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1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 캠프에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구호 음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가자지구의 물, 식량, 연료 공급 상황이 심각한 수준인 가운데 A형 간염과 같은 질병도 지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4.08.23. /신화=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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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단체인 COGAT는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성명을 통해 "요르단에서 식량, 물, 의료품 등을 실은 트럭 50대가 가자지구 북부로 옮겨졌다"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원조의 진입을 계속 촉진하고 용이하게 할 것"이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달 초 가자지구로 통하는 국경을 폐쇄하고 2주 동안 가자 북부 40만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식량과 필수품 배달을 중단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 같은 이스라엘의 조치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굶기려는 '기아 정책'이라며 우려했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13일 미국이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무기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는 서한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이 서한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공동 서명한 것으로, 이스라엘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에게 발송됐다.
미국이 이 서한에서 언급한 것은 지난 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국가안보 각서다. 각서에는 '미국으로부터 안보 지원을 받는 국가는 인도주의적 원조를 임의로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는 서면 약속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 해당 안보 각서를 준수하겠다고 바이든 정부에 서면으로 약속했었다. 만약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원조를 중단할 수 있다.
서한에서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지난 9월 가자지구에 들어온 원조가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래 가장 적었다"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명백히 고립시키고 요르단으로부터의 원조 물자 공급을 완전히 중단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지난 3월 제시한 서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30일 동안 12개 이상의 조처를 할 것"을 요구했다. 겨울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하루 최소 350대 분량의 구호품 트럭 진입을 허용한다는 약속을 지킬 것과 구호 활동에 필요한 일시적 교전 중단을 시행할 것 등의 내용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4일 (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논의하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9.25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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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당국은 곧바로 조치를 취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서한을 받은 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를 취했다"며 "가자지구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통로와 가자지구 남부에 구호품을 전달할 수 있는 또 다른 통로를 열었다"고 밝혔다. TOI는 밀러 대변인이 언급한 이스라엘의 조치가 이날 허용한 50대의 구호 트럭 진입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밀러 대변인은 또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은 유엔을 비롯한 인도주의 단체들이 가자지구 내에서 구호품을 보관하고 전달하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창고 및 기타 준비 시설을 승인하는 조처를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구호 단체들의 요청에 따라 원조 물품을 반입하기 위해 서명해야 하는 세관 신고서를 12개월 동안 면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열린 가자 전쟁 관련 회의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기아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기를 바란다"며 "기아 정책은 끔찍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국제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스라엘 정부는 이것이 그들의 정책이 아니고 식량과 기타 필수 물자가 끊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우리는 이스라엘의 행동이 이 약속과 일치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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