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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尹-韓 회동’ 사진만 봐도...박근혜-김무성과 너무나 달랐다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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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앞 파인그라스 에서 진행된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대표 옆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 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지난 21일 회동 사진을 보면서 9년 전 사진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2015년 4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김무성 대표와 독대하는 아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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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6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독대하며 정국 운영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사진 제공 = 청와대]


달라도 너무나 다른 풍경이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 앞에 당당하게 앉아 있다. 그는 양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있고, 메모지 한 장 들고 있지 않다. 반면 박 대통령은 손이 책상 밑에 있고 메모지와 펜을 들고 나왔다. 사진에서만큼은 두 사람 사이에 ‘권력 격차’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 대통령은 ‘제왕적 권한’을 갖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이 사진이 지금껏 내 기억에 남은 것이리라.

그런데 세월이 흘러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 사진을 보니, 너무나 이질적이다. 윤 대통령의 표정을 보면 마치 화가 난 듯하다. 한 대표를 노려보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나 혼자만의 느낌일 수도 있지만, 사진을 다시 또 봐도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진 속 구도에는 두 사람 간에 권력 격차가 심하게 느껴진다. 윤 대통령의 얼굴은 거의 전부가 노출돼 있지만, 한 대표의 얼굴은 측면 일부만 보인다. 윤 대통령이 양팔을 뻗어 탁자에 두 손을 올려놓고 있는 반면, 한 대표는 한 손으로 파일을 잡은 모습이다. 파일 속 내용을 챙겨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온 것처럼 말이다. 더구나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마주 앉은 것도 아니다. 그 옆에 앉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공간을 일부 내준 탓이다. 이 사진에는 ‘대통령은 높은 사람, 여당 대표는 낮은 사람’이라는 구도가 선명하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느껴진다. 대통령실이 이 사진을 골라서 배포한 것도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잠재된 무의식의 결과’가 아닐까.

이 사진을 본 뒤에 다시금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회동 사진을 보니, 당시 청와대가 왜 이 사진을 골라서 언론에 배포했는지를 9년이 지난 이제야 알겠다.

당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의 속내까지 경청인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그렇다는 뜻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올라간 ‘성완종 리스트’로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과 가깝지 않은 이른바 ‘비박계’인 김 대표를 불러 경청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인 게 아닐까 싶다. (실제 본심 역시 그랬을 수 있다.) 책상 밑으로 내린 양손, 펜과 메모지, 무엇보다도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대등한 관계인 것처럼 촬영된 사진 구도 등은 모두 박 대통령이 김 대표의 말을 듣고자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사진에서는 그런 경청의 신호를 찾기 힘들다. 김건희 여사와 명태규 씨 논란으로 국정이 위기인 상황이라면 더욱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데도 말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회동이 끝난 뒤, 이른바 ‘친윤계’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불러 만찬을 했다. ‘비윤계’ 당 대표에게 ‘제로 콜라’를 준 것과는 색다른 대접이다. 비록 대통령실 설명대로 한 대표가 제로 콜라를 좋아한다고 해도 말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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