군 파병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미국과 나토가 이날 북한군 파병을 공식 확인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안보 지원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신들은 서방을 향한 우크라이나의 지원 요구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일 북한군 파병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면서 서방 파트너들을 향해 "대응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오랜 숙원인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의 가능성도 커졌다는 관측이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와 영국의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프) 등 서방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미국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날 미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터너 하원 정보위원장(오하이오)는 성명을 통해 "북한군이 러시아 영토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미국 제공무기로 대응하도록 조 바이든 대통령이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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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이 전술 미사일 시스템(ATACMS)을 고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에 적재하기 위해 크레인을 준비하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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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러시아가 '레드라인'으로 언급해온 '나토군 파병'에 대한 논의도 재점화됐다. 나토는 전쟁 초반부터 파병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지만, 북한군 파병이라는 중대 변수가 발생한만큼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1일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암살부대가 북한 탄약과 병력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정보가 확인되면 우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월) 제안했던 나토 지상군 파견을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2011∼2018년 에스토니아 방위군사령관을 지낸 리호 테라스 유럽의회 의원 역시 "최소한 파병을 옵션으로라도 가지는 게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우크라이나 지상군 투입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러시아에 불확실성을 조금 더 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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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슬로바키아 즈볼렌 인근 레스트 군사 훈련장에서 열린 나토 다국적 전투집단 군사훈련 '연합군 합동시범의 날'에 참가한 독일군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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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북·러 군사 협력에 상응하는 단계적 조치를 이행하겠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만큼, 나토가 한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도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더 많은 경제적, 인도적 지원이나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강화해야 할 의무감을 느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의 직접 무기 지원은 한반도 위기 고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 싱크텡크인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무기 지원은) 단순한 정책적 선택 사항이 아니라 법으로 금지돼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확대된다면, 그간 미국에 포탄을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해온 '우회 지원'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관측했다.



러 "북한군 파병은 가짜뉴스. 韓정부 신중해야" 경고



여전히 러시아와 북한은 '북한군 파병'에 대해 "가짜뉴스" "근거없는 소문"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이날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나토의 '북한군 파병' 확인 발표에 대해 "허위·과장 정보"라고 일축했다. 또 한국 정부를 향해 "러시아는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한국 당국은 신중하고 상식적으로 판단하기를 희망한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전날 유엔총회에선 주 유엔 북한 대표부 관계자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설은 북한의 이미지 실추를 노린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맹방인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23일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의 파병을 "터무니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러시아 동맹국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되면, 결국 우크라이나의 우방인 나토군도 우크라이나에 배치될 것"이라며 외국 병력의 개입은 필연적으로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북·러의 밀착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 하원(국가 두마)은 24일 본회의를 열고 지난 6월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을 만장일치로 비준했다. 북러조약은 북한과 러시아 쌍방 중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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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유튜브에 올린 북한군 투항 독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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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군 장병들에 자국과 전투에 가담하지 말고 투항하라고 촉구하는 심리전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운영하는 '투항 핫라인'을 통해 북한군에게 "외국 땅에서 무의미하게 죽지 말라"며 "투항하라! 우크라이나가 쉼터와 음식, 따뜻함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이어 "하루 세끼 고기와 신선한 야채, 빵이 포함된 식사를 제공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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