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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디딤돌 뭇매에 억울한 국토부 "건전성 관리…번복 비판은 과해"[1mm금융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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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택 관련 가계대출 관리 기조 확고"

실수요자는 챙기면서, 가계부채 관리 '딜레마'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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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열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를 앞두고 국토교통부가 고민에 빠졌다. 무주택 서민 대출 상품인 디딤돌 대출 요건을 엄격히 해달라는 구두 지시를 은행들에 내렸다가 '대출한도 기습축소'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 여기에 국회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결국 국토부는 한발 뒤로 물러나 종합감사 때까지 보완책을 들고 오기로 했으나, 지시를 번복하며 대출 시장에 혼선을 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대출 관리 유도냐, 압박이냐
최근 여러 차례 정책의 혼선이 있었으나 정부의 현재 가계부채 관리 기조는 확고한 편이다. 국토부는 국회에서 (해당 조치에 대해) 문제가 있는지 봐달라고 했기 때문에 들여다보겠다고 한 것이지 정책을 번복했다고 보는 건 과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국토부 입장에서는 주택도시기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최대한 많은 수요자가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최우선이고, 가계대출이나 정책자금 대출 총량 관리도 그 와중에 하는 것"이라며 "금융당국과도 매주 회의하며 논의 끝에 나오는 대책들이라 지금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 일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지난 금요일 낸 보도참고자료에서도 "디딤돌 대출 축소 조치 중단, 전면 유예 및 철회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향후 조치 시행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은행에 전달된 지시들은 디딤돌 대출에 관해 신청기한 규정 준수 같은 요건을 엄밀하게 지켜달라는 취지의 안내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출 한도나 소득 요건 등 제도 자체를 축소하려 했다면 규정을 바꿨을 것이고, 사전에 은행에 통보해 일괄적으로 시행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분양 미등기 아파트의 경우 ‘후취 담보 대출’을 중단하라고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담보를 잡기 전에 대출금부터 나가니까 기금 건전성 차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집단대출 같은 대체재를 먼저 활용하도록 안내해달라는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담보인정비율(LTV) 한도 축소나 주택금융공사 보증에 가입하면 소액 임차인을 위한 최우선변제금(서울 5500만원)도 포함해 대출해주는 '방공제 면제' 취소의 경우에도 별도의 보증서를 발급해서 기금 재원을 더 쓰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의도였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다만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지시들이 부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디딤돌 대출 취급을 자제하라고 유선으로 구두 지시가 들어온 게 여러 차례였고, 명확한 감소세가 안 보이자 왜 안 줄어드는 지까지도 확인하더라"라며 "가계부채가 너무 안 잡히자 정부가 쫓겨서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정부의 취지는 '유도'였을 지 몰라도 은행들은 '압박'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이에 곧 열릴 종합감사에 국토부가 들고나올 디딤돌 대출 관련 보완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정무위·국토위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디딤돌 대출 규제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 국토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도 중요하지만, 대출받기로 약정돼있던 사람들조차 국토부 전화 한 통화로 갑자기 못 받게 되는 상황이 생길 뻔하지 않았냐"며 "이번 조치는 철회하고, 기한을 두고 대출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 논의를 해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세대출은 임대인 상환능력 고려…"여론 역풍 피해 가려는 고민"
정부와 금융당국이 대출을 줄이려고 시도할 때마다 이렇게 '실수요자' 딜레마에 빠지자,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정책 초점은 '차주'에서 '임대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 1주택자 대출 제한 등 실제 주택 관련 대출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이 '실수요자까지 억제한다'는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임대인 관리로 규제의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의 실질적 차주를 임대인으로 상정하고 관리 방식을 모색 중이다. 전세대출의 경우 계약이 끝날 때까지 보증금을 보유하고 있는 건 임대인이니, 심사 시 임대인의 상환능력을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집주인의 상환능력을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는데, 기존에는 LTV(담보인정비율)로만 매우 제한적으로 보는 편이었다"며 "앞으로는 주택 가격이 하락해도 임대인이 보증금(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국세 체납 여부, 신용불량자 여부, 과거 전세금 미반환 사례 등을 중점적으로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줄여야 한다는 대명제를 바꿀 수는 없으니, 지난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해 정부와 당국 차원에서 실수요자에게 직접적으로 대출을 안 내주겠다고 나오면 여론의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듯하다"며 "우선적으로 '임대인 잡기'를 통해 정책 실효성은 확보하되 여론의 역풍은 피해 가려는 고민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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