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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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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적”…보수 학부모단체 ‘채식주의자’ 도서관 비치 반대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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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 한강이 2016년 5월 24일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상한 소설 <채식주의자>와 새 소설 <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보수 성향 학부모 단체인 전국학부모단체연합(전학연)이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청소년 유해 매체물이라 칭하며 전국 초·중·고교 도서관 비치를 반대하고 나섰다. 전학연은 그동안 동성애 혐오 주장을 펼쳐온 것은 물론 성평등 교육 등에 반대해온 단체다. 이들은 하루 만에 1만여명이 넘게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전학연은 지난 22일 성명서를 내어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의 책을 노벨상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려는 시도에 학부모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에 ‘채식주의자’의 초·중·고교 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아동 ·청소년 서가에 비치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전학연은 “‘채식주의자’에서는 형부가 처제의 나체에 그림을 그리고 촬영하며 성행위 하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며 “게다가 처제는 갑자기 채식한다며 자해하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면서 나무가 되겠다고 굶어 죽는 기이한 내용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이어 “영화에 관람 불가 등급이 있듯 도서에도 미성년 보호를 위해 연령 제한이 있어야 한다”며 ‘채식주의자’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에 22일 저녁 7시 기준 1만474명, 195대 단체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마련된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설치물을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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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연은 지난 17일 당선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을 향해서도 “채식주의자를 끝까지 읽어보았는지, 자신의 미성년 손자·손녀가 있다면 과연 필독도서로 추천하고 싶은지 공개적인 답변을 요구한다”고 했다. 정 교육감은 후보였던 지난 13일 논평을 내어 “조전혁 후보가 교육감이 된다면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등이 학교 도서관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전학연은 지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보수 진영의 조전혁 전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단체다. 이들은 지난 21일에는 오티티(OTT) 티빙의 오리지널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이 “동성애를 조장하고 미화한다”며 방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지난달 4일에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안창호 인권위원장(당시 후보)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외에도 성평등 교육이나 학생인권조례 등에 반대해왔다.



‘채식주의자’의 학교 도서관 비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있었다. 경기도 한 학교 도서관에서 ‘채식주의자’가 폐기 및 열람 제한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깊은 사고 속에서 쓰인 깊은 사고가 들어있는 작품이다. 다만 책에 담긴 몽고반점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보기에 저도 좀 민망할 정도”라고 했다. 이어 “교육적으로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이해가 간다”며 “내 아이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정을호 민주당 의원 등은 “시대 착오적인 도서 검열”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이 단체들의 비상식적인 요구로 숱한 성평등 교육 도서가 폐기돼 왔으며 그중에는 최근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도 포함돼 있었다”며 “금서 조치가 가능했던 이유는 해당 단체들의 주장에 교육부와 교육청, 일부 학교 관리자들이 침묵으로 동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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