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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11년 만에 돌아온 가왕 “목소리 예전 같지 않아, 앨범은 마지막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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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신곡 7곡 담은 20집 발매

조선일보

22일 11년 만의 정규 음반 20집을 낸 조용필. “장조 뼈대에 단조음을 섞어 록 느낌을 강화했다”는 ‘찰나’처럼 총 7곡을 전반적으로 모던 록 색채에 맞췄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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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넘어 신곡 발표가 굉장히 어려웠지만, 열심히, 열심히 해봤습니다. 앨범은 이게 마지막일 겁니다. 좋은 곡은 계속 한두 곡씩 (노래)하고 싶습니다. 정 안 되겠다 하면 그때 그만두겠습니다.”

22일 오후 서울 용산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기자들을 만난 조용필(74)은 여전히 ‘엄살’이 많아 보였다. 11년 만에 정규 20집 ‘20′의 수록곡을 처음 공개한 날. “곡이 항상 미완성이다. 만족해서 내놓은 적이 한번도 없다. 다시 들어보면 한심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1968년 미8군 출신 록 그룹 앳킨스로 데뷔한 이래 신곡 발표회에서 단 한번도 “만족했다”고 한 법이 없다. 2013년에 발표한 19집 때는 수록곡 ‘헬로’와 ‘바운스’로 음원 차트 정상을 휩쓸면서도 “1집부터 지금까지 늘 아쉬웠다”고 했다.

신보에 실린 총 7곡을 차례로 들어보니 “또 속았다” 싶었다. 첫 곡이자 타이틀곡인 ‘그래도 돼’부터 뭉근하면서도 따뜻한 기타 소리 사이로 여전히 음압이 알차고, 몰라볼 정도로 세련되어진 조용필의 목소리가 툭 튀어나왔다. 조용필은 “끊임없이 곡에 맞는 창법을 연구했다. 어떤 노래는 (보컬을) 흉내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유튜브를 통해 여러 곡을 듣고 자주 연습했다”고 했다. 그는 “서양 사람들은 아무래도 목이 커서 그런지 울림 등이 동양 사람과 다른 면이 많다”며 “배울 건 배워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조용필은 최근 K팝의 세계적 인기에 대해 “만일 저도 좀 늦게 태어났으면, 키가 크고 잘생겼으면 (한류 스타가) 되지 않았을까. 많이 아쉬웠다”며 웃었다. 한류 아이돌도 쉬이 출연이 어려운 일본 최대 연말 가요제 NHK 홍백가합전에 4번이나 나갔던 가왕의 겸손한 농담이었다.

이번에 실린 ‘그래도 돼’는 “챔피언 세리머니를 하는 스포츠 경기 우승자를 TV로 보다 카메라 밖 패자의 마음에 공감했고, 작사가에게 이 이야기를 직선적으로 써달라고 해서 나온 노래”라고 했다. 최고, 최초의 수식어를 휩쓸던 그가 왜 패자의 마음에 끌렸을까. 이런 답이 돌아왔다. “1992년 ‘꿈’ 발표 후 방송을 그만하고 콘서트만 하겠다 했어요. TV에 너무 많이 나와서 가수 아닌 방송인이 될까봐. 첫 1~2년은 괜찮았는데, 1990년대 말쯤 공연장 2층 객석이 비더군요. 아니 내가 히트곡이 몇 곡인데 이렇게 안 오는가. 그때 제일 자신에게 실망스러웠습니다.”

조용필은 11월 23·24·30일, 12월 1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20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개최한다. 그는 “이번 신곡들이 흔치 않은 사운드라 콘서트장에서 듣고 깜짤 놀랄 것”이라고 자부하면서도, “자꾸 나이를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앨범이 오래 걸린 이유로 “나이 들면 그렇게 된다” 했고, “솔직히 소리가 옛날 조용필이 아니다. 나름대로 내 현재 상태를 이해하고 그에 맞게 녹음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매일 1950년대부터 최신곡까지 다 틀어주는 AFKN을 들으며 음악 변화를 느낀다”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지금까지 가수 생활을 이어온 동기는 소리를 연구하고, 시험해 보는 게 ‘재밌다’는 겁니다. 계속 배워야 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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