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해자” “전언일 뿐”···펄쩍 뛰는 ‘명태균 리스트’ 당사자들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핵심인물인 명태균씨. 본인 제공

“나는 피해자”, “도움받은 사실 없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제보자인 강혜경씨가 공개한 ‘명태균 리스트’에 오른 정치권 인사들이 명태균씨와의 관련성을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강씨 측이 명단을 공개한 당일인 지난 21일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혜경이 명태균 거래 리스트라고 공개한 정치인 명단에 내 이름을 포함,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나는 명에게 어떤 형태든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 없다. 오히려 명의 주장에 의하면 2021년 서울시장 경선과 당대표 경선에서 명에 의해 피해를 입은 후보일 뿐”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SNS에 “저는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공천에서 도움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적었다. 안 의원은 이어 “2022년 대선 시기 명씨가 윤석열 후보의 단일화를 위해 제 선대위원장인 최진석 교수를 찾아왔다는 것도 최 교수의 페이스북 내용을 보고 최근에 알게 됐다”며 “최 교수의 고백대로 최 교수는 한 번도 누구와 만났다는 말을 제게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 측도 명씨가 서울시장 당선에 결정적 노릇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 부시장은 이날 채널A 유튜브에 출연해 “명씨가 대단한 인연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오 시장이) 김영선 의원 소개로 (명씨를) 만난 적이 있지만 그 뒤로 관계를 이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SNS에서 “명씨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강씨의 전언인데 공천 프로세스의 편린들을 자극적으로 조합할 필요 없다”고 밝혔다. 앞서 경향신문이 입수한 명씨와 강씨의 2022년 4월2일 당시 통화 녹취록을 보면 명씨는 “이준석이가 공표 조사나 비공표라도 (김영선 후보가) 김지수(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기는 걸 가져와라(고 말했다)”며 “그러면 전략공천을 줄게 이러네”라고 말했다.

야권 인사 중 ‘명태균 리스트’에 오른 여영국 전 정의당 의원은 SNS에 “나는 명씨와 창원대 산업비지니스학과 동기”라며 “10여년 전쯤 경남도의원 할 때 미공표 여론조사를 명씨가 대표인 ‘좋은날리서치’에 한 번 맡긴 적이 있다. 지역에 기반한 여론조사 기관에 공표되지 않는 여론조사를 의뢰한 일을 두고 무슨 ‘리스트’ 운운하며 보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SNS에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은 윤석열 대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 김건희 공천 개입 등 국정농단 의혹 아닌가”라며 “관계없는 정치인(을) 리스트에 올려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지 말길 바란다. 누가 좋아하겠나”라고 적었다.

앞서 강씨 측 노영희 변호사는 지난 21일 기자들에게 ‘(미래한국연구소와) 일한 사람들 명단’이라며 강씨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전현직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윤상현, 윤한홍, 안홍준, 김진태, 김은혜, 이준석, 오세훈, 홍준표, 이주환, 박대출, 강민국, 나경원, 조은희, 조명희, 오태완, 조규일, 홍남표, 박완수, 서일준, 이학석, 안철수, 이언주, 김두관, 강기윤, 여영국, 하태경(직함 생략) 등이 포함됐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윤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핵심인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는 여론조사 기관으로 윤 대통령의 대선 경선·본선 기간 다수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노 변호사는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어제 나온 명단은 강씨가 알고 있는 명씨와 접촉해서 정치계에서 무언가 자리를 잡고 싶어했던 사람들의 명단”이라며 “그 중에 예를 들면 김진태, 박완수, 그 다음에 김영선 이런 사람들은 사실 명씨의 도움을 받아가지고 여론조사도 여러 번 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의 여론 작업들을 조금 했던 사례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나머지 분들은 그렇게까지 깊숙하게 무슨 행동을 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결국에는 여론조사를 의뢰해 뭔가를 진행하려다가 실패하거나 하다가 말았거나 안 했거나 이런 사람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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