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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해외 한인 네트워크 손잡고 한국판 엔비디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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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창업자연합 UKF 출범 ◆

매일경제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뱅크오브아메리카파빌리언에서 UKF 주최로 열린 '2024 NYC 스타트업 서밋'에서 참가자들이 개막사를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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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에 처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백 개의 벤처투자회사에 무작정 이메일을 보냈을 때 저에게 연락해 도움을 준 곳은 한국계 분이 일하는 투자회사였습니다."

암모니아 기반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기업인 아모지의 우성훈 대표는 "창업 과정에서 힘든 순간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한인 네트워크의 힘 덕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 대표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뱅크오브아메리카파빌리언에서 한인창업자연합(UKF)이 개최한 '2024 NYC 스타트업 서밋'에 참석해 자신의 창업 경험을 공유했다. 아모지는 암모니아 연료전지 선박을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으로, 지난달 뉴욕 허드슨강 지류에서 세계 최초로 무탄소 암모니아 전력 솔루션 실증 선박의 항해를 성공시켰다.

우 대표에 따르면 아모지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재학생인 한국인 4명이 미국 브루클린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초기 투자를 유치하는 데 실리콘밸리 한국계 심사역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사업을 확장해 나갈 때마다 전 세계 한인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았다. 아모지는 아마존·아람코 등 해외 기업에서 투자를 받았지만 SK이노베이션과 고려아연 등 한국 기업들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미국 내 이민자 커뮤니티와 모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가장 잘 결합된 사례는 유대인·이스라엘 커뮤니티다. 미국·이스라엘 비즈니스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출신이 창업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은 10월 현재 88곳에 달한다. 이스라엘에서 시작해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도 60곳이 넘는다. 이스라엘 기업이 미국 빅테크에 인수되는 경우도 많다. 모빌아이는 2017년 인텔에 150억달러, 멜라녹스는 2019년 엔비디아에 69억달러에 인수됐다. 두 기업은 빅테크에 인수된 뒤에도 모국에서 많이 고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와 대만 TSMC도 대만 기업과 대만 출신 창업자의 협력으로 오늘날의 위치에 올랐다. 1993년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엔비디아는 TSMC의 도움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었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후 엔비디아와 TSMC는 30년 넘게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UKF는 한국에서 태어난 창업자가 한국에서 만든 스타트업과 미국에서 자란 창업자가 미국에서 만든 한인 스타트업 모두를 포함하는 단체다. 이날 열린 행사에는 한국에서 온 창업자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자라난 1.5세, 2세 창업자들도 참여했다.

다이애나 리 컨스텔레이션 창업자 겸 대표는 한국인 이민자의 딸로 태어나 직원 200명 규모의 글로벌 애드테크 기업을 키웠다. 그는 "한국인들은 서로에 대해 너무 비판적이고 기대치가 높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환경이 성공 비결이 됐다"고 설명했다. 마이크 주 뱅크오브아메리카 투자은행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금 미국 월가와 곳곳에 한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 "투자와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기업 상장부터 법률 자문까지 한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창업에 성공한 후 미국으로 건너와 다시 유니콘 기업을 만든 김동신 센드버드 창업자는 "한국은 점차 인구가 줄어들면서 국내에 머무르는 기업들이 더욱더 가혹한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한국 스타트업들은 창업 때부터 반드시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국내 벤처투자도 꼭 한국에 본사가 있고 창업자의 국적이 한국인 곳에만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세주 UKF 공동의장은 "대기업들이 지금처럼 계속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국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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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주·이기하 UKF 공동의장과 장승준 매경미디어그룹 부회장(왼쪽부터)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디어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욕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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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과 매경미디어그룹은 UKF의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해 한국과 미국을 잇는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함께하기로 했다. 또한 매경미디어그룹이 서울시와 함께 개최하는 '트라이에브리싱(Try Everything)'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스타트업들이 UKF가 주최하는 미국 내 행사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매일경제는 UKF 개최에 앞서 국내 스타트업 유관 기관을 모아 UKF 자문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한국무역협회, KDB산업은행,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박영훈 디캠프 대표는 "한국에서 초기 스타트업들을 키우고 있는데, 앞으로는 어느 정도 성장한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더 지원하고자 한다"며 "협력을 통해 스타트업들이 한국에서 미국까지 연속성을 갖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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