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니프티50 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
올들어 상승세를 이어가던 인도증시가 최근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주가 상승으로 인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과 인도 통화인 루피화 약세, 중국 부양책에 따른 자금 이동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장기적으로 인도증시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오후 3시30분 기준 인도 대표 주가지수 중 하나인 니프티50 지수는 전일 대비 109.8포인트(0.44%) 하락한 2만4671.3을 나타냈다. 지난달 26일 2만6216.05를 기록하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지만 그 다음날부터 조정이 시작됐다. 현재는 고점 대비 약 5% 하락한 상태다. 또 다른 인도 대표지수인 센섹스 지수 역시 현재 8만758.5를 나타내며 지난달 26일 고점 대비 약 5% 내려갔다.
높은 수익률로 인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국내 상장 인도 ETF(상장지수펀드)들도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인도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KODEX 인도Nifty50'과 'TIGER 인도니프티50'은 이 기간 각각 2.47%, 2.43% 하락했고 인도 소비재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인도빌리언컨슈머'는 6.14% 떨어졌다. 최근 상장한 'ACE 인도시장대표BIG5그룹액티브'는 4.79% 내려갔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인도증시는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올해 주요국 증시 중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들어 지난달 26일까지 수익률은 니프티50 20.64%, 센섹스 18.82%로 일본 닛케이225 지수(16.32%)보다 높았고 미국 S&P500(20.45%)이나 나스닥 지수(21.18%)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최근 조정의 배경으로는 지속된 주가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중국증시 반등으로 인한 자금 이동 등이 꼽힌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니프티50 지수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23.5배로 과거 5년 평균인 21.4배를 상회했고 신흥국 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EM)의 PER 15.4배보다는 50%의 프리미엄이 부여된 상태였다.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9월말 인도 증시가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 부양책과 중동 분쟁 등 대외 요인들의 발생이 차익실현 빌미를 제공했다"며 "외국인은 이달들어 14일까지 인도 주식에서 올 한해 순매수액의 절반 이상인 74억달러(10조원)를 순매도했다"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의 고질적인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로 인한 루피화의 약세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 11일 루피/달러 환율은 1달러당 84.1루피로 사상 처음 84루피를 돌파했다. 김근아 연구원은 "만성적인 쌍둥이 적자와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유가 상승이 루피화 약세 요인"이라며 "인도 루피화와 인도증시 간 장기 평균 상관계수는 마이너스(-)0.76으로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어 인도 환율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루피화는 약세지만 같은 기간 원화 약세폭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 원/루피 환율은 상승했다. 지난 21일 원/루피 환율은 1루피 당 16.4원으로 지난달 27일 저점(15.6원) 대비 5%가량 반등했다. 환율 덕분에 국내 상장한 환노출형 인도 ETF는 실제 지수 낙폭 대비 손실을 일부 만회할 수 있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인도증시의 조정이 일시적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인도증시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던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높은 성장률은 여전히 유효하고 미국의 금리 인하로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근아 연구원은 "인도 제조업은 아직 견고하고 증시 강세장을 위한 제반 환경은 변하지 않았다"며 "단기 조정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지만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B증권은 내년말 인도 센섹스 지수의 예상치를 9만8000으로 제시했다. 현재보다 약 20%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김승민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이후에도 중국 견제 기조는 동일하다는 점에서 인도에 대한 관심이 확대될 것"이라며 "모디 총리의 3연임으로 모디노믹스(제조업 육성 및 인프라 구축 정책)가 지속되면서 증시 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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