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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카드 배송원∙검사 '완벽 연기'에 당했다…60대 여성 노린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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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KT가 AI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 통화에서 보이스피싱을 자동 탐지하는 'KT 실시간 통화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에 대해 과기정통부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승인을 받았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의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실시간 통화 AI 보이스피싱 탐지 기술을 시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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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수법이 날로 새로워지고 있다.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피해자를 속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한꺼번에 거액을 뜯어내는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에서 60대 여성의 피해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3일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정부 기관으로 위장한 기관사칭형 수법으로 60대 이상 여성을 노리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발생한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총 6523건으로, 피해액은 2887억 원에 이른다. 건당 피해액으로 환산하면 4426만 원 정도다. 지난해 1~9월까지 기관사칭형 수법의 건당 피해액은 1995만원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건당 피해액의 규모가 2.3배 늘어났다.

재산이 많은 60대 이상 고령층 피해가 증가하면서 기관사칭형 중 1억 원 이상 피해 건수는 전년 동기 281건에서 2.7배 증가한 763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고령층 중에서도 60대 이상 여성 피해 비중이 높았다. 9월 기준으로 전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 중 60대 이상 여성 비중은 23%에 이른다.

국수본 관계자는 "은퇴로 인해 사회적 활동이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정보 부족 때문으로 보인다"며 "고령화에 따라 심리적 압박에 더 민감해지는 경향도 피해가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은 서로 역할을 나누고 단계별 시나리오를 짜서 피해자를 완전히 속여 거액을 뜯어낸다.

최근에는 카드 택배를 사칭하며 접근하는 사례가 나왔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엉뚱한 카드를 피해자에게 배달하면서 명의가 도용당한 것 같으니 고객센터에 연락하라며 연락처를 알려주고 사라진다. 피해자가 고객센터라고 믿고 전화를 하면 보이스피싱업체에 연결된다. 이후 신고를 하면서 휴대전화를 해킹당하게 된다. 해킹당한 휴대폰으로는 금융감독원이나 검찰 등의 공식 번호로 전화를 해도 보이스피싱 업체로 연결돼 속수무책으로 거액을 사기당하게 된다.

투자리딩방 범죄조직이 새로운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정황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금감원 소비자보호과 차장으로 속여 투자손실을 입은 피해자들에게 메신저로 접근해 '경찰청장이 중국 경찰과 협력해 대규모 국제 보이스피싱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금을 회수했는데 선생님의 투자 손실 피해가 확인됐다. 신원 증명과 구체적인 투자 정보를 제공하면 본인 여부를 확인한 후 사기 피해금을 모두 환불해주겠다'고 사기를 치는 식이다.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전화, 우편, 문자 등 최초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어도 결국 검찰이나 경찰, 금감원 같은 정부 관계자로 소개하면서 '범죄에 연루됐으니 무혐의를 입증하려면 자산 검수에 협조하라'고 속이는 전형적인 특징을 지닌다.

국수본 관계자는 "기관사칭형처럼 전형적인 수법은 범죄 시나리오나 최소한의 키워드라도 숙지해두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신·변종 수법이 확인되는 즉시 예·경보 메시지 등을 통해 알리므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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