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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美 대선 초접전 구도 속…'공포'에 투자하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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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 ETF 일평균 거래량 연초대비 5배↑

선거 2주 앞두고도 박빙 구도 탓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막판까지 팽팽한 박빙 접전 구도로 전개되면서 '공포'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아시아경제

미국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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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 거래가 활발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VIX 선물 움직임을 2배로 반영하도록 설계된 상장지수펀드(ETF) '2x롱VIX선물 ETF'의 거래량은 올해 1월 대비 일평균 5배 이상 증가했다. VIX 선물의 1.5배로 움직이는 ETF 역시 연초 대비 거래량이 2배 늘었다.

이는 대선 승자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시장의 변동성, 공포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닛케이는 "이례적 접전 상황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아직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결과와 상관없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돈이 향하고 있는 곳이 바로 월가의 변동성지수, 이른바 공포지수 투자"라고 전했다. 예컨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우세가 점쳐지면 신재생에너지 관련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승리 가능성이 높으면 에너지 관련주를 사는 등 전략을 세우기가 쉽다. 그러나 현재로선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평가다.

CBOE에 상장된 S&P500 지수의 옵션가격에서 산출하는 VIX지수는 향후 주가 변동성 예상을 나타낸다. 금융위기나 전쟁, 재해 등으로 시세 선행이 불투명해지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블룸버그 통신과 닛케이는 통상적으로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투자자의 불안심리가 높아지며 VIX 지수가 상승하고, 투·개표 뒤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2016년, 2020년 미 대선 당시에는 2개월 전부터 VIX 지수가 상승해 선거일 며칠 전 정점을 찍었다.

바클레이즈 전략가들의 옵션 포지션 데이터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선거 다음 날인 11월6일 S&P500 지수가 어느 쪽으로든 1.8%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IG 뱅크는 "미 대선이 있는 해는 다른 해에 비해 시세 변동률이 높아진다"며 "특히 선거 직전과 직후는 (변동성이) 커지기 쉽다. 투자자들에게 큰 기회"라고 평가했다.

미국 국채 시세 변동 폭 예상 수치도 22일(현지시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채권 시장의 VIX 지수라 할 수 있는 MOVE 지수는 1988년 이후 선거가 있는 해 10월에 평균 4포인트 상승했고, 11월엔 7포인트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할리 바스만 심플리파이 에셋 매니지먼트 파트너는 옵션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선거 직후 채권 가격이 18포인트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대선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치열한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입소스가 미국 전역 성인 4129명을 대상으로 지난 15~21일 실시해 이날 공개한 전국 단위 여론 조사(오차범위 ±2%포인트)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6%로 트럼프 전 대통령(43%)을 소폭 앞섰다.

하지만 전통적인 민주당 ‘집토끼’로 분류되는 라틴계 유권자들의 표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전날 USA투데이가 공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9%포인트)에서 라틴계 유권자의 49%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해 해리스 부통령(38%)을 11%포인트 앞섰다. 2020년 대선에서는 라틴계 63%가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었다.

암호화폐(가상화폐) 기반 정치 베팅 사이트 폴리 마켓에서도 이날 오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64.9%를 기록하며 해리스 부통령(35.2%)을 웃돌았다. 다만 해당 베팅 사이트는 일부 계정에서 수상한 패턴의 거액 베팅이 목격되며 조작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한편 미국 민주당 후보 교체 이후 한풀 꺾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다시 상승하면서 월가 일각에선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미디어 시가 총액이 9월 말 이후 약 3배 증가하며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2개월여 만에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 기준 세계 500대 부호 리스트에 재진입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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