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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표본 왜곡·질문 유도…'떴다방 여론조사' 없앨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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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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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관악청사


'선거 브로커'로 불리는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으로 정치권의 화두가 된 선거 여론조사 왜곡 문제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근절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여론조사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는 오늘(21일) '명태균 의혹'과 관련해 개선 방안 연구와 검토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명 씨의 사례를 통해 불거진 선거여론조사 조작·왜곡은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지적됐던 문제입니다.

여심위는 21대 총선에서 여론조사 위법행위 117건에 대해 고발, 수사 의뢰, 과태료, 경고 등의 조치를 했습니다.

22대 총선 조치 건수도 127건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정한 여론조사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왜곡과 조작입니다.

결과 조작은 이른바 '숫자 마사지'로 불리는 가중값 조정을 통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성별·연령·지역 등 계층별 응답률이 고르지 않을 때 적용되는 가중값을 특정 후보나 정당에 유리하도록 과도하게 부여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가중값 조정은 명 씨의 여론조작 조작 의혹과도 연결됩니다.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는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 실무자인 강혜경 씨에게 "윤석열(대통령)이를 좀 올려 갖고 홍준표(현 대구시장)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고 말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표용 여론조사의 가중값을 0.7~1.5로 제한하고 있지만, 미공표 여론조사의 경우 별도의 규정이 없습니다.

명 씨가 실시한 미공표 여론조사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조사 대상에 특정 후보나 정당에 유리한 대상을 추가하는 방식과 자사 표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방식도 조사 결과를 왜곡할 수 있습니다.

통신사로부터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받아 무작위로 실시하는 여론조사에 특정 성향을 가진 집단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군산시장애인체육회 전·현직 사무국장은 지난 총선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의 당내 경선을 돕는 과정에서 휴대전화 약 100대를 경선 여론조사 응답용으로 개통해 여론조사를 왜곡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습니다.

여론조사 대상자의 답변을 유도하는 조사 왜곡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여심위가 22대 총선에서 여론조사 거짓 중복응답 지시·권유·유도 등에 대해 내린 조치는 27건입니다.

문자메시지나 온라인 대화방을 통해 유권자나 당원을 상대로 연령대와 지지 정당, 지지 후보, 당원 여부 등을 거짓으로 응답하도록 하는 사례 등입니다.

김광열 경북 영덕군수 측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대화방에서 나이와 성별 등을 거짓으로 응답하도록 유도하는 글을 게시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혐의로 기소돼 9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습니다.

여심위는 이러한 여론조사 왜곡을 막기 위해 미공표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공표용 여론조사와 마찬가지로 가중값 등에 대한 규제를 동일하게 받도록 하는 방안과 조사 실시 신고 면제 대상을 축소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입니다.

현재는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의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만 명 이상인 인터넷 언론사는 여론조사 신고 면제 대상으로 규정돼 여심위가 조사 현황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심위는 또 공표용 여론조사 성실 응답자에 대한 인센티브(보상) 제공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추진 중입니다.

인센티브 제공으로 여론조사업체가 부담해야 할 조사 비용이 커지면, 신뢰할 수 없는 여론조사 난립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의혹의 중심인 미공표 여론조사에 대한 규제와 조사 왜곡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언론 통화에서 "명 씨처럼 여론조사를 미공표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미공표 여론조사가 언론에 보도만 안 되고 SNS(소셜미디어) 등에 유포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여론조사를 악용할 의도로 조작하면 업체에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문제가 된 대표만 바꾸고 '떴다방' 식으로 운영되는 영세 여론조사 업체를 규제하고, 과거 처벌받은 사람은 다시는 조사를 못 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여론조사 시장의 문제는 업체의 난립"이라며 "여론조사 실시에 대한 신고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좋은 개선 방향"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 교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시장 자체의 정화 기능 강화"라며 "수준이 높은 업체를 중심으로 내실화된 여론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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