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여전, 현장에선 협조 난항
“공공-민간 공동 협력 체계 시급”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1주기인 지난 2021년 10월 13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1.10.13. 도준석 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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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한 지방자치단체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A씨는 올해 초 ‘정서적 학대’로 판단한 가정을 추적 관리차 방문했다가 보복성 민원에 시달렸다. 학대 가해자인 아동의 친부모는 “경찰도 무혐의 처분했는데 공무원 주제에 왜 시비냐”며 볼 때마다 고함을 질렀다. ‘더 이상 관찰 등 사례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종결 결정을 내릴 때까지 약 두 달간 항의 전화와 민원이 계속됐다. A씨는 “해당 가정은 상담이나 부모 교육이 필요했다”면서도 “추적 관리해야 할 다른 사례, 새로운 학대 의심 사건이 너무 많은데다 부모의 협박에 고통스러워 결국 빠르게 관리를 끝냈다”고 털어놨다.
4년 전인 2020년 10월, 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 입양아가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 이후 도입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제도가 공전하고 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아동학대 예방·대응 체계를 구축한다는 취지지만, 늘어나는 아동학대와 비교해 전담 공무원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전담 공무원과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 사례 관리를 맡는 아동보호전문기관 간의 공조도 삐걱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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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신문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경찰청과 보건복지부에서 확보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아동학대 사건 검거 건수는 2020년 5551건에서 지난해 1만 3015건으로 증가했다. 복지부는 아동학대 의심 사례 50건당 전담 공무원 1명을 배치하도록 지자체에 권고하고 있는데,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이 기준에 미달하는 시도는 절반이 넘는 9곳이나 됐다.
특히 전담 공무원 한 명이 맡는 의심 사례는 최대 80건에 달한다. 경북의 한 지자체에서 일하는 전담 공무원 B씨는 “의심 사례를 다 조사해야 하다 보니 권고 기간인 두 달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의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현장으로 가다 보니 주말도 밤낮없이 일할 때가 많다”고 했다.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이른바 ‘정인이법’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지난 2021년 1월 8일 서울 양평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서 시민들이 정인(가명)양을 추모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2021.1.8.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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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전담 공무원들은 학대 의심 현장에 동행 출동한 경찰과 학대에 관한 판단을 놓고 부딪히기도 한다. 경찰은 ‘아동학대 처벌법’에 근거해 판단을 내리지만, 전담 공무원은 보다 포괄적인 ‘아동복지법’으로 의심 사례를 판단해서다. 아동학대팀 팀장을 맡고 있는 C씨는 “전담 공무원이 정서적 학대라고 해도, 경찰이 사건을 넘기지 않으면 그만”이라며 “사건 이후 사례 관리를 맡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정보 공유 등 협조도 원활하지 않다”고 전했다.
전담 공무원 제도가 현장에 정착하지 못하면서 학대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하거나 사례 관리에 실패해 재학대를 막지 못하기도 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례 관련 종합회의나 결정위원회 등을 상설화하거나, 시행령 개정 등으로 공동 협력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순환보직으로 전담 공무원을 정할 것이 아니라 최소 5년은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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