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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꼬마빌딩 6개월 새 '15억→25억원'…“이면도로의 숨은 보석”[0과 1로 보는 부동산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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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소형 오피스 빌딩의 변신

상반기 소형 오피스빌딩 35% 재개발 목적

[문지형 알스퀘어 대외협력실장] 2023년 말, 강남 테헤란로 인근의 한 이면도로. 30년 된 5층짜리 낡은 빌딩이 15억 원에 거래됐다. 놀랍게도 6개월 후, 이 빌딩은 25억 원에 다시 팔렸다. 60% 이상의 시세 차익을 본 셈이다. 매입자는 인근 2개 빌딩과 함께 통합 개발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강남 소형 오피스빌딩 시장의 현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데일리

강남역 일대 오피스 빌딩들 모습(사진=알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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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소형 오피스빌딩 시장은 투자의 일반 상식을 뒤엎는 독특한 현상을 보인다. 알스퀘어의 R.A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서울 소형 오피스빌딩의 평균 자본수익률(Cap. Rate)은 3.2%로, 중대형 빌딩의 4.5%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러나 같은 기간 소형 오피스빌딩의 평균 매매가는 평당 3500만원으로, 중형 빌딩의 3200만원을 웃돈다. 이 역설의 해답은 ‘잠재적 개발 가치’와 ‘강남의 독특한 도시계획 역사’에 있다.

강남 개발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북지역 인구 과밀로 인한 문제 해결이 필요했다. 그래서 농경지였던 강남 개발이 1980년대에 본격 추진됐다. 초기 강남은 주거지가 대부분(주거 92%, 상업 8%)이었으며, 필지가 작게 계획됐다. 이러한 작은 필지 구조는 강남 부동산의 시장 특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 강남 상업용 부동산의 개인 소유 비율은 85%에 달했다. 필지가 작아, 법인보다는 개인 투자가 대부분이었다.

정부는 1989년 토지초과이득세를 시행해 빌딩 신축을 늘리고자 했다. 이 정책의 효과로 강남에 오피스빌딩 신축이 늘기 시작했다. 필지는 작고, 개인의 토지 소유 비중이 높아 건축비용에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중대형보다, 소형 오피스 위주로 공급이 이뤄졌다.

1980년대 말, 정부의 도시 경관 개선 정책은 강남의 스카이라인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1984년 ‘테헤란로 도시설계지침’은 테헤란로변 최소 대지면적을 600㎡, 교차로 주변은 1,000㎡로 강화했다. 이로 인해 작은 필지 소유자들은 합필을 통해서만 개발이 가능해졌다. 테헤란로 인접 지역에는 대형 오피스빌딩이 들어섰다. 반면, 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이면도로에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R.A에 따르면 강남 테헤란로 이면도로의 소형 빌딩 밀집도는 테헤란로 대비 3배나 높다.

이는 강남만의 독특한 현상인데,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여의도는 필지 자체가 커서 중대형 오피스빌딩 위주로 공급됐다. 2024년 기준, 여의도 오피스의 평균 연면적은 33,000㎡로, 강남 테헤란로 이면도로 오피스 평균 연면적 5,500㎡의 6배에 달한다.

이러한 강남의 독특한 도시 구조는 소형 오피스 빌딩의 잠재적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 R.A에 따르면, 강남구 소재 소형 오피스 빌딩의 평균 실제 용적률은 법정 용적률의 70% 수준에 그쳤다. 이는 재개발 시 30%의 추가 개발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알스퀘어가 중개한 2024년 상반기 소형 오피스빌딩 거래 중 35%가 재개발을 목적으로 한 매입이었다. 이 중 80%가 이면도로 소재 빌딩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p 증가한 수치다.

소형 오피스빌딩은 투자 패턴에서도 독특한 특성을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소형 오피스빌딩의 개인 소유 비율은 78%로, 중대형 빌딩(35%)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2024년 상반기 소형 오피스빌딩 매입자의 65%가 개인 투자자였으며, 이들 중 80%가 임대 보증금을 레버리지로 활용해 자기자본 비율을 낮추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제 강남 소형 오피스빌딩 시장의 미래를 주목해야 한다. 재개발 트렌드의 변화는 이 시장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첫째, 재개발 가속화와 통합 개발의 증가다. 현재의 낮은 용적률을 고려하면, 앞으로 재개발 사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러 필지를 통합해 개발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다.

둘째, 복합용도 개발의 확대다. 단순 오피스 기능을 넘어 상업, 주거, 문화 시설 등이 복합된 개발이 늘어날 것이다. 도심 활성화와 더불어 투자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셋째, 스마트 빌딩으로의 전환이다. 재개발 시 최신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빌딩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효율성, 사용자 경험 개선 등을 통해 빌딩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넷째, 친환경 개발의 확대다. ESG 트렌드에 맞춰, 재개발 시 친환경 요소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빌딩의 장기적 가치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구체적인 사례로 ‘강남N타워’를 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여러 개의 소형 필지를 통합하여 대지면적 1,117.5㎡, 연면적 14,992.96㎡의 대형 오피스 빌딩으로 개발했다. 지하 6층, 지상 17층 규모의 현대적인 디자인, 3m 이상의 높은 층고, 옥상 정원 조성, 녹색건축인증 획득 등 앞서 언급한 트렌드를 모두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강남 부동산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긍정적으로는 부동산 가치 상승과 효율적인 공간 활용, 도시 경관 개선, 인프라 개선, 경제 활성화, 에너지 효율성 증대 등이 기대된다. 반면, 소규모 임차인 퇴출, 임대료 상승, 지역 특성 상실, 투기 과열, 개발 불균형, 교통 혼잡 증가 등 부정적 영향도 예상된다.

강남의 소형 오피스빌딩 시장은 서울의 도시계획 역사와 부동산 투자 트렌드가 만나 탄생한 독특한 생태계다. 수익률이 낮아 보이지만, 안에는 재개발이라는 값진 보물이 숨겨져 있다. 0과 1로 이루어진 차가운 데이터가 도시의 역사와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열기를 잘 설명해준다.

강남 소형 오피스빌딩 시장의 미래는 밝다. 하지만 이는 시장 참여자들의 지혜로운 선택과 정책 당국의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이데일리

문지형 알스퀘어 대외협력실장(사진=알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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