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공중 급유 훈련 등 군 동향 담겨
정보 획득·유출 경위 놓고 논란 확산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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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대(對)이란 보복 공격 준비 동향이 담긴 미국 정부 기밀 문건이 유출됐다. 이스라엘의 민감한 군사 정보가 동맹국인 미국을 통해 노출된 셈이다. 가뜩이나 신뢰도가 떨어진 미국·이스라엘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공중발사탄도미사일 훈련도
1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정보 문서 두 건이 전날 친(親)이란 텔레그램 채널 '미들이스트스펙테이터'를 통해 유포됐다. 독립 언론을 표방하는 이 단체는 국제 정세에서 이란 시각을 대변하는 게시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가 지난 3월 남부의 한 공군기지에서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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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 문건에는 이스라엘군이 지난 15, 16일 장거리 목표물 타격 훈련을 했다는 정보가 기재돼 있다. 훈련에선 전투기 공중 급유 및 공중발사탄도미사일(ALBM) 발사 등을 연습했다고 한다. 이 같은 군사 훈련은 이스라엘에서 약 2,000㎞ 떨어진 이란 영토를 공습하기 위한 사전 준비로 해석된다.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에 탄도미사일 최소 181기를 퍼부은 데 따른 보복 공격 연습인 셈이다. 문건은 훈련 직후 작성됐으며 '1급 기밀(top secret)'로 분류됐다고 CNN은 전했다.
"미 정부, 이스라엘 감시" 논란
다만 논란은 '이스라엘군 동향'보다 '미국의 정보 입수 및 유출 경위'에 집중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이스라엘군 전력은 이미 알려진 것이어서 중동 정세에 큰 파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문건 속 정보가 미 국방부 국가지리정보국(NGIA)과 국가안보국(NSA)에서 생산됐다는 점이다. 각각 정찰위성 이미지 분석과 도청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미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을 긴밀하게 감시하고 있었음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문건 유출 경위를 두고도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정부 전산망이 이란 정보요원들에게 뚫렸거나 미 정부 직원이 문건을 빼돌렸을 경우 '추가 공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에 전달한 기밀 정보가 이란에 넘어갔다면 이스라엘로서는 격앙된 반응을 보일 공산이 크다. 문건을 유출한 미들이스트스펙테이터는 "익명 계정을 통해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정보 출처를 모른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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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일부러 문건을 흘렸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동 확전을 꺼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반전(反戰) 여론을 자극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이란 공격 수위를 낮추도록 압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스라엘 매체 하욤은 "'이스라엘 통제력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 정보 역량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문건을 유출시켰다는 관측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문건 유출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CNN은 익명 소식통을 인용, "미국 국방부가 누가 해당 문건에 접근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며 "연방수사국(FBI) 및 정보기관도 유출 경위 파악에 동참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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