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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최상급 가죽 가방 쇼핑이 빈민 돕는 일”…한국 진출한 윤리적 브랜드 ‘B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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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소셜 비즈니스 기업 보더리스그룹
다구치 가즈나리 대표 인터뷰

전세계서 사회 문제 해결위한 사업
동남아 빈민 돕는 가죽 브랜드 BLF
이랜드그룹과 손 잡고 한국에 진출
최상급 가죽 합리적 가격에 선보여


“19살 때 TV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아프리카 모자를 보고, 그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몇 번의 후원으로는 빈곤과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어, 이후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보더리스그룹은 지난 2007년 3월 다구치 가즈나리 대표가 ‘소셜 비즈니스로 세상을 바꾼다’는 꿈에 기반해 설립한 ‘소셜 비즈니스(Social Business)’ 기업이다.

기후 위기, 자원 순환, 장애인 고용, 난민 등 세계 각국 정부가 손 대지 않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을 포함한 세계 13개국에서 51가지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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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구치 가즈나리 보더리스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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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라고 할지라도 핵심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익을 얻는 것이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충실했던 까닭에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덕분에 올해 예상 매출액은 102억 엔(약 945억 원)으로 100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런 보더리스그룹이 이랜드와 손 잡고 한국에 진출했다. 가죽 전문 브랜드 ‘비즈니스 레더 팩토리(Business leather factory, 이하 BLF)’를 통해서다. 지갑과 가방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죽 제품을 선보이는 BLF의 한국 첫 번째 매장이 얼마 전 NC강서점에 문을 열었다.

매일경제는 최근 BLF의 한국 진출을 기념해 방한한 다구치 가즈나리 보더리스그룹 대표(이하 다구치 대표)를 만났다.

다구치 대표는 이랜드와의 협력에 대해 “이랜드에서 먼저 BLF를 알아보고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안을 주었다”며 “소셜 비즈니스는 수익을 내는 것이 전부가 아닌데, 이랜드에는 우리와 뜻이 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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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강서점 1층 BLF 매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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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리스그룹은 BLF를 통해 방글라데시 빈곤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데, 일자리가 없어 끼니도 해결하지 못하는 빈민들에게 일자리와 기술교육을 지원한다. 쉽게 말해 BLF 제품을 판매해 얻은 수익으로 방글라데시 가죽 공장을 운영하는 것.

값싼 노동력으로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차린 것과 구분되는 점은, BLF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장애인이거나 미혼모 같은 사회적 약자라는 점이다. 방글라데시 내에서도 가장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고용해 이들을 지원하는 것에 적극적이다.

다구치 대표가 방글라데시 빈민들을 돕게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우연한 기회에 방글라데시를 갔다가 최빈국인 그 나라에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며 “현지 자원을 활용해 일자리를 만들 수 없을까 고심하다 ‘가죽’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국민들은 상당수가 이슬람교로, 매년 ‘희생제’라고도 알려진 ‘이드 알 아드하’ 축제를 연다. 이 축제 때 이슬람교도들은 소를 도축해 가난한 사람들과 나눠 먹는데, 이때 가죽이 대부분 폐기된다. 다구치 대표는 질 좋은 가죽을 그냥 버리는 게 아깝게 느껴졌고, 대신 일본 가죽공예 장인의 기술을 접목하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구치 대표는 “가죽 품질이 최상급”이라며 “가죽은 A1부터 A5까지 등급을 나누는데, BLF가 쓰는 가죽은 전부 A1과 A2로 가장 좋은 등급”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싼 가죽을 쓰지만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과정을 자체적으로 해냄으로써 비용절감을 이뤄냈고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워낙 좋은 품질의 가죽을 쓰고 있기에 최대한 소재가 돋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은 심플하게 하고 대신 다양한 색상으로 변주를 줬다. 남녀노소 누구나 멋스럽게, 또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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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BLF 매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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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다구치 대표는 한 번 사면 평생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는 “가죽은 평생 쓸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한데, 부자재는 3년 정도면 닳아 제품 효용이 떨어지더라”며 “필요시 부자재를 교체해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 재단하고 남은 자투리 가죽을 재활용하는 리싸이클링을 시행하고 있다. 다구치 대표는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 브랜드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마침 가치 소비의 필요성이 대두하는 시기다. 다구치 대표는 “요즘 윤리적인 물건을 사는 것으로도 사회가 나아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그런 브랜드를 생각했을 때 딱히 잘 떠오르진 않는 것 같다”면서 “‘윤리적 브랜드=BLF’라는 공식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한국 진출을 계기로 중국과 미국, 유럽 등으로 확장해 일본을 대표하는 윤리적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BLF는 향후 구두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의류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카즈나리 다구치 대표

△1980년 일본 후쿠오카 출생 △2001년 워싱턴 대학교 유학 △2004년 와세다 대학 상학부 졸업, 주식회사 미스미 입사 △2005년 유한회사 보더리스 재팬 창업 △2007년 주식회사 보더리스 재팬 설립 △2024년 BLF 한국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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