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스의 최대 주주인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는 최근 국내 IT 기업인 메가존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두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고파이 관련 부채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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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형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가 매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을 지속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 몰렸다. 고팍스는 과거 투자자들이 맡긴 가상자산이 현재 빚으로 남아 있는데, 올해 들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채무 부담이 크게 늘어 매각 협상이 벽에 부딪힌 것이다.
2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오는 24일 금융위원회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신고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다. 고팍스를 포함한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들은 지난 2021년 VASP 신고를 마쳤고, 3년이 지난 올해 일제히 갱신 시기가 도래했다. 만약 금융위가 갱신 신고를 수리하지 않을 경우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고팍스가 사업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인은 최대 주주의 매각 성사 여부다. 고팍스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 중인데, 현재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인 메가존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고팍스의 지분을 인수했지만, 해외 자본의 국내 진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금융위가 사업자 변경 신고를 수리하지 않아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 때문에 고팍스가 VASP를 갱신하기 위해선 메가존의 지분 인수가 확정돼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바이낸스와 메가존은 지난 6월 말부터 지분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약 4개월이 지난 지금껏 확정을 짓지 못한 상태다. 협상의 걸림돌이 된 것은 과거 고팍스가 운용했던 투자 상품인 ‘고파이’다.
고파이는 은행의 예금처럼 투자자들에게 가상자산을 예치받아 운용하고 약속한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고팍스는 고파이를 미국 자산운용사인 제네시스캐피탈에 맡겨 운용했었다. 지난 2022년 11월 당시 세계 3위 거래소였던 FTX의 파산으로 제네시스캐피탈이 문을 닫으면서 고파이도 출금을 중단했고, 당시 투자자들이 고팍스에 예치한 가상자산은 고스란히 부채로 남았다.
문제는 올해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고팍스가 안고 있는 고파이 관련 채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FTX가 파산하던 당시 22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22일 현재 9280만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은 170만원대에서 365만원으로 2배 넘게 뛰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팍스의 고파이 관련 부채 규모는 지난 2022년 말 기준 566억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솔라나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1년 만에 부채는 637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이 지난해 말보다 4배 이상 오른 점을 고려하면 고파이로 인한 부채는 올해 훨씬 큰 폭으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
메가존은 바이낸스에 고파이 관련 채무를 정리하기 전까지는 고팍스를 인수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메가존은 블록체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팍스 인수 협상에 나선 것도 원화마켓 거래소 사업자 자격을 얻기 위해서였다. 현재 고팍스는 매년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인데, 올해 수천억원에 이를 수도 있는 고파이 관련 부채까지 떠안기는 어렵다는 것이 메가존의 입장이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전광판에 9000만원을 돌파한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고팍스의 고파이 관련 채무도 올해 급증할 가능성이 커졌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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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해진 고팍스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고파이 채권단을 접촉해 현금 상환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고팍스가 제시한 상환 기준액이 현재 시세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팍스가 제시한 가상자산별 상환 기준 금액은 비트코인 2806만원, 이더리움이 206만원이었다. 비트코인의 경우 최근 거래되는 가격의 30%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채권단과 올해 연말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고팍스가 사업을 계속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금융 당국의 VASP 갱신 심사가 길어야 2~3개월 진행되는 데다, 메가존이 고팍스 대신 다른 거래소를 인수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고팍스와 비슷한 규모의 소형 거래소인 코빗도 올해 최대 주주인 NXC(넥슨의 지주사)가 매각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코빗의 경우 부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적당한 가격에 매물로 나올 경우 메가존이 관심을 돌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고팍스 측은 회사가 폐업할 경우 고파이 관련 채권을 전액 회수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설득에 나선 상황이지만, 채권단 입장에선 시세에 못 미치는 보상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양측이 합의점을 찾기가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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