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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 공공병원 패싱?…“정책적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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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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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료개혁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공공병원들은 인건비 지원이 없어 전문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료공백으로 인한 진료 역량 감소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느냐’는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부족한 전공의 인력을 메꾸기 위해 전담 의사 40명 정도를 채용했지만 임시 채용이기 때문에 안정적 근로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국립암센터는 공공병원이자 암 환자 치료에 있어 최후의 보루로 꼽힌다. 현재 암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암 예방 사업, 조기 검진, 암 생존자 관리, 호스피스, 암 통계자료 관리 등 암 관련 다양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

하지만 장기화된 의료공백으로 국립암센터의 경영난이 악화되고 있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비상진료 기간(2월20일~9월3일) 동안 국립암센터의 입원환자 수는 8만4445명으로 전년 동기 9만6242명 대비 12.3%(1만1797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병상 가동률은 88.9%에서 79.4%로 9.5% 줄었다. 수술 건수도 4986건(일평균 37건)에서 4016건(일평균 30건)으로 19.5%(970건)나 낮아졌다. 외래환자 수와 신규환자 수 역시 각각 2.9%(6589명), 2.7%(211명) 줄어들었다.

전공의가 이탈하자 남아 있는 인력들의 업무 부담은 가중됐다. 지난 1일 기준 전체 전공의 77명 중 71명이 사직했으며, 1명은 수료했고 5명만 근무 중이다. 의료 인력이 부족해지자 지난 3월부터 3개월 단위의 계약직 형태로 전담의 38명을 한시적으로 고용했다. 지난 7월에는 신규환자 진료 축소에 나서기도 했다.

암 자체만으로 중증도가 높기 때문에 높은 진료 역량이 요구되지만, 국립암센터는 상급종합병원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중 하나인 소아·신생아 중환자실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국립암센터의 전공의 비율이 27%로 국립중앙의료원이나 주요 상급병원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암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립암센터는 현행법상 공공기관인 탓에 직원에게 줄 수 있는 급여 총액 인건비가 규제에 묶여 있다. 따라서 민간병원 만큼 급여 수준을 보장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사실상 전문의 확보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원 역시 규제에 묶여 있어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에 큰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 원장은 “국립암센터에서 보고 있는 암 환자들은 중증도가 높은데 상급종합병원 지정 조건에 들어가지 못해서 충분한 보상을 못 받고 있는 문제가 있다”면서 “국립암센터는 암 국가정책을 지원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며 암 치료뿐만 아니라 국가 암 관리에 있어 책임을 지는 기관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합당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문의 중심병원 추진으로) 전공의 인력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립암센터도 전문의 중심으로 가려면 97명의 전문의가 채용돼야 한다”며 “그러려면 1년 인건비 지원이 209억원 정도가 더 투입돼야 하는데, 내년 예산을 신청했지만 아직 반영되지 않는 상태다”라고 토로했다.

의료공백 장기화에 국립중앙의료원 ‘휘청’

공공병원 컨트롤타워인 국립중앙의료원(NMC)도 의료공백 사태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NMC의 연 병상 수는 12만1756개, 연 입원환자 수는 4만8737명으로 40%의 병상 가동률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2020∼2023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절반 가까이 떨어진 병상 가동률이 전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른 올해 NMC의 수입 감소분은 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NMC가 세입세출 예산을 수립하기 위해 잡은 추정 의료 수익은 1446억3100만원이었지만, 실 의료 수익은 146억4100만원일 것으로 예상돼 모자라는 399억9000만원 만큼 지출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세입예산 대비 실수익 부족분은 2022년 378억3600만원, 2023년 282억5100만원보다도 큰 금액이다.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NMC의 수입 감소분은 총 1341억8799만원에 달했고 이후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NMC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손실보상 개산급 개념으로 총 1056억5900만원을 받았지만, 회복기 이후에도 줄어든 환자로 인한 손실 보상은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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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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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손실은 팬데믹 시기에 NMC가 코로나 격리 병동을 구축하고 일반 병상을 비워 코로나 전용 병상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다. 중앙감염병병원으로도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은 △감염병 환자 진료·검사 △감염병 대응 교육·훈련 △신종·고위험 감염병 임상 연구 △감염병 대응 자원에 대한 관리·평가 △환자 의뢰·회송체계 관리 역할 등을 총괄 수행하고 있다.

이날 국감장에 나온 주영수 원장은 “전공의 정원이 107명인데 현재 27명이 남아 있고 80명이 나갔다”면서 “NMC는 40~45% 정도의 전공의 의존율을 갖고 있는데, 이탈 만큼 공백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고 지금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했다.

주 원장은 “코로나 대응 후에 손실 보상의 부담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이고 최근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부담이 가중돼서 공공의료기관 대부분이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라며 “저희 의료원처럼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기관들에는 적절한 지원과 정책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공공병원들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포함해 국립중앙의료원에 공공의료와 관련한 정보 사무를 위탁해 수행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며 “의료원 진료 기능이 축소된 측면이 있어 진료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단기간에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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