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 자유' 66점... 72개국 중 21위
"정부, 언론 상대 명예훼손 소송 주요 원천"
군부 통제 미얀마, 9점으로 중국과 공동 꼴찌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 보도와 관련해 MBC를 항의 방문한 지난 2022년 9월 28일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본사 로비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에 항의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상에서 개인 의사를 얼마나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 ‘인터넷 자유도’ 조사에서 한국 순위가 전 세계 72개국 중 21위로 나왔다. 전년보다 두 계단 하락한 순위다. 윤석열 정부가 정부 비판적 내용을 ‘가짜 뉴스’로 치부하고 기자와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 등에 나서면서 온라인 환경이 제약받고 있다는 평가도 곁들여졌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반대 세력을 유혈 진압해 온 미얀마는 중국과 함께 전 세계에서 인터넷 자유가 가장 낮은 나라로 꼽혔다.
”정부가 적대적 미디어 환경 조성”
미국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년 인터넷 자유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66점으로, 전체 72개국 중 2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9위(총점 67점)보다 낮은 점수와 순위였다. 이 단체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줄곧 한국을 인터넷 자유도 분야에서 ‘부분 자유국(partly free)’으로 분류하고 있다.
2024년 세계 각국의 인터넷 자유 수준. 초록색은 해당 국가의 인터넷 이용 등이 '자유로움'을, 노란색은 '부분적으로 자유로움' 보라색은 '자유롭지 않음'을 의미한다. 프리덤하우스 보고서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평가 항목은 크게 세 부분이다. 자유로운 인터넷 접근 기회(25점), 콘텐츠 제약 여부(35점), 사용자 권리 침해 정도(40점)에 각각 점수를 매겨 100점에 가까울수록 높은 수준의 인터넷 자유를 누리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진행됐다.
한국은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높은 22점을 얻었지만,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내용이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대해서는 23점에 그쳤다. 특히 사용자 권리 부문에서는 만점(40점)의 절반 수준인 21점이라는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프리덤하우스는 한국을 “정교한 인터넷·모바일 인프라 덕분에 국제적으로 인정받지만, 디지털 환경은 정보 배포에 대한 엄격한 정부 통제하에 있다”고 평가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는 기자는 종종 정부 공포 전술의 표적이 됐다고 꼬집었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관련 문제로 독립언론 뉴스타파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지난해 9월 14일 뉴스타파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사옥 출입구에 수사를 규탄하는 인쇄물을 부착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보고서는 “한국 정부는 대통령과 그의 부인, 정부를 비판한 언론인과 시민들을 기소하며 더욱 적대적인 미디어 환경을 조성했다”며 “(정부가) 특히 언론사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의 주요 원천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9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해 보도한 방송사들에 대해 가족, 지인을 동원해 방심위에 민원을 넣도록 했다는 의혹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또 “여당인 국민의힘은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독립 언론에 대한 캠페인(탄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가짜 뉴스’라는 수사법을 사용했다”고 언급하며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운영하는 비영리 플랫폼 ‘SNU 팩트체크 센터’ 운영 중단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미얀마 시민들이 2022년 7월 양곤에서 군부의 정치범 사형 집행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동남아 국가 대부분 하위권 위치
이번 조사에서 가장 순위가 높은 나라는 총 94점을 획득한 아이슬란드다. 에스토니아(92점)와 캐나다(86점)가 그 뒤를 이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만(7위·79점)과 일본(8위·78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국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29위·60점)와 필리핀(30위·60점)이 한국의 뒤를 이었고, 싱가포르(38위·53점), 인도네시아(43위·49점), 태국(52위·39점), 베트남(67위·22점) 등 대부분 동남아 국가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중앙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는 중국과 쿠데타 군부가 독립 언론을 대부분 폐간한 미얀마는 9점을 받아 꼴찌에 머물렀다. 중국은 9년째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간 미얀마 온라인 상황은 그나마 중국보다 나았지만 군정의 ‘언론 옥죄기’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시민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메신저 이용마저 감시하면서 점수가 떨어졌다.
싱가포르 공영 CNA는 “프리덤하우스 인터넷 자유 순위에서 중국과 동급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나라가 등장한 것은 1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데이터가 집계되지 않아 순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