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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단독] 타사 상품도 팔겠다더니...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판매 98% 한화생명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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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사 이상 비교·판매' 의무 둔 감독규정
3년 전 국감 지적에 "시정했다" 답변
여전히 모회사 상품 쏠림 현상 과도해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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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판분리(상품 제작·판매 분리)'를 내세우며 한화생명에서 분사한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한화생명이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년 전 국정감사에서 같은 문제가 지적되고 금융당국이 시정을 요구했지만 모기업 상품 위주의 영업행위로 감독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서 판매된 상품 가운데 97.5%가 한화생명 상품이었다. 보험업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GA는 3개 이상의 보험상품을 비교해 판매해야 하지만,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눈에 띄게 모회사 상품만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김 의원은 "감독규정을 제대로 지켰다면 이 정도 수치가 나올 수 있겠나"라며 "한화생명 상품이 압도적으로 좋아서 그렇다고 하기엔 다른 GA에선 이런 수치가 나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한화생명 계약 '몰아주기'는 출범 때부터 이어졌다. 2021년 한 해 동안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총판매액 약 1,130억 원 중 99.6%에 달하는 1,126억 원어치를 한화생명 상품으로 채웠다. 그해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이듬해 5월 금융위원회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감독규정을 위반해 한화생명의 생명보험만 판매하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한 달 뒤 금융위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생명보험 위탁계약 체결사를 17개사로 확대했고, 3개 이상 상품비교·설명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는 처리 결과를 정무위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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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에도 변함은 없었다. 2022년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총 판매액 1조2,413억 원 중 한화생명 상품 규모는 1조2,405억 원(99.9%)에 달했고, 2023년에도 1,431억 원 중 1,412억 원(98.7%)이 이에 해당했다. 올해도 9월 기준 판매액 1,271억 원 중 1,239억 원(97.5%)이 한화생명 상품이었다. 나머지 회사 상품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곳도 채 1%가 되지 않았다.

2021년 4월 한화생명이 제판분리에 나서면서 출범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해 매출 1조5,605억 원으로 전년 대비 72.9% 성장했으며, 출범 2년 반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설계사 수만 2만3,000여 명으로 GA 업계 1위다. 한화생명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서포트'에 힘입어 지난해 보험 영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이 전년 대비 58%나 증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 초 한화생명은 "제판분리 도전 3년 만에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한화생명이 모두 '윈-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대형 보험사들이 제판분리를 선언하고서는 감독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오히려 큰 이익을 얻고 있는데, 이는 금융감독원의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제판분리된 보험사 자회사들이 감독규정을 위반해 모회사 상품만 팔고 있는 일탈행위를 철저히 감독해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금융서비스 관계자는 "생명·손해보험 상품 전체 매출로 보면 한화생명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개년간 대략 60%대 수준"이라며 "판매액이 모회사에 과도하게 쏠려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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