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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르포]"투자 물꼬"…세계 마켓 심장 '뉴욕'에 뜬 韓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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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024 NYC 스타트업 서밋 동행 취재]
경기도 업체들의 열혈 투자유치
현지 투자사 '접촉 포인트' 확보
상품과 기술의 '미래 가치'로 승부
美 기관, 투자사 등 투자 논의키로
현지 성공 기업가들과 정보 공유
김동연, '3대 스타트업 전략' 발표
金 "담대한 혁신 엔진 풀가동해야"
노컷뉴스

미국 뉴욕타임스퀘어 일대에서 튠잇 송영욱 대표가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손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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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바이어들 만나는 것 자체가 황금 같은 기회죠. 이런 행사들로 벤처 '생태계'가 만들어져 시너지를 내길 기대합니다."

18일 오전 11시쯤(현지시간) 세계 금융·상권 심장인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파빌리온 내 연회장에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홍보부스를 찾은 업체 관계자와 현지 투자자 등이 몰렸다.

벽면에 있는 대형 전광판에는 경기도 업체들의 로고들과 함께 '2024 NYC STARTUP SUMMIT' 문구가 빛났다.

한국 스타트업 직원들은 투자자들에게 제품과 특허 기술을 영어로 소개하며, 미국 시장에서의 비즈니스 가능성을 피력했다.

미주에서 창업·정착에 성공한 기업인들로 구성된 비영리단체인 UKF(United Krean Founders)가 개최한 NYC 스타트업 서밋은 해외 시장 진출을 갈망하는 도내 스타트업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기회가 됐다.

성남시에서 온 '튠잇'의 송영욱(47) 대표는 최근 뉴욕 내 배달라이더들의 자택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에 주목했다. 독자 개발한 전기자전거의 교환형 배터리 관리 플랫폼(과열 시 알람·차단 기능 등 탑재)을 출시할 최적지로 뉴욕을 겨냥, 기존 오토바이 중심인 국내 배달업계와 달리, 뉴욕에는 전기바이크 라이더가 6만 5천명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현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투자사를 섭외하고 제도적 해법을 찾아야 하는 등 장벽은 높았다. 누구부터 만나야 하는지조차 엄두가 나질 않았다. 현대자동차라는 공룡기업을 떠나 처음 맛본 좌절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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튠잇 손 대표가 뉴욕시 경제개발공사(NYCEDC) 최고운영책임자에게 자사 제품과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해당 공사는 업체 측에 정식 이메일 자료를 요청했다.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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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송 대표에게 경기도 제안으로 참여하게 된 서밋은 단비였다. 초기 투자비 65억 원가량을 유치하려 1년 가까이 헤매던 그는 이제서야 미국 바이어들 앞에 설 수 있게 됐다.

송영욱 대표는 "경기도라는 공공기관이 뒤에 있어 든든하다"며 "해외 네트워크가 약한 스타트업들에겐 단순 컨설팅보다 투자사 직접 연계나 자금 융자 지원 등이 더 절실한데, 도에서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줬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투자사 접점 확보"…美 진출 채널 발굴한 스타트업들

성남 판교 산업단지에 둥지를 둔 2년차 새내기 스타트업인 '모스포츠' 송윤수(43) 대표는 러닝크루(달리기모임) 문화에 젖어든 MZ세대를 타깃으로 친환경 고분자 충격흡수 소재를 개발해 상품화에 성공했다. 땅에 묻으면 6개월 안에 100% 생분해되는 물질로, 운동화 중창에 이런 기술이 적용된 건 처음이다.

그는 경쟁이 과열된 국내 스포츠화 시장을 뛰어넘어, 25배 이상 규모인 미국 시장에 문을 두드려 왔다. 한국에서는 매출 규모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지만, 미국의 투자업계는 장기적 안목으로 기술에 가치를 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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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포츠 송윤수 대표가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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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밋에서도 송 대표는 완제품에 대한 이미지 홍보와 함께, 해조류에서 추출한 기름을 활용해 친환경·고효율 신발 소재를 만드는 신기술을 알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

송윤수 대표는 "글로벌 러닝 마켓에 대한 큰 기대감을 안고 서밋에 참여해 정말 다양한 바이어들을 만나 기술 중심의 IR(기업홍보)을 할 수 있었다"며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시설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공간에 더해 국제시장과의 접점을 찾아주는 지원까지 받게 돼 많은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알짜 설명회'로 정식 투자 논의 요청 등 성과 이어져

이 같은 경기도내 스타트업들이 미주 시장에 진출할 길이 더 넓어질 전망이다.

UKF의 2024 NYC 스타트업 서밋은 500여 명(등록 350명 및 기타 포함)의 현지 투자자들과 22개 도내 스타트업, 공공기관과 지원시설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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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미국 현지 투자자들이 업체별 홍보부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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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서밋을 계기로 국내 스타트업들이 시장 확대의 필수 조건인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인맥을 형성하고, 여러 제도와 인프라(현지 사무실 등) 준비 절차 등에 관한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실제 일부 업체들은 미국 민간 투자사와 개발 관련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향후 협의 진행을 위한 세부 자료 요청을 받기도 했다. 전날 W뉴욕타임스퀘어 호텔에서 60여 명의 투자자들을 상대로 열린 피칭(투자 설명회)과 이날 기업홍보를 이어 온 성과다.

특히 서밋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미주 내 '성공한 선배들'인 UKF 소속 기업가들과 토론하고 개별 면담을 진행하며, 각 업계 현황과 성공·실패 사례도 공유했다. 행사 사회는 가수 출신인 이소은 변호사가 맡았다.

앞으로도 도는 온라인(이메일 등)을 통해 현지 바이어들과의 추가 논의가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별 맞춤형 지원을 할 예정이다.

김동연 "3대 전략으로 스타트업 끌어올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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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밋 개회사를 하고 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박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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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주최측 요청에 따라, 애초 예정됐던 축사에서 격상된 '개회사'를 통해 창업정책의 중요성과 방향을 제시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스타트업과 혁신가들의 고향이자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를 품은 국내 산업경제의 중심이다"라며 "경제부총리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늘 약속한 '스타트업 천국'을 만들기 위해 계속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클러스터링(집적화)·네트워킹(관계 형성)·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3가지를 설정했다.

먼저 그는 "기존 판교 허브를 포함한 20개 이상 지역에 국내 창업 신공간 20만평을 조성하는 '판교+2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판교의 강점과 역량이 도내 곳곳에서 발휘되도록 하는 것으로, 31개 시·군 중 3분의 2 지역에 스타트업의 요람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네트워킹은 '기회'의 확장을 의미한다"며 "이번 뉴욕 행사들처럼 국내외 주체들이 활발한 교류를 하면서 더 많은 기회들을 가질 수 있게 돕겠다"고 했다. 기회는 민선 8기 김동연호의 정책 철학을 상징하는 키워드다.

또한 "스타트업들의 무대 확장이 중요하다"며 "도내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도 기업들이 오도록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 모두를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김 지사는 "판교가 있는 성남시는 50년 전 서울에서 가장 가난했던 사람들이 강제 이주를 당해 천막을 짓고 살던 허허벌판이었지만, 지금은 혁신의 심장이다"라며 "당시 천막에 살던 소년이 도지사가 됐다. 50년도 아닌 10년 후면 오늘 이 자리가 담대한 혁신 동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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