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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민간인 섞인 전쟁'의 폐해… 트라우마 극심한 이스라엘군, 분열된 레바논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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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사망' 목격한 병사들 고통 호소
부상으로 후방 배치된 뒤 일상 적응 못해
'헤즈볼라 식별 불가' 레바논 주민도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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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방위군(IDF) 소속 병사들이 지난 13일 레바논 접경 지역에서 군사 장비를 정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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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병사들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어린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봤습니다. 이제 그들은 '어떻게 본인 아이들과 어울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반문합니다."

이스라엘방위군(IDF) 소속 심리 상담 전문가인 우지 베초는 자국군 병사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21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해 10월 7일 시작된 전쟁에서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목격한 뒤 일상생활 복귀에 극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였다. 특히 어린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직접 본 군인들은 자녀들이 있는 가정으로 돌아간 뒤 심각한 죄책감과 분노, 감정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트라우마 피해는 적군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별할 수 없는 가자지구 전쟁 양상 탓에 극대화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에서 민간인과 섞여 생활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병사들은 하마스 대원을 공격하다가 민간인 어린이를 제 손으로 살해하는 경험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만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가자 보건부는 사망자 약 4만2,000명 대다수가 민간인이라는 입장이다.

CNN은 "이스라엘군은 올해 말까지 자국군 전투원 1만4,000명이 부상을 당해 치료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중 40%는 정신 건강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장 떠나고도 죄책감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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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에레즈 검문소 문을 닫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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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스라엘 병사들이 호소하는 심리적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네 자녀를 둔 40세 예비군 엘리란 미즈하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즈하리는 지난해 10월 8일부터 6개월간 가자지구에서 군용 불도저 운용 임무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부상당했거나 사망한 팔레스타인 수백 명을 불도저로 밟고 지나가는 경험을 겪어야 했다. 지난 4월 미즈하리는 무릎에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기 위해 가정으로 복귀했으나 매일을 분노와 죄책감, 불면에 시달렸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미즈하리는 결국 지난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팔레스타인인 전체를 '악마화'하는 군 교육 역시 병사들의 충격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익명을 요청한 IDF 의무병은 "(전장 투입 전까지는) 가자지구 주민들은 모두 나쁘고, 하마스를 도우며 탄약을 숨긴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가자 시민을 눈앞에서 보며 생각이 바뀌게 됐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기습에 공분해 참전했던 병사들은 자신의 임무 수행이 정의로운 것인지 혼란을 겪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헤즈볼라 피란민 받았다가 주민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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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공습에 따른 화염과 불길이 21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 치솟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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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원과 민간인이 섞인 상황은 레바논 주민들에게도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역시 민간인과 섞여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 탓에 레바논 서부 및 북부 주민들은 남부 접경 지역에서 도망쳐 온 이슬람계 피란민을 받아들이는 문제를 두고 분열되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이 피란민에 섞인 헤즈볼라 대원을 겨냥해 무차별 공습을 퍼부으면서 기존 주민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레바논 주민들은 이러한 이스라엘 측 공격을 '헤즈볼라 대원을 받아들이면 주민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며 "헤즈볼라 대원을 구별하는 것이 어려워 주민들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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