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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ㄱ(17)양은 지난해부터 서울 대치동의 한 소아청소년 정신과 병원을 다니고 있다. ㄱ양은 부모님과의 갈등은 없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과도한 사교육에 시달리며 ‘압박감’을 느꼈다. ‘학원 뺑뺑이’에도 고등학교 입학 뒤 성적은 계속 떨어졌고 “나에게 돈을 쏟아붓는”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은 커져갔다. 언젠가부터 자해로 ‘숨 쉴 구멍’을 찾던 ㄱ양은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24일 보면, 18살 이하 아동·청소년을 진료한 전국 정신건강의학과 병원 및 의원은 올해 상반기(6월 기준) 2066곳으로 환자 수는 24만9059명에 이르렀다. 정신과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은 2019년 18만6361명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엔 30만7097명을 기록했다. 4년간 환자 수가 64.8% 증가한 건데, 올해는 그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지역,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병원과 환자가 가장 많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서울에서 아동·청소년을 진료한 정신과 병원은 599곳, 환자 수는 6만6844명이었는데, 이 중 강남 3구에 있는 병원은 215곳(서울 전체의 36%), 환자 수는 2만3374명(35%)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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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을 앓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소아청소년 정신과 병원은 예약조차 쉽지 않다. 실제 한겨레가 대치동과 주변 지역 소아청소년 정신과 병원 10곳에 문의한 결과, 8곳에선 ‘최소 올해 12월 말이 돼야 진료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주요 대학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는 3∼5년을 대기해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아동·청소년이 병원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입시 스트레스나 학교폭력,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회성 결여, 스마트폰 중독 등을 주로 꼽는다. 최근 들어선 디지털 성범죄, 온라인 도박 등에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되면서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서울 강남 3구에 진료 환자가 몰려 있는 이유로는 경제적·지역적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중증화된 우울증 등은 아이가 발달하는 동안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같은 문제가 있어도 경제적 여력이 있는 가정에서 병원을 찾고 진료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강남 3구에 소아청소년 정신과가 몰려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입시 경쟁이 더 치열한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치동의 한 소아 정신과 병원 전문의는 “대치동에 입시 경쟁에 따른 불안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은 건 사실”이라며 “과열된 입시 경쟁 분위기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청소년 우울증도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긴 청소년 누구나 보편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도 중요하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논의의 중심이 됐는데 한국은 여전히 손 놓고 있다”며 “아이들이 (경제적·지역적으로) 어떤 환경에 놓여 있건 정신건강 문제를 앓고 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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