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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이스라엘군, 이번엔 헤즈볼라 ‘금융 네트워크’ 타격···베이루트 전역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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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일대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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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돈줄을 끊기 위한 공세에 돌입했다.

이스라엘군은 20일(현지시간) 헤즈볼라와 연계된 금융기관 ‘알카르드 알하산’을 타격하기 위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일대를 공습했다.

앞서 미국은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인구가 밀집된 수도 일대는 공격하지 말 것을 이스라엘에 요구했으나,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베이루트 전역에서 최소 10차례 이상 공습이 단행됐다. CNN은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 남부에 있는 알카르드 알하산 지점 3곳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알카르드 알하산이 “헤즈볼라의 테러 활동에 자금을 대고 있다”며 이 금융기관 지점 인근에 사는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1983년 설립된 알카르드 알하산은 레바논에 기반을 둔 비영리 금융기관으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시아파 신도들에게 무이자 대출을 제공한다. 헤즈볼라에 대한 자금 조달 뿐만 아니라 레바논에서 사실상 은행 역할을 하고 있는 금융기관이다.

레바논 전역에 30개 넘는 지점을 두고 있으며, 이 중 15곳은 인구가 밀집된 베이루트 중심부와 교외 지역에 있다. 지점 대부분이 주거용 건물 1층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레바논 내 시아파 인구 약 30만명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부는 이란이 알카르드 알하산을 활용해 헤즈볼라와 다른 무장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고 2007년부터 이 조직을 제재해 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번 공격의 목표가 “헤즈볼라의 금융 네트워크를 파괴하고 헤즈볼라와 시아파 공동체 간 신뢰를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국제사회의 거듭된 규탄에도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유니필) 관련 시설을 또다시 공격했다.

UNIFIL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마르와힌 지역의 UNIFIL 감시탑과 주변 울타리를 고의적으로 불도저로 밀어버렸다며 “유엔 자산을 훼손하는 것은 국제법 및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 소탕을 위한 지상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군은 전투에 방해가 된다며 안보리 결의에 따라 이곳에 주둔한 UNIFIL 부대의 철수를 요구해 왔으며, 유엔군 및 그 시설까지 공격해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샀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UNIFIL의 감시탑과 감시카메라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유엔군의 전쟁 범죄 감시 활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공격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스라엘군의 계속된 공격과 시설 파괴로 레바논·이스라엘 국경지대인 ‘블루라인’에 주둔한 UNIFIL 대원들은 식수 공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역시 이 일대에 깨끗한 식수가 부족해 콜레라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전날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소 87명이 숨진 가자지구 북부 도시 베이트라히야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계속되는 공격과 통신 두절로 구조 작업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여전히 수많은 희생자가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매몰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 외과의사 마흐무드 알하지 아메드는 워싱턴포스트에 “거리에 부상자가 많이 있으나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사람 누구나 이스라엘군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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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한 팔레스타인 아이가 식수를 배급받은 뒤 돌아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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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은 이달 들어 하마스가 재결집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가자지구 북부를 포위하고 구호품을 끊은 뒤 대규모 폭격을 퍼붓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봉쇄로 가자 전역에 들어오는 구호품이 급감한 가운데 국제사회는 항공기를 활용한 구호품 공중 투하 작전을 재개했으나, 가자지구 중부에서 3세 아이가 공중에서 떨어진 구호품에 맞아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호품을 공중에서 떨어뜨리는 방식은 육로 이송보다 비효율적이고 비용도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민간인이 다칠 위험도 커 분쟁지역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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