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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Cover Story] ‘취하기’보다 ‘즐기자’ 열기가 뜨거워졌다…10조 원 주류 시장 성장 시킨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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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편의점 업계의 주류 관련 마케팅 열기가 뜨겁다. 2023년 국내 주류 시장 규모가 10조 원대를 돌파한 가운데, 편의점이 주류업계의 빠른 트렌드를 이끌며 핵심 유통채널로 성장한 것이다. 주류의 다각화, 프리미엄 서비스, 오프라인 체험 공간 등을 내세운 이색 마케팅 등, 지금 편의점들은 소리 없는 전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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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주류 시장 규모가 10조 원대를 돌파했다. 2022년 국내 주류 시장 규모의 경우 주류 업체 출고 금액이 9조 9,700억 원(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류산업정보실태조사’)에 달했고, 이어 지난해 사상 처음 10조 700억 원을 돌파했다(참고기사: 매일경제 김정환·박홍주 기자 ‘2030이 키운 주류시장···첫 10조 돌파’, 2024년 9월 13일).

이 같이 몇 년 새 주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과 ‘혼술(혼자 마시는 술)’ 트렌드가 빠르게 퍼져가며, 음주가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 아닌, ‘즐기기 위해 마시는 문화’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크다.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주와 맥주뿐만 아니라 위스키, 와인, 전통주 등 주류 소비가 다각화되었고 각자가 지닌 고유의 맛을 즐기는 이들도 점차 늘어났다.

주류 구매처 역시 변하고 있다. 경기도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 씨는 평소 다양한 주류를 소비하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맥주나 와인 등을 선호하는데, 편의점에서 신상 맥주 또는 와인 판매 소식이 들려오면 퇴근길에 발품을 판다. “편의점이 접근성이 가장 높다 보니, 인기 있는 제품이 나오면 그때마다 편의점에서 확인하게 되죠.” 김 씨와 같이 최근 편의점을 주류 유통 채널로 인식하는 이들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보다 시즌 상품이나 신제품이 많고 전문 보틀숍, 백화점, 마트보다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22년도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주류 트렌드’로 인식하는 비중은 편의점 구입(82.2%), 혼술(59.3%), 홈(Home)술(58.4%), 가성비 좋은 술(56.3%) 등 순으로 나타났다. 성/연령에 따라서도 남녀 20~30대는 ‘편의점 구입’을 대체로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주류 트렌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편의점 업계의 주류 관련 마케팅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주류의 다각화, 프리미엄 서비스, 이색 콘셉트·컬래버레이션 등을 내세운 주류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끌어당기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 중이다. 올 한해 편의점 브랜드별 상품과 프로모션을 통해 두드러지는 특징을 살펴보았다.

한눈에 보는 편의점 브랜드별 ‘酒(주)’ 특징

[GS25]

①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신제품

② 주류 체험형 오프라인 공간

[세븐일레븐]

① 예술가의 감성과 더해진 와인 컬렉션

② 생맥주캔 상품화로 ’홈술’ 경험 강화

[CU]

① 와인, 전통주, 하이볼, 사케 등 주류 상품 다각화

② 다양한 연령층의 주류 마니아를 공략하는 전통주 시장

[이마트24]

① RTD칵테일 상품군 강화

② 주류 픽업 서비스 접근성 강화



GS25 ‘酒’ 특징① ‘이색적 경험’을 제공하는 신제품 봇물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최근 MZ세대를 겨냥하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새롭고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층에 맞춰 신제품을 선보이거나, 체험형 오프라인 공간을 꾸며 상품 구매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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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25일맥주’(사진 카브루)


먼저 지난 8월에는 오직 25일 동안만 판매하는 한정판 라거 맥주 ‘25일 맥주’를 출시했다. 일반적으로 맥주의 품질 유지 기한은 12개월에서 18개월이지만, ‘25일 맥주’는 생산일로부터 단 25일간만 판매하는 제품이었다. 맥주가 신선할수록 더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 25일 맥주는 5만 캔 한정 수량으로만 판매했다. 지난 9월에는 맥주와 토마토주스를 섞어 마시는 칵테일 ‘레드아이’를 재현한 ‘토마토 발포주’를 출시하기도 했다. ‘레드아이’는 숙취로 빨갛게 된 눈과 칵테일의 색깔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해당 칵테일을 마시면 충혈된 눈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해 ‘해장용 칵테일’이라고도 불린다. SNS상에서도 믹솔로지(Mixology, 술에 음료 및 시럽 등 여러 재료를 섞어 만든 칵테일) 레시피로 한차례 인기를 끌며 실제 상품화된 제품이다.

GS25 ‘酒’ 특징② ‘주류 체험형’ 오프라인 공간
GS25는 체험형 소비 선호 추세에 맞춰 주류 체험형 공간을 선보이기도 했다. GS25는 10월 14일까지 플래그십 매장 ‘도어투성수’에 ‘러셀 리저브’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팝업 스토어 내 러셀 리저브 브랜드 상품을 부각시키는 공간을 구성, △러셀 리저브 바 △러셀 리저브 클래스 △러셀 리저브 한정판 굿즈 존 △보틀 각인 존 등 시음·시향을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과 프로그램을 마련해 위스키 애호가뿐만 아니라 위스키 입문자 등 최근 늘어난 위스키 소비 인구 확대 추세에 맞춘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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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가 도어투성수를 통해 국내외 최초로 ‘러셀 리저브’ 단독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사진 GS리테일)


세븐일레븐 ‘酒’ 특징① ‘예술가의 감성’ 더해진 와인
세븐일레븐은 2021년부터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활용한 와인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아트’와 ‘와인’을 결합한 상품으로, 명화를 품은 독특한 와인병 디자인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60만 병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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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디자인 와인 (사진 비노파라다이스)


‘아트와인’의 열풍이 꾸준히 이어지자, 세븐일레븐은 지난 8월엔 국내 대표 아트테이너로 손꼽히는 배우 하정우와 함께 콜라보한 한정판 와인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정우의 작품을 병에 패키징한 아트와인 ‘콜 미 레이터 바이 러시안 잭 소비뇽 블랑’이 그것. ‘콜 미 레이터 바이 러시안 잭 소비뇽 블랑’의 라벨은 하정우의 개인전 ‘HIT THE ROAD’에서 선보인 작품으로, 영화 촬영을 위해 모로코로 떠난 하정우가 현지 전통 공예인 형형색색의 도자기와 카펫의 기하학적인 아라베스크 패턴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다고 전해진다.

한편, 출시 전부터 ‘하정우 와인’으로 불리며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낳은 ‘잭 소비뇽 블랑’은 뉴질랜드 와이너리 그룹 ‘마틴보로 빈야드’에서 제조된 상품으로, 최고 품질의 와이라우, 아와테레산 포도로 만든 아로마틱하면서도 싱그러운 향이 특징이다.

세븐일레븐 ‘酒’ 특징② 생맥주캔 상품화 ‘홈술’ 경험↑
지난해 국내에서 한차례 열풍이 불었던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은, 뚜껑을 개봉하면서 부드러운 거품이 올라와 생맥주 같은 질감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해당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며 물량 부족 사태를 보여 ‘집에서 즐기는 생맥주’에 대한 수요 역시 적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고객 니즈에 맞춰 세븐일레븐은 10월 초부터 생맥주캔 제품을 출시했다.

‘생드래프트비어’는 효모를 사멸시키지 않은 상태로 제품을 생산해 캔에 담은 ‘리얼 생맥주’로, 투명한 캔과 신선한 맥주의 질감이 특징이다. 생맥주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햇빛에 잘 견디는 홉을 사용했고, 패키지 역시 압력과 열에 강한 PET 투명캔을 적용했다. 생맥주이기 때문에 소비기한은 1개월로, 일반 캔맥주 대비 짧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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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 ‘아트 콜라보’ 와인 상품이 보이는 진열대(사진 이승연 기자)


CU ‘酒’ 특징① 와인, 위스키, 사케 등 ‘자체 상품 출시’
CU는 ‘편술족’들을 위한 주류 라인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다양한 세대를 대상으로 주류 경험에 대한 선택지를 넓히고 있는 것. 먼저 CU는 곰표 밀맥주를 통해 편의점 수제 맥주의 흥행을 이끈 데 이어 지난 2021년엔 와인 브랜드 ‘mmm(음)!’을 론칭해 데일리 와인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그리고 올해는 자체 위스키 브랜드 ‘FRAME’(프레임)과 사케 브랜드 ‘쿠’를 론칭했다. CU에 따르면 위스키를 포함한 양주 매출 신장률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특히 고물가에 합리적 가격대의 위스키 수요가 높아지자 CU는 ‘FRAME’ 위스키를 론칭해 ‘가성비 위스키’라는 장점을 내세웠다. 첫 상품은 프레임 아메리칸 위스키(1ℓ, 200mℓ), 프레임 아메리칸 보드카(1ℓ) 3종으로 출시됐다. 원액은 미국에서 데일리 술로 사랑받는 캘리포니아 페어필드 프랭크-린 증류소의 포터(Potter) 위스키와 보드카를 그대로 담았다. CU는 프레임 위스키를 출시하며 특히 1ℓ 아메리칸 위스키, 보드카로 하이볼이나 칵테일 1잔에 약 30mℓ의 원액이 들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약 33잔을 만들 수 있는 ‘갓성비 용량’인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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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자체 위스키 브랜드 ‘프레임’(사진 BGF리테일)


사케 브랜드 ‘쿠’는 CU가 그동안 편의점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사케에 힘을 실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CU에 따르면 사케는 전체 주류 중 매출 비중은 미미하지만 최근 하이볼과 함께 편의점에서 가장 가파른 매출신장률을 보이는 카테고리 중 하나다. CU 내 사케의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을 살펴보면 2020년 -86.2%, 2021년 -69.0%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22년 1,285.6%, 2023년 706.2%로 큰 폭으로 반등했고 올해(1~7월) 역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CU가 이번에 선보이는 사케 브랜드 ‘쿠’는 CU를 한글 그대로 발음한 이름이자, 일본어로 쿠(空/食う)는 ‘빌 공’자에 하늘을 의미함과 동시에 ‘먹다’라는 속뜻도 담고 있다. 쿠의 첫 상품은 ‘오니노카나보’(도깨비 방망이)라는 사케로, 해당 제품은 일본의 사케 전문 제조사인 긴반 주조에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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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CU에서 선보인 와인 브랜드 ‘mmm! 와인’, CU 차별화 사케 브랜드 ‘쿠’, CU 프리미엄 막걸리 ‘탁올’(사진 BGF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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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酒’ 특징② 다양한 연령층을 공략하는 ‘전통주 강화’
그런가 하면 최근 막걸리, 탁주 등이 젊은층에 인기를 얻으며 전통주 시장이 확대되면서 CU는 올해 막걸리 제품에도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해왔다. 올해 초 ‘초저가 막걸리’(1500원 밤값 막걸리)부터, ‘콜라보 상품’(농심 꿀꽈배기 막걸리), ‘지역 상생’(부산 감천 막걸리) 상품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기존 제품 대비 품질 차별화를 시도한 프리미엄 막걸리 ‘탁올’을 선보인 것. 탁올은 풍부한 쌀 함유랑, 무(無) 인공감미료, 높은 도수가 특징인 술이다.

제품명인 탁올은 ‘탁월한 가격과 올바른 품질’의 줄임말로 가성비를 높인 품질을 강조했다. 또한 ‘탁월하다’는 표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탁올의 패키지는 송수일 작가의 캘리그라피를 담아 한국 전통주의 멋을 담기도 했다.

이마트24 ‘酒’ 특징① RTD칵테일 상품군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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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24의 RTD칵테일 ‘크누트한센 진토닉’(사진 이마트24)


이마트24는 올해 주류 트렌드로 RTD(Ready To Drink) 상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RTD 제품의 경우, 소비자가 별도의 제조 과정 없이 기호에 따라 얼음만 넣어 마시면 되기 때문에 음용 편의성이 높고 항상 균일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RTD하이볼인 ‘레디 클래식 하이볼’ ‘레디 핑크 하이볼’, ‘스톰트루퍼 오리지널 하이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이 이어지면서 올해 4월에는 주류 주력상품으로 RTD칵테일 ‘크누트한센 진토닉’을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독일의 프리미엄 드라이 진(Dry Gin)인 ‘크누트한센’을 베이스로 해 토닉이 믹스된 칵테일이다. 이마트24가 RTD칵테일 상품 라인업을 확대한 배경에는 소비자의 취향이 다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하이볼을 즐기는 고객들이 위스키를 넘어 다양한 원주로 맛을 내는 칵테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이마트24 ‘酒’ 특징② ‘주류 픽업 서비스→ 접근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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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24 보틀오더 서비스(사진 이마트24)


이마트24는 편의점 앱을 통한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가 대중화되는 트렌드에 맞춰, 지난 9월에는 모바일앱 내 주류 픽업 서비스를 새단장한 ‘보틀오더’를 선보였다. 보틀오더는 주류 픽업 서비스를 기존 130여 종의 상품을 800여 종으로 확대했고, 최종 1,000종 이상의 주류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보틀오더를 통해 와인, 양주, 전통주 등 다양한 종류의 주류를 주문하고 원하는 매장에서 원하는 시간에 편리하게 픽업할 수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편의점 픽업서비스가 대중화됨에 따라, 보다 다양한 주류를 원하는 점포에서 언제든지 만나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운영상품을 확대하고, 리뉴얼을 진행한다”며 “앞으로도 편의점 주류의 구매 편의를 높이기 위해 앱으로 구입할 수 있는 차별화된 주류 상품을 도입하고, 혜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각 브랜드, 매경DB •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1호(24.10.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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