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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이슈 미술의 세계

콘서트는 처음이다, 49년차 윤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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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클레오파트라를 연상하게 하는 헤어스타일에 롱 드레스를 입은 윤시내. 그는 “매일 체중을 체크한다. 대중가수라면 자기관리는 필수”라고말했다. [사진 아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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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윤시내는 무대 위의 카멜레온 같았다.

지난 5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의 라이브 카페 ‘윤시내 열애’ 무대에 오른 그는 수줍은 소녀처럼 의자에 앉아 미성으로 ‘나는 열아홉살이에요’(영화 ‘별들의 고향’ OST)를 부르다가, 허스키한 파워 보컬로 목소리를 바꿔 히트곡 ‘열애’를 열창했다. ‘이 생명 다하도록 이 생명 다하도록 뜨거운 마음속 불꽃을 피우리라~’

윤시내는 이 라이브 카페에서 26년째 매주 토요일 공연을 하고 있다. 33년째 그의 매니저를 하고 있는 오균아 대표는 “시간 약속을 한 번도 어긴 적 없는 모범생 가수”라고 말했다.

정규 1집 ‘공연히’, 장윤정의 ‘초혼’, 조항조의 ‘거짓말’ 등을 부를 땐 노래 속 화자에 따라 윤시내 안의 여러 얼굴이 드러났다. 여고생 트로트가수 전유진이 불러, 발표 9년 만에 역주행 인기몰이 중인 자신의 최신곡 ‘인생이란’에선 연륜과 원숙미가 묻어났다. 그는 나이를 묻지 않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노래 안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이유였다.

윤시내는 다음달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데뷔 후 첫 단독콘서트를 연다. 그는 “첫 콘서트라고 하니 주변에서 많이들 놀라시더라. 철저히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서울예고에서 미술을 전공하던 윤시내는 재학 중 보컬학원에 다니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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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내가 1978년~89년 사이에 낸 음반들. ‘공연히’ ‘DJ에게’ 등이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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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공의 경험은 1975년 ‘새야 날아봐’로 데뷔한 이후 무대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데뷔 초엔 무대 의상을 직접 골랐고, 지금도 패션잡지를 보면서 트렌드를 연구한다. 그가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재고 식단을 관리하는 이유는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과 예쁜 옷을 입고 싶은 욕망 때문”이란다. 메이크업도 스스로 한다는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클레오파트라 단발도 철저한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했다.

“우리는 쇼를 하는 사람들이라 관객의 귀뿐 아니라 눈도 즐겁게 해드려야 할 의무가 있어요. 노래 자랑만 해서는 안돼요. 제 무대가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타고난 아티스트’라는 기자의 말에 윤시내는 손사래를 쳤다. “곡마다 어울리는 목소리를 내는 법을 누가 알려주면 참 좋겠는데, 그 방법을 몰라 항상 연습을 한다”며 “혼자 살기 때문에 연구할 시간이 많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연구해 부르는 노래는 2020년 그래미상을 휩쓴 빌리 아일리시의 ‘배드가이’다. “원래부터 팝송 체질”이라는 윤시내는 지난 3월 자신이 좋아하는 팝송 12곡을 리메이크한 앨범 ‘윤시내의 POP’을 발표했다. 롤 모델로는 미국의 여성 록스타 재니스 조플린을 꼽았다.

윤시내는 1970년대 청춘의 음악성지였던 명동 음악클럽 ‘오비스캐빈’에서 마주친 최종혁 작곡가를 통해 가요를 접했다. 그의 제안으로 ‘MBC 제2회 서울 국제가요제’에 출전해 ‘공연히’로 입상했다.

그는 ‘열애’ ‘DJ에게’ ‘공부합시다’ ‘그대에게서 벗어나고파’ ‘목마른 계절’ 등 숱한 히트곡을 내며 198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가수로 자리잡았다. 그는 “마음에 드는 노래를 만난다는 건 굉장한 복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복이 많았다”고 말했다.

윤시내는 2014년 ‘사랑한국’과 2015년 ‘인생이란’을 발표하고 2018년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싱글 ‘10월 아침’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등 현재진행형 가수로 활동 중이다. 2022년엔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에서 윤시내 역으로 연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요즘 윤시내는 콘서트 연습에 한창이다. “매주 라이브카페 공연을 해서 콘서트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어느 행사에서 나를 모르는 후배가수를 보고선 ‘이대론 안되겠다, 더 큰 무대에 서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지난달 초 tvN STORY 예능 ‘회장님네 사람들’에 출연한 이후 젊은 층의 반응이 뜨거웠는데, 나이 한계 없이 계속 도전하자는 용기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윤시내는 당시 방송에서 순백의 원피스 차림에 스포츠카를 운전하며 등장해 큰 화제를 모았다.

윤시내의 꿈은 ‘영원히 노래하는 디바’다. “할 수 있는 한 무대를 계속 하고 싶어요. 좋아해주시는 분들 앞에서 계속 노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겐 큰 선물입니다. 가수 하길 참 잘했습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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