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AI 경쟁, 지금이 골든타임"…'유오성 형' 장관이 제시한 해답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민관이 빠르게 전열을 갖춰 대응치 않으면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 "

국가 대항전이 된 AI 경쟁에서 한국의 위치는 전 세계 83개국 중 6위(토터스인텔리전스)다. 상위권이지만 안심할 수 없다. 미국, 중국이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으며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리고 있어서다. 선두권에 합류해 글로벌 AI 산업 리더로 올라서느냐, 가능성만 보여주다 사라지느냐. 기로에 서 있는 현 시점, 국가 AI정책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상임 장관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빠른건 아니지만 못 따라갈 정도는 아닌 지금이 (선두를 따라 갈)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 장관은 AI 경쟁에 대한 ‘한국적 접근’을 강조했다. 지난 8월 취임한 유 장관이 언론과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과 배우 유오성 씨의 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중앙일보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소공로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AI 발전 속도가 빠르다. 미국, 중국처럼 우리가 투자할 수 있나.

A : 빅테크가 100조원을 AI에 쏟아 부었다 해서 우리도 그만큼 쓰는 건 불가능하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로 AI를 구동하려면 굉장히 많은 전력이 필요한데, 우리는 빅테크만큼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이런 승부에 명운을 걸어선 안된다. 만약 우리 인프라가 그들이 가진 인프라의 5분의 1이라면, 이걸 가지고 어떻게 우리만의 전략으로 그들을 이길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Q : 우리만의 전략이란 뭔가.

A : 지금처럼 GPU 기반으로 AI 모델을 구동하려면 전력, 비용이 많이 든다. (아직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보다 전력을 덜 쓰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예컨대 양자 컴퓨팅(양자역학을 활용해 기존의 컴퓨터보다 빠르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시대가 오면, 반도체 기반 AI와는 차원이 다른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날 거다. 이런 차세대 기술을 구현할 원천 기술을 우리가 확보해야한다.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AI 기본법’이 현재 다시 논의되고 있다. 규제와 진흥, 어디에 무게를 두나.

A : 딥페이크 등이 문제가 된 이후 AI 규제 여론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AI 기본법에는 가능하면 규제보다는 산업을 진흥하는 내용이 필요하다. 각 나라의 기술, 산업 생태계 수준에 따라 규제 형태가 달라질거다. 우리는 미국처럼 좋은 생태계를 가졌기 때문에 민간이 들어와서 주체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나홀로 연구 대신 집단 연구



Q : 한국 AI 연구 인력이 계속 해외 기업으로 유출되고 있는데.

A : 절대적 숫자 보다는 단 몇 명이라도 세계적인 결과물을 낼 연구자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여러 나라에서 국내 인재를 탐내지만 사실 이들에게 경제적 보상이 전부는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연구 환경이다. 이제 연구자 혼자 연구를 잘 하는 시대는 지났다. 집단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연구하는 게 더 뛰어난 결과를 내는 데 유리하다는 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젊은 연구자들은 자극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좋은 동료가 많은 연구 환경을 택하려 한다. 정부 차원에서 이런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신경써야한다.

Q : 지난 9월 미국 뉴욕에 개소한 '글로벌 AI 프론티어랩’도 연구 환경 조성 노력 중 하나인가.

A :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발표한 ‘뉴욕 구상’의 일환이기도하다. 우리는 지난해 디지털 권리장전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올해 AI 서울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글로벌 AI 협력을 추진해왔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 ‘과학 기술 대통령’이라고 할 정도로 과학 기술, AI를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AI에 대해 골몰하는 사람이 누굴까. 나는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중앙일보

정근영 디자이너



Q : 지난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사태 이후 과학기술계는 정부를 믿지 못하고 있다.

A : R&D 예산 조정 과정에서 ‘카르텔’ 같은 발언이 나왔던 건 부적절했다. 다만 가파르게 과학기술 예산이 늘어난 건 사실이고, 이를 효율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는 건 분명하다. 선진국형 R&D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급성이 있었다. 그동안엔 20~30%만 선진국형 R&D였다.

Q : 선진국형 R&D는 뭔가.

A : 한국이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반도체 강국이 됐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로열티를 물어왔나. 선진국들은 연구를 통해 5~10년 후 세계 패권을 잡을 수 있는 기술 지식재산(IP)을 미리 확보해놓는다. 우리가 뒤늦게 뭔가 해보려하면, 이미 선진국들이 IP 영토를 다 차지하고 있다. 이런 걸 벗어나보자는거다. R&D를 통해 선진국들과 경쟁하고 IP 영토를 빠르게, 많이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임기 동안 기술 산업화의 틀을 잘 닦아놓고 싶다.

Q : 요즘 많이 쓰는 AI 서비스는.

A : 챗GPT를 자주 쓴다. 구글 제미나이도 종종 쓰고, 그 외 각 영역에 특화된 AI 서비스들도 써보려고 한다. 몇년 전에 봤을 땐 AI 서비스들의 수준이 이렇게 높지 않았는데 최근 나온 서비스들, 특히 유료 서비스 수준이 굉장히 많이 올라온 것을 느낀다. 그래도 가끔 오류는 있더라. (동생인) 배우 유오성과 나를 같이 검색하니 챗GPT가 “둘은 아무 관계가 아니다”라고 대답하길래, “아니다. 둘은 형제관계”라고 다시 알려줬다.

박민제·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