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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사설] 대통령의 현실 인식, 이 정도로 민심과 동떨어져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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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회동’ 일차적 책임은 갈라파고스 인식 대통령 몫





서로 다른 곳 보고 있는데 추가 회동한들 뭔 의미 있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81분 회동이 결국 알맹이 없는 빈손으로 끝난 듯하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제기한 ▶대통령실 내 김건희 여사 라인 인적 쇄신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에 제기된 의혹 설명 및 해소 등 3가지 요구 사항에 대해 수용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표 측 박정하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한 대표가 충분히 말씀은 전했고, 다만 대통령 반응이나 분위기는 용산에 확인해 보라”는 말만 반복했다. “해가 진 상황이라 한 대표 표정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도 했다. 인식 차이, 회담 결렬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회동은 여권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으로 평가받았지만, 이제 한 대표의 결심에 따라선 당정이 갈라서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부인하지 못하게 됐다. 당장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서 한 대표 측 세력 8명 이상이 이탈하면 특검법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면담의 구체적 내용은 오늘 점차 밝혀지겠지만, 빈손 회동으로 확인될 경우 일차적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민심이 김 여사에 등을 돌린 걸 알면서도, 대다수 보수 세력까지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하는데도 윤 대통령이 이런 대응을 보였다면 일단 놀랍다. 한 대표의 김 여사 관련 요구에 즉각 굴복하는 모양새가 힘들다면 적어도 “국민적 걱정을 충분히 들었고, 민심에 부응하는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정도의 전향적 자세를 내놨어야 했다. 그리고 다음 달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이하는 시점에 주도적이고 자연스럽게 당정 쇄신을 하든, 김 여사 제어 장치를 만들든 했으면 될 일이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와의 회동 시간도 외교 일정을 이유로 20분가량 늦췄다.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불쾌감을 이런 식으로 노출해선 곤란했다. 국민 속으로 다가가기 위해 용산으로 대통령실까지 옮겼지만 대통령 스스로 용산을 외딴섬, 갈라파고스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대통령의 현실 인식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제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의 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김 여사 활동에 불법은 없다”고 항변해 왔다. 그래서 번번이 대응할 타이밍을 놓쳤다. 이번 면담도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지금 국민이 문제 삼는 건 김 여사의 불법이나 위법보다는 어떻게 신뢰성 없는 인물에게 명품백을 받고, 오랜 기간 문자를 나눌 수 있느냐는 허망함과 분노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이런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 한 대표도 면담 내용을 사전에 공개해 대통령의 운신 폭을 좁혔다.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데,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추가 회동을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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