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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서명하면 추첨 통해 1백만 달러"… 머스크의 유권자 금품 제공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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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개 지지를 밝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보수 청원에 서명한 유권자 추첨 명목으로 경합주 유권자에 하루 1백만 달러(약 13억7700만 원)의 금품을 지급해 선거법 위반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이러한 행위는 법집행 기관의 조사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AP> 통신, 머스크 및 머스크가 설립한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인 아메리카팩의 소셜미디어(SNS)를 보면 머스크는 전날 펜실베이니아 해리스버그에서 열린 행사에서 아메리카팩이 진행하는 청원 서명자 중 한 명을 추첨해 1백만 달러를 지급한 데 이어 이날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 행사에서 또 다른 1명을 추첨해 1백만 달러를 지급했다. 머스크는 당첨금을 수여하며 1백만 달러를 받기 위해 "여러분이 할 일은 헌법을 지지하는 청원에 서명을 하는 것 뿐"이고 "여러분은 투표를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청원에 서명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펜실베이니아는 미 대선에서 가장 치열한 경합주 중 하나다.

청원의 내용은 표현의 자유와 무기 소지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등에서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해 왔다. 무기 소지의 자유는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 온 총기 규제에 대한 반대 의미로 해석된다. 직접적으로 유권자 등록이나 투표를 권유하거나 트럼프 전 대통령에 투표하라는 내용은 없다.

머스크의 청원 관련 현금 지급 시도는 이달 초 시작됐다. 아메리카팩은 이달 7일 청원에 서명한 등록 유권자에 대한 추천인에게 47달러(6만5000원)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머스크의 제안은 서명을 통한 유권자 정보 수집 차원에서 이뤄지는 법을 우회한 행위 정도로 풀이됐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후 청원에 서명하거나 서명을 추천한 펜실베이니아 등록 유권자라면 지급금이 100달러(13만8000원)로 뛴다고 밝혔고 지난 19일부턴 서명한 등록 유권자 본인에게 하루 한 명 추첨을 통해 1백만 달러 당첨금 지급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위법 논란에 직면했다. 이러한 서명 보상 및 당첨금 지급은 대표적 경합주인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건,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주 등록 유권자에게만 제공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의 금품 제공이 선거 관련 연방법을 위반할 소지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본다. 연방법은 유권자 등록 또는 투표를 위해 금품을 지급하거나 제안 또는 수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법무부 지침에 따르면 여기엔 현금, 주류, 복권 기회, 식품 구매 할인권(푸드 스탬프)와 같은 복지 혜택을 포함해 금전적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선거법 전문가인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법학 교수 릭 하센은 19일 누리집을 통해 머스크의 금품 지급이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하센 교수는 같은 날 미 NBC 방송에 머스크의 슈퍼팩이 일반 대중이 아닌 등록 유권자에게만 당첨금을 제공하는 점이 이 계획을 불법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행위가 "본질적으로 복권 만들기"이며 "유권자 등록을 한 사람만 복권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청원서엔 직접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유도하는 문구는 없지만 하센 교수는 "이 법을 위반하기 위해 특정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방 당국이 머스크를 기소하거나 이러한 방식의 금품 지급을 중지하라고 경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선거자금 전문 변호사인 브렌던 피셔도 서명 추천인에게 47달러를 지급하는 머스크의 초기 계획은 "합법적"이라고 봤지만 현 상황에 대해선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모든 청원자에게 자격이 있다면 적법성에 대한 의구심이 거의 없겠지만 유권자 등록을 지급 조건으로 내건 것은 거의 틀림없는 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머스크가 유권자 등록에 대해 직접 보상한 게 아니라 등록 유권자만 참여할 수 있는 청원에 대해 당첨금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추천으로 2000~2005년 미 연방선거위원회(FEC) 위원으로 활동한 브래드 스미스의 경우 머스크가 "유권자 등록을 위해 돈을 지급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러한 금품 지급이 아직 "회색 지대"라고 봤다고 전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선거자금 전문 변호사 브렛 카펠은 머스크의 행위가 설사 불법으로 판단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금품 제공은 그의 슈퍼팩이 "사람들을 트럼프에게 투표하도록 하는 목표에 근접하지 못한" 징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8일 아메리카팩이 방문 모금 캠페인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관련해 주 또는 연방 차원의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민주당 소속인 샤피로 주지사는 20일 NBC에 머스크가 펜실베이니아 등록 유권자들에게 돈을 주겠다는 계획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법집행 기관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합법성 관련 질의에 미 법무부 대변인이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NBC는 머스크와 아메리카팩 쪽이 관련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아메리카팩을 설립한 머스크는 7~9월 아메리카팩에 7500만 달러(1033억 원)를 쏟아 부었고 이 기간 유일한 기부자였다.

프레시안

▲2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설립한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아메리카팩의 청원에 서명한 등록 유권자 중 한 명을 추첨해 1백만 달러(약 13억7700만원)를 지급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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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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