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보고 '이거 괜찮대' 하는 정도"…'권오수가 이중플레이' 결론
방조 혐의도 '적용 불가' 판단…'알면서 돈 댄' 손모씨와 차이점 강조
김건희 여사, 자살 예방 및 구조 활동 경찰과 마포대교 도보 순찰 |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권희원 이도흔 기자 = 검찰은 17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계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이용된 것은 맞지만, 김 여사가 권오수 전 회장 일당의 주가조작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시세 조종을 알면서 돈을 댄 '전주(錢主)'가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다는 지인 권 전 회장의 권유에 넘어가 계좌를 건넨 '단순 투자자'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주가조작 '선수'와 직접 소통하며 투자 이득을 노리고 적극적으로 시세조종 행위에 편승한 것으로 판단된 전주 손모 씨와 투자 행태가 확연히 다른 만큼 김 여사에게 방조 혐의도 적용할 수 없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 김여사 계좌, 권오수 일당이 운용…시세조종 몰랐다 판단
검찰은 2009∼2012년 시세조종에 동원된 김 여사 계좌를 6개(신한·DB·대신·미래에셋·DS·한화)로 파악했는데, 대부분이 김 여사가 아닌 권 전 회장의 의사에 따라 거래된 것으로 판단했다.
김 여사가 큰 수익을 보장한다는 권 전 회장의 말을 믿고 계좌 운용을 맡기거나, 그의 부탁에 따라 거래에 나섰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가 비상장회사이던 시절부터 주식을 보유한 초기 투자자였던 김 여사는 2010년 1월 권 전 회장으로부터 '주가조작 1단계 주포' 이모씨를 소개받았다.
'투자의 귀재'란 말에 김 여사는 10억원가량이 든 신한증권 계좌를 이씨에게 맡기고 도이치모터스 주식 65만주를 사들였다.
당시 증권사 직원과 통화 녹취록에는 김 여사가 "그 분한테 전화 들어왔죠?", "또 전화 왔어요? 사라고?"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 조작의 구체적 내용은 모른 채 이씨에 의존해 투자에 나섰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봤다.
권 전 회장과 이씨 관계가 틀어진 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DB 계좌를 거쳐 대신증권 계좌로 옮겼다. 이후 2010년 6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11거래일 동안 계좌에 든 62만주를 모두 팔아치웠다.
검찰은 증권사 직원과 상의하는 대화가 담긴 주문 녹취, 매도가 등을 토대로 김 여사 진술처럼 자신의 판단하에 주식을 판 것이 맞지만, 법원에서 통정매매로 인정된 두 차례 매도(2010년 10월 28일 10만주, 11월 1일 8만주) 과정에는 권 전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연락했을 것으로 봤다.
주가조작 일당이 문자를 주고받은 직후 김 여사 계좌에서 매도가 이뤄진 점, 주문 체결 후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체결됐죠"라고 말한 점에서 당시 김 여사와 직접 연락이 가능했던 권 전 회장이 관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2단계 주포 김모씨는 "권 전 회장에게 주가 관리를 위해 물량을 요청하자 김 여사의 18만주를 줬다"며 "권 전 회장이 평소 자기 주변에 돈 많은 사람이 많은데 '내가 팔라고 하면 판다'고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여러 증거에 비춰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매도를 부탁하면서 주가조작을 직설적으로 언급했을 가능성이 작고, 김 여사가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 사실을 전혀 알린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그가 선수들에게 주가조작을 제안할 때도 민감한 얘기는 간접적으로 돌려 말하는 방식을 썼다는 관련자 진술 등이 이런 판단의 배경이다.
검찰은 모친 최은순 씨 계좌와 함께 '모녀 통정매매'에 동원된 것으로 지목된 김 여사의 미래에셋증권 계좌 역시 권 전 회장 측에서 운용한 것이라고 봤다.
김 여사는 증권사 직원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만 주식을 매매했는데, 해당 계좌는 PC를 이용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주문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권 전 회장이 차명 계좌로 활용한 최씨의 미래에셋 계좌가 사들인 주식 종목과 김 여사의 미래에셋 계좌가 사들인 종목이 유사한 점 또한 권 전 회장 측이 두 계좌를 한꺼번에 관리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검찰은 봤다.
김 여사는 2011년 1월 권 전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관리해줄 사람으로 김씨를 소개받아 DS증권 계좌를 개설하고 미래에셋 계좌에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옮겼다.
이후 권 전 회장과 김씨가 블록딜로 팔아버리자 김 여사가 "누가 그렇게 싸게 팔라고 했느냐"며 화를 내고, 김씨가 "권 전 회장이 팔라고 했으니 거기다 말하라"고 크게 싸우는 일이 발생했다. 만약 김 여사가 범행에 가담했다면 주포의 거래에 항의한단 점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권 전 회장이 김 여사 등 초기 투자자들에게는 주식 투자로 이익을 내주겠다고 속이고, 이들의 계좌를 주가조작에 동원하는 등 '이중 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항소심 선고공판 출석 |
◇ 방조혐의 유죄 손모씨와는 '투자 전문성' 등 차이 있다 판단
이런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항소심에서 '전주' 손모씨에게 인정된 방조 혐의도 김 여사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검찰 결론이다.
손씨의 경우 시세 조종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직접 2단계 주포와 의사 연락 하에 투자에 나섰다는 점에서 김 여사와 다르다는 것이다.
주가조작 주범들의 항소심 판결문 등에 따르면 1990년대 일식집을 하던 손씨는 대학생이던 2단계 주포 김씨를 알게 됐고, 2000년대 후반께 우연히 김씨가 증권사에 근무한단 사실을 알게 돼 그로부터 투자 종목 추천을 받으며 관계를 이어 나갔다.
그러던 중 2010년 8월 손씨는 김씨로부터 "도이치모터스의 대표와 친하고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관리하니까 사달라"고 요청받았고, 2012년 9월까지 약 75억원 상당의 172만주를 사들이며 매집을 시작했다.
김씨 요청에 따라 HTS로 직접 현실거래 426회 등 시세조종 주문을 내고, 이전에도 김씨 요청으로 다른 주식 수급 세력으로 동원된 전력을 따져볼 때 손씨를 단순한 전주로 볼 수 없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무엇보다 김씨 스스로 손씨에게 주가 관리 사실을 알렸다고 진술하고 있는 데다, 두 사람이 '종가에 조금만 쏴주세요', '형님이 도이치 조금만 잡아주세요', '내가 도이치 상 찍었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점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김 여사와 손씨의 투자 전문성이 다른 점도 주목했다. 손씨는 100억원의 자금을 동원해 공격적 투자를 하는 '전문 투자자'인 반면 김 여사는 주식 거래나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일반 투자자에 불과한 만큼 주가 조작 세력에 이용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앞서 2021년 12월 약식기소한 방조범 3명 역시 전직 증권사 직원이거나 투자업을 하는 전문 투자자들이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권 전 회장이 '돈은 있으나 주식은 잘 모르는' 초기 투자자들의 신뢰 관계를 이용해 이들의 계좌를 주가 조작에 활용한 것이 사건의 실체인 만큼 김 여사에게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검찰은 결론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는 주식 투자를 보는 기준이 '인터넷 보니 이거 괜찮대. 지인이 이거 좋대' 하는 정도"라며 미필적 인식이라는 것은 경험이 중요한데, 김 여사는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설사 김 여사에게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더라도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시세조종성 주문이 마지막으로 이뤄진 게 2011년 3월 30일인 만큼 공소시효(10년)가 이미 끝났다는 견해도 있다고 부연했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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