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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억대' 연봉자에게도 돈 안 빌려준다?…외국인 대출 꺼리는 은행,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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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외국인 260만명, 다문화 금융의 시작 ①
신규 외국인 고객 3년간 100만명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더 이상 '한민족 국가'가 아닌 '다인종·다문화 국가'다. 체류 외국인이 26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섰다.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이들을 위한 금융서비스는 아직 걸음마 수준. 외국인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점검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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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신규 외국인 고객 수/그래픽=윤선정



국내 주요 은행의 외국인 고객이 최근 3년간 100만명 늘었다. 국내 체류 인구만 260만명이 넘는 외국인은 이제 은행의 주요 고객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은행권은 외국인 고객 공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계좌개설이나 해외송금 등 기초적인 서비스에만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1~9월 신규 외국인 고객 수는 23만9822명이다. 지난해 신규 외국인 고객은 37만7882명으로 3년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추세라면 최근 3년간 신규 외국인 고객은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자 은행권은 이들을 겨냥한 금융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8일부터 '외국인 전용영상통화 실명확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담 상담사가 영상통화를 통해 실명확인을 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고객이 편하게 입출금 계좌·체크카드 등을 발급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경기 평택에 '외국인 전용점포'를 열었고, 외국인 근로자 밀집 지역 16개 영업점을 일요일에도 연다. 우리은행도 최근 외국인 전용 창구 3곳을 일요일에 열기로 결정했고, 국민은행은 외국인 수가 많은 8개 지역에 외환송금센터를 운영하며 주말에도 환전과 송금 등을 서비스 중이다.

저출생, 고령화 등 국내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리면서 외국인 근로자가 늘자 은행권도 이를 간과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9만명으로 경북(263만명), 대구(237만명), 광주(141만명) 지역 인구보다 많다. 제4인터넷뱅크를 준비하는 컨소시엄 중에는 외국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설정한 곳도 있다.


5대은행 외국인 전용 신용대출 없어…"코로나로 본국 귀환 리스크 겪으면서 보수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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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외국인 대출 잔액 추이/그래픽=임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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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은행권의 외국인 대상 금융 서비스가 해외 송금·계좌개설 등 기초 서비스에 그친다는 점이다. 특히 은행 상품의 핵심인 대출은 사실상 없다. 억대 연봉을 받는 국내 대기업 외국인 임원이 비서와 함께 연봉을 증명했음에도 신용대출이 거절됐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현재 5대 은행은 외국인 전용 신용대출 상품이 없다. 유일하게 '외국인주거래우대론'이라는 전용 신용대출을 판매하던 하나은행도 2022년 해당 상품 취급을 중단했다. 5대 은행의 외국인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1043억원으로 2021년 말(1467억원) 이후 감소세다. 꾸준히 증가하는 외국인 고객 수와 대비된다.

은행권이 외국인에게 대출을 꺼리는 것은 회수하지 못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갑자기 본국으로 돌아가 버리면 대출 회수가 어렵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히 코로나19가 기점이 돼 외국인 고객에 대한 대출 태도가 굉장히 보수적으로 변했다"라며 "외국인들의 급격한 귀국으로 대출 회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자 외국인 고객 담당 부서가 통폐합되며 추진력이 많이 상실됐다"고 했다.

외국인 신용대출을 적극 취급하는 일부 지방은행에서는 체류자격(비자)별로 재직기간과 연 소득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거나 평소 안정적 노무관리를 보인 기업의 외국인 근로자에게 대출을 내주는 방식 등으로 건전성을 관리 중이다. 다만 리스크가 다른 대출보다 높은 만큼 일부 외국인 신용대출은 금리가 10%를 넘는다.

금융권에서는 외국인 대상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외국인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외국인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해 신용 등 인적 데이터를 쌓아두면 해외시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 외국인 고객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베트남 등은 국내 은행이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지역"이라며 "해당 외국인들의 국내 신용정보를 해당 국가에 맞도록 고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외국인 금융 서비스 활성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지난해 9월까지 외국인은 통장개설 등 신분증 확인이 필요한 금융업무를 볼 때마다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해야 했다. 법무부와 금융당국이 '외국인 등록증 진위 확인서비스'를 허용한 후에야 비대면 계좌개설이 가능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와 신용평가기관이 캄보디아 측과 신용정보 제공 서비스를 교류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며 "한국 내 신용 이력을 본국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범정부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금융사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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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부산은행 화상상담창구(디지털 데스크)를 이용 중인 외국인의 모습 /사진제공=BNK부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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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엽 기자 usone@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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