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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사설] 안에선 ‘보신주의 경고’, 밖에선 ‘중국 D램 굴기’ 마주한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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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위기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도체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하다 올해 3분기 ‘어닝 쇼크’를 낸 뒤 ‘허약한 반도체 거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대로 가다간 반도체 1위 기업이었다 몰락한 일본 도시바나 미국 인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초격차’를 유지하던 삼성전자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안타깝다.

삼성전자 실적 부진은 반도체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라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미래 먹거리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선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삼성 HBM의 엔비디아 납품이 감감무소식인 와중에 TSMC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58%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도 ‘반도체 굴기’를 앞세운 중국 업체의 기술 성장과 물량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 D램 생산량이 올해 전 세계 생산량의 10%를 넘길 걸로 전망돼 ‘삼성·하이닉스·마이크론’의 글로벌 D램 3강 체제도 위협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미래 성장성을 중시하는 주식 시장 평가는 냉혹하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3일부터 28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투매하고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 주가는 6만원 선이 깨지며 1년7개월 만에 ‘5만전자’가 됐고, TSMC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의 3배에 달한다.

1980년대 모두 불가능하다고 본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 뒤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로 경쟁업체를 압도해 온 삼성전자의 총체적 위기라 할 만하다. 위기의 원인은 내부에 있다. 혁신과 도전보다 보신주의가 팽배해지며 원가 절감이라는 무사안일한 경영에 안주해 온 탓이 크다. 삼성 5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초기업노동조합이 “현재 인사제도하에서 보신주의 리더가 넘쳐나고 있다”고 한 지적이 뼈아픈 이유다. ‘삼무원(삼성전자 공무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조직이 관료주의화하면서 눈앞의 성과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혹평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실적 발표 후 이례적으로 ‘반성문’까지 발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재용 회장이 책임감을 갖고 지금 어떤 해결책을 구상하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 불량품 15만대를 전량 폐기한 ‘애니콜 화형식’ 같은 획기적인 위기 극복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경향신문

전장 대비 2.32% 내린 5만89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3월 16일(5만9900원) 이후 1년 7개월 만에 종가 기준 6만원 선을 내줬던 지난 10일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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