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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국감2024] 학교서 폐기 된 '채식주의자'…야당, "도서 검열"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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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판단…검열 아냐"

채식주의자 관련 질문엔 "내 아이라면 성인 된 후 읽으라 할 것"

[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품 '채식주의자'가 지난해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성 묘사 문제로 폐기된 것과 관련해 경기도교육청의 도서 검열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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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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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서울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태희 경기교육감을 향해 "한강 작가가 우리나라의 노벨문학상 첫 수상자가 됐는데 채식주의자 읽어봤나. 유해한 성교육 도서 같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경기교육청이 성교육 유해도서 선정 공문을 내려보내면서 관련 기사를 붙임자료로 보냈는데 그 내용은 보수 기독교 단체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성교육 도서들의 음란성을 문제 삼아 청소년 유해 도서로 선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며 "이건 사실상 보수 단체와 국민의힘에서 유해도서라고 주장하는 책들을 찍어내기 하라는 그런 이야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임 교육감은 채식주의자를 읽어 봤다면서 "표현 하나하나가 다른 작품에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충분히 (노벨문학상 수상이) 납득간다. 다만, 책에 담긴 몽고반점 관련 등의 부분에선 학생들이 보기엔 민망할 정도의 내용이 있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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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에게 경기도 내 학교에서 폐기 된 책들을 들고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교육적으로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이해가 간다"며 "내 아이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읽으라고 권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임 교육감은 공문에 언론사 기사가 붙임자료로 포함된 데 대해서는 "공문을 보낼 때 언론 보도 내용을 그대로 붙인 것은 실무적으로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주의하겠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정을호 민주당 의원은 "경기교육청의 도서 검열로 노벨문학상 도서가 폐기 처분되고 열람 제한당하는 윤석열 시대의 사상 검열 상황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강 작가의 작품만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폐기된 도서가 모두 2517권에 열람 제한 도서는 3340권으로 총 5857권에 달한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더 심각한 문제는 경기교육청이 교육지원청과 학교에 공문을 보낼 때 도서 심의 매뉴얼에 적합하지도 않은 청소년 유해매체물의 심의 기준을 참조하라고 하면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것"이라며 "이런 부분을 지시한 규정을 삭제하고 원상 복귀시켜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과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경기교육청이 3차례 발송한 공문에 '성교육 도서 처리 결과 도서 목록 제출', '심각한 경우 폐기 가능' 등의 문구가 담긴 것을 문제 삼으며 공문 발송은 검열 또는 강압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임 교육감은 검열이 아닌 각 학교 도서 심의위원회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반박했다.

그는 "학교 도서 구입이나 폐기는 각 학교 도서 심의위원회의 권한이다. 다만, 교육청은 성폭력 문제나 인종차별 문제 등이 우려될 때는 학교에 환기할 필요가 있다"며 "(도 교육청이)그 정도의 교육적 책임성은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우리 세대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못 받은 세대가 아니냐. 아이들 성교육은 실제로 부모들이 상당히 난감해하기도 한다. 성 관련 도서의 경우 각 학교 도서 심의위원회에 관련 전문가 그룹도 꼭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문가들이 적절하게 평가해서 도서 보급을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임 교육감은 "꼭 있어야 한다. 공감한다"고 답했다.

앞서 경기교육청은 지난해 '청소년 유해 도서를 분리·제거해달라'는 내용의 보수 성향 학부모 단체 민원을 접수하고, 같은 해 9∼11월 교육지원청에 "부적절한 논란 내용이 포함된 도서에 대해 협의해 조치하라"는 공문을 도내 각 학교에 두 차례 보낸 바 있다. 공문에는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 보수 성향 학부모 단체의 주장을 담은 보도가 함께 담겼다.

그 결과 약 2490개교가 총 2517권을 성교육 유해도서로 판단해 폐기했다. 이 중 한 학교는 채식주의자의 내용 중 성과 관련된 내용이 학생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해 채식주의자를 폐기했고, 다른 두 학교에서는 열람이 제한됐다.

/김한빈 기자(gwnu2018080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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