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치킨 게임’으로 흐르고 있다. 사진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 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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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이를 막으려는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 간의 분쟁이 21일 분수령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영풍·MBK가 낸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이르면 이날 판단을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최 회장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개인적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고려아연은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회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주장해왔다. 법원 판결에 따라 양측의 대응 방식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MBK에 따르면, 영풍·MBK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일단 법원에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현재 최 회장 측 12인 대 영풍 측 1인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영풍·MBK에 유리하도록 바꾸기 위해서다. 영풍·MBK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지난 14일 공개매수 종료후 38.47%로 늘어나며 최 회장과 최 회장 우호세력의 지분율(33.99%)보다 높아졌다.
김영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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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각·인용시 양측의 대응 방식은
그러나 양측의 지분 차이가 4.48%포인트에 그치기 때문에 주총에서 표 대결이 중요한 상황이다. 표 대결 준비 방식은 21일 나올 법원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자사주 공개매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경우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공개매수한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으므로 의결권 주식 기준 지분율 차이는 변화가 없다. 특히 고려아연은 공개매수한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고려아연의 우군으로 참여하는 베인캐피털의 공개매수(지분 2.5%)가 성공하면 최 회장과 최 회장 우호세력 지분율은 36.49%로 올라 영풍·MBK과 지분율이 2%포인트 이내로 줄어든다.
법원이 자사주 공개매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중단된다. 그러면서 의결권 있는 지분을 매입하려는 양측의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는 장내 주식 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은 우군 베인캐피털의 공개매수를 계속 진행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매각하는 방식 등으로 자사주를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바꾸는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5, 8월 5500억원 상당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해 현재 3.8%의 자사주를 매각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모두 매각하면 지분 경쟁에서 다시 영풍·MBK를 역전할 수 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서민금융진흥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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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으로 갈 듯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지분 대결을 해도 어느 한 쪽이 2~3%포인트 앞서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임시 주총의 캐스팅 보터(결과를 좌지우지하는 투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의 지분 7.83%(위탁 보유 물량 일부 처분 관측)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이 임시 주총에서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주총 표 대결의 결과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국민연금이 고려아연의 정기 주총에서 현 경영진 손을 들어준 만큼 앞으로 임시 주총에서도 같은 결과일 것으로 고려아연은 기대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가 기간 산업 보호 측면, 임직원들의 반발 등을 고려했을 때 국민연금이 MBK 손을 들어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영풍·MBK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이번 분쟁은 쉽게 끝나기는 어렵다. 영풍·MBK이 원하는 건 최 회장을 해임하고 이사회를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로 재편하는 것인데, 임기가 만료되지 않은 이사를 교체하는 것은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상법상 이사의 해임은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최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다만 영풍·MBK가 12명 이상의 이사를 새로 선임해 자신 측 이사를 과반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이럴 경우에도 이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국민연금이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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