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 선거일 내년 1월 25일 확정
루카셴코 대통령 “날짜가 좋다”며 출마 발표
7선 도전을 선언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왼쪽)이 23일(현지시간) 브릭스 정상회의가 열린 러시아 카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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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집권해온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벨라루스 대통령이 7선 도전을 선언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벌써 부정 선거 우려가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국영 벨타통신 보도에 따르면 벨라루스 의회는 이날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내년 1월 25일로 지정하기로 했다. 대선 날짜가 확정된 직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재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이날 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날짜가 좋다”면서 “다시 (선거에) 뛰겠다”고 답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옛 소련이 붕괴하고 벨라루스가 독립한 지 2년여 만인 1994년 1월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집단농장주 출신으로 부정부패 척결과 물가 안정을 공약으로 내세운 그는 80% 넘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집권 이후에는 강력한 반대파 통제를 앞세운 권위주의적 통치를 이어왔다.
2020년 8월 치러진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당선되자 시민들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한 달 넘게 퇴진 시위를 벌였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인터넷 연결을 차단하고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하거나 유력 야당 지도자를 기소하는 등 강경 진압으로 맞섰다. 반대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자 선거 한 달 반 만인 그해 9월 사전 발표 없이 ‘도둑 취임식’을 치렀다.
2020년 대선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가 이후 리투아니아로 망명한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는 루카셴코 대통령 출마 발표 후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공포 분위기 속에서 (공정한) 절차 없이 치러지는 엉터리 선거가 될 것”이라며 “벨라루스 국민과 국제 사회가 이 광대극을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벨라루스에는 2022년 옥중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인권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를 비롯한 정치범들이 갇혀 있다. 인권단체 비아스나는 벨라루스 정치범이 약 1300명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벨라루스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사형 제도를 유지하는 국가다.
대표적인 친러 정치인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권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지원하면서 서방의 제재 대상이 됐지만,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정치·경제적 지원을 끌어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일부가 벨라루스 영토에 배치됐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러시아를 옹호하고 있다. 브릭스(BRCIS) 정상회의 참석차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을 방문 중인 그는 23일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 파병설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푸틴의 성격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에 자국 군대를 참전시키려 다른 나라를 결코 설득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북한군 파병은 가짜 뉴스”라는 러시아와의 입장과 같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만약 북한의 파병과 관련된 최근 보도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어떻겠냐는 추가 질문에는 “특정 국가의 병력, 심지어 벨라루스라 할지라도 (양측 군이 대치 중인) 접촉선에 배치된다면 이는 긴장 고조를 향해 한 단계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동맹국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되면 우크라이나의 우방도 외세 개입을 지적하게 되고 “결국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병력도 우크라이나에 배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집권 5기 시작한 푸틴, 옛 소련권 국제회의에서 “우리가 다극세계 중심지” 강조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405090902001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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