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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4년 곡절 끝 시한부…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운명은 철거?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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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설치 단체, 당국에 "철거 보류" 요청
'10월 31일까지 철거하라' 명령 대응 차원

한국일보

지난 6월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설치돼 있는 평화의 소녀상.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고 일제 만행을 알리는 소녀상에 대해 미테구청은 '10월 31일까지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소녀상 설치 단체인 코리아협의회는 이러한 명령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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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초로 공공 부지에 설치된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현재 시한부 상태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설치 기한이 끝난 데 이어 철거 권한을 쥔 베를린 미테구청이 소녀상을 설치한 코리아협의회(코협) 측에 '10월 31일까지 완전히 제거하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코협은 구청 명령에 대해 14일 가처분 신청을 내며 존치 필요성을 역설했으나 철거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 상황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며 가해국 일제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설치된 소녀상을 철거하고자 독일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인 일본의 압박에 지난 4년을 겨우 버틴 소녀상은 이제 '그나마 나은 대체 부지'를 찾아야 하는 형편에 몰렸다.

'정치적 압박' 시달린 소녀상의 4년


2020년 9월 28일 베를린 중심부 미테구 브레머길과 비르켄길 교차로에 설치된 이래 소녀상은 고단했다. 이는 구청이 지난달 30일 코협으로 발송한 철거 명령장 및 가처분 신청서에도 잘 나와 있다. 명령장에는 "소녀상 설치 이후 심각한 외교적 개입이 다방면에서 이어져 설치 허가를 철회했어야 하나 임시 보호 절차로서 설치 허가 철회를 철회했다"고 적혀 있다. 당초 소녀상 설치 기간은 1년(2021년 9월 28일까지)이었고, 일본 압력에 '정치적 철거'를 하려다 실패했다는 뜻이다.

코협 입장에서는 다행히도 설치 이후 4년을 더 버텼다. 최초 1년 기한 이후 '2022년 9월 28일까지 설치'로 1년 더 공식 연장됐고, '2024년 9월 28일까지 설치'가 추가로 용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미테구의회와 시민단체 등이 일본 정부의 철거 압박에 대응하는 압력을 미테구청에 행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구의회는 2020년 11월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 결의안 채택을 시작으로 수차례에 걸쳐 결의안을 통해 소녀상 존치를 요구해 왔다.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구청의 최종 결단 과정에는 일본이 또 등장한다. 구청은 명령장에서 "현 베를린 시장(카이 베그너)이 최근 언급했듯 소녀상 설치 기한 연장은 독일 연방정부 및 베를린의 외교 관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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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독일 베를린 브레머길 비르켄길 교차로.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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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압박·한국 방치 속... 소녀상 운명 '기로'


소녀상이 곡절을 겪는 동안에는 물론, 구체적 철거 명령이 내려진 다음에도 한국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명령장에 "한일 갈등을 주제로 하는 소녀상은 독일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합의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해결됐다" 등 논란의 여지가 있거나 불필요한 문구가 다수 담겨 있지만 한국 정부는 '독일과 시민단체 간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코협은 '소녀상 철거 명령 보류'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냈으나 상황을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앞으로 남은 것은 '소녀상 대체 부지 결정'이라는 시각이 많다. 구청은 '사유지 이전'을 제안했으나 코협은 "현 위치에서 이동할 경우 공개 전시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가처분 신청서에서 우려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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