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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2인 방통위’ PD수첩 과징금…法 “절차적 위법, 취소”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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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직무정지)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사무소·시청자미디어재단·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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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위원 5명 중 3명이 공석인 상황에서 ‘2인 체체’ 의결은 절차적으로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이주영)는 1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2024년 1월 9일 MBC에 내린 과징금 1500만원 부과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소송 비용도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라고 했다.

이 사건은 MBC가 2022년 3월 8일, 대선을 하루 앞두고 ‘대선 D-1, 결정하셨습니까?’라는 제목으로 PD수첩이 이른바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데 대해 방통위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MBC가 낸 소송이다. 방통위는 지난 1월 9일 김홍일 위원장, 이상인 부위원장 등 2인 체제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방송사들에 부과한 과징금 처분을 최종 의결했다. 지난해 임기 만료로 퇴임한 국회 추천 위원 3명이 공석인 상황에서다.

이 소송은 “대선 직전 가짜 뉴스를 방영했다”며 부과한 과징금 자체가 아니라 2인 방통위 의결의 ‘절차적 적법성’이 쟁점이 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은 ‘위원회는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 등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하고, 이 중 ‘위원장 등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는 여당이 1인, 야당이 2인을 추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방통위법이 회의 및 의결정족수에 대해선 ‘회의는 2인 이상 요구로 소집하되 위원장 단독으론 소집할 수 없다’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만 규정해 재적위원이 2명일 때도 회의를 열어 의결할 수 있느냐가 논란이 됐다.



法 “형식적 과반 말고, 최소 3인이 의결해야”



법원은 “5명 중 2명만 출석해 제재조치를 의결한 것은 의결정족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형식적인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최소 3인 이상 존재 및 출석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는 것이다. 방통위법 7조 2항이 ‘결원 발생 시 바로 보궐위원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면서다. 또 회의 소집을 위해서도 최소 위원장과 위원 2인, 총 3인이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최소 3인 이상이 있어야 다수결이 가능할 것인데, 당시 방통위에는 대통령이 지명한 2인 위원만 있어, 방통위법이 정한 ‘5인의 위원’의 절반도 못 미치고 다수결의 원리가 작동할 수 없는 구성”이라며 “‘2인 의결’이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특정 정파에 의해 장악되는 것을 방지하고,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위원들이 상호 견제‧통제를 통해 공정하고 균형 잡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만든 것이 방통위법의 취지”라며 “위원 구성의 정치적 다양성은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공익성‧독립성 보장, 국민의 권익보호,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절차적 하자로 의결을 취소하는 만큼, 실체적으로 과징금 1500만원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YTN 최대주주 변경, KBS 이사 선임 등 다른 소송 영향줄까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의결이 위법하다는 첫 1심 판결이 나오면서 PD수첩 외에 ▶MBC 뉴스데스크 ▶KBS·YTN·JTBC 등 허위 인터뷰 보도 관련 과징금 소송에 곧바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외에도 2인 체제가 의결한 ▶YTN 최대주주 변경 ▶KBS·EBS·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등 공영방송 이사진 해임과 신규 이사 선임 등 취소 소송도 진행 중이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본 소송과 함께 낸 집행정지 사건에선 엇갈린 결정이 나왔다.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등 현 이사 3명의 신청을 “2인 체제 위법성을 다툴 여지가 있다”고 인용했다. 반면에 서울고법은 5월 YTN 노조가 방통위의 ‘최대 주주 변경 승인’ 집행정지 신청에서 “2명의 재적위원이 참여해 규정상 의결 정족수를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각해 다르게 판단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체제로 운영된 지는 1년이 넘었다. 지난해 7월 5기 방통위 위원들의 임기가 끝난 뒤 국회 추천 위원 후임 인선이 늦어지면서 처음으로 이동관 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가 됐고, 이후 이 위원장의 사퇴로 김홍일·이상인 체제를 거쳐 지난 7월부터는 이진숙 위원장·김태규 상임위원 체제다. 지난 8월 이 위원장이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정지되면서 방통위는 기능이 정지됐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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