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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이슈 로봇이 온다

로봇개가 순찰, 로봇팔이 문짝 스크래치 확인…미래의 車 이렇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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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공장의 설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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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개 ‘스팟’(SPOT)이 네모난 눈으로 공장 곳곳을 살펴본다. 기계에 설치된 계기판에 성큼성큼 다가가 코와 입을 들이민다. 압력계 상태 ‘정상’, 설비 온도 20도 ‘정상’. 공장 점검을 이어가던 스팟이 멈춰선 건 쓰러진 사람 앞에서다. 관제실에 구조 요청 신호를 보내 비상상황을 알렸다.

현대차·기아가 21일 공개한 ‘스팟 인더스트리 와이드 솔루션’ 기술이다. 이날 경기도 의왕시 현대차그룹 의왕연구소에서 만난 오석훈 선행생기센터 로봇응용솔루션지원팀 책임매니저는 “로봇개가 공장 곳곳의 장애물을 피해 다니며 설비의 계기판이나 이상 유무를 점검한다”며 “특히 위험한 공정이나 사람이 적은 야간 시간에 스팟을 투입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팟은 현대차그룹의 로봇 개발사 보스톤다이내믹스가 만든 4족 보행 로봇이다. 눈·코·입 부위의 센서로 데이터를 취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비전 처리, 빅데이터 등 분석을 할 수 있다. 공장 관제 업무를 비롯해 자동차 제조 공장의 품질 검사, 농업 분야에서 무인 수확, 경비·보안 업무 등을 할 수 있어 산업 현장 활용도가 높다.

현대차·기아는 스팟을 비롯해 스마트 팩토리 혁신 제조 기술을 임직원 및 협력사 등과 공유하는 신기술 전시회 ‘이포레스트 테크데이’를 오는 22일부터 사흘간 의왕연구소에서 개최한다. 올해 5회째를 맞는 이번 전시 주제는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공장’(Software Defined Factory·SDF)으로, SDF·도심항공모빌리티(AAM)·로보틱스·스타트업 등 4개의 테마관에서 200여종의 신제조 기술이 소개된다. 전시회 시작 하루 전인 이날 현대차·기아는 미디어에 일부 전시 내용을 사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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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레스트 테크데이’ 행사장에 전시된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AAM 기체 ‘S-A2’의 1:3 축소 모형. 사진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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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는 공장 설비기능·성능·제조지능 등을 소프트웨어(SW)로 신속하게 업데이트해 생산성·유연성·품질을 향상하는 스마트 팩토리다. 미래 소프트웨어기반 차량(SDV) 차량 생산이 본격화할 경우 고객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제품을 누구보다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DF가 실현된 미래 공장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먼저 제조지능이 고도화되고 유연성이 확보되는 만큼 데이터와 SW를 기반으로 공장 운영을 할 수 있다. 생산 준비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생산속도 향상, 신차 투입 시 투자 비용 절감, 품질 향상 등도 기대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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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차량의 판넬 품질을 자동 검사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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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중량의 UAM 동체와 날개를 1㎛(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자동 정렬해 조립하는 ‘UAM 동체·날개 자동 정렬 시스템’. 사진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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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한편에선 로봇팔이 차량 문짝에 요리조리 조명을 비춰가며 촬영하고 있었다. AI로 완성차의 외관 찍힘·스크레치 검사를 하는 모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완성차의 외관이 레퍼런스(기준) 이미지와 다른 경우 로봇이 불량을 표시해 알려준다. 부품 사양이 다른 경우도 알려준다”며 “소프트웨어(SW)를 내재화해 제조과정부터 차종·공장별 맞춤 솔루션으로 검사 품질을 향상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의 공장에는 위험하거나 반복적이고, 사람이 하기에 까다로운 공정 등을 로봇이 수행하는 기술이 많이 쓰인다. AI 비전 알고리즘으로 호스·와이어와 같은 부품의 피킹 포인트를 자동으로 산출하는 ‘비정형 부품 조립 자동화 기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조립 시 고중량의 UAM 동체와 날개를 1㎛(마이크로미터, 1㎛=0.001㎜) 단위로 자동 정렬해 조립하는 ‘UAM 동체·날개 자동 정렬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이동호 현대차그룹 전동화생기센터 A-MIO책임매니저는 “UAM 동체와 날개를 조립할 때 0.75㎜ 크기의 구멍 10개를 동시에 매칭해야 하고, 핀홀 공차가 25㎛로 A4 종이 두께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아 매우 까다롭다”며 “고중량의 UAM 동체와 날개를 1㎛씩 자동 정렬해가며 정밀 체결하는 기술을 개발해 기존에 3~5일 걸리던 작업 시간을 단 몇 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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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현대차그룹 이포레스트센터장(상무)가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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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생산 공장에서 신기술 활용을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재민 현대차그룹 제조솔로션본부 이포레스트센터장(상무)은 “한 예로 현재는 차량 도어 장착시 단차(문과 차체 간 거리)를 조절할 때 인간 작업자의 노하우에 의존하고 있다”며 “관련 데이터를 모아 AI로 분석·판단해 간격 단차를 조정하면 공정 과정에서 비효율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제조 공정이 AI 데이터 학습을 통해 발전하고 있는만큼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SDF 기술로 제조비용의 3분의 1 이상을 절감하는 게 목표”라며 “이번 전시에서 소개한 신기술을 현재 건립 중인 울산 전기차(EV) 전용 공장에 최대한 적용하고, 향후 신공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왕=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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