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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글로벌 칼럼 | 마이크로소프트가 “착한” 빅테크 기업이 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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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는 메타, 구글, 아마존,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하는 등 빅테크 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공격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구글을 상대로 여러 건의 소송을 한꺼번에 제기했다. 그리고 지난 8월, 아밋 메타 판사는 구글이 검색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인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ITWorld

ⓒ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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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판사는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판결을 내렸다. “구글은 독점 기업이며,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독점 기업처럼 행동했다.”

이 판결로 인해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FTC는 핵폭탄 같은 고강도 방안을 권고할 수도 있다. 구글이 검색 사업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분사하도록 해 구글을 해체하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미 법무부는 애플이 아이폰에서 경쟁사 기기로 전환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하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에는 FTC가 메타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했는데,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하면서 소셜 미디어 시장에서 독과점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우여곡절이 있었고 소송은 아직 법정까지 가지 않았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만약 정부가 승소할 경우, 메타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매각하도록 강제할 수도 있다.

지난 달에는 아마존이 “독점력을 불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반경쟁적이고 불공정한 전략을 연동했다”는 이유로 FTC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그런데, 손에 꼽는 빅테크 기업 중에서 여기서 빠진 곳이 있다.

기업 가치가 3조 달러가 넘고 세계 최고의 AI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690억 달러에 게임 회사 액티비전을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FTC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뒤를 쫓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 연방 정부는 이 소송에서 패소했다. 그리고 설령 이겼다고 해도 메타, 구글, 애플, 아마존 대상 소송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들 소송은 이들 빅테크의 사업 방식에 대한 실존적 위협을 의미하며, 심지어 기업 해체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액티비전 관련 소송에서 FTC가 이겼다고 해도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것을 가로막는 데 그쳤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게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었을까?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스크톱 및 노트북 운영체제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AI 분야의 세계적인 선도업체이며, 클라우드 컴퓨팅부터 생산성 소프트웨어 제품군 등 기술 세계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입지를 갖고 있는데 말이다.

이는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다. 한때 기술 업계 최고의 포식자이자 수십 년 전 FTC 소송에 휘말려 위기에 처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떻게 지금까지 연방 정부의 서슬 퍼런 감시를 피할 수 있었는지 비결을 알아보자.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존재 자체의 위기에 직면했다: 미 법무부는 경쟁사를 죽이기 위해 윈도우 독점권을 불법적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에 소송을 제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송에서 패소했고 법원은 회사 해체를 명령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항소했고,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와 법무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다른 회사와 코드를 공유하고 타사 브라우저의 윈도우 액세스를 허용해야 한다는 합의에 도달했다.

못된 손을 찰싹 때리는 정도의 처벌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하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확장하거나 소셜 미디어에 집중하거나 온라인 유통에 뛰어들기보다는 방어에 집중한 나머지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의 CEO가 된 사티아 나델라는 FTC 소송으로 인해 회사가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델라는 앞으로 비슷한 소송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래된 약탈적 문화를 바꾸고 규제 기관과 법 집행기관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적은 기술과 비즈니스에 집중했다.

무엇보다도 나델라는 한 가지 기술이 아닌 다양한 기술에 집중했다. 그리고 독점권을 얻으려 하지 않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예를 들어, 나델라는 클라우드에 승부를 걸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기반 비즈니스와 매출을 크게 성장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석 부사장 겸 최고 재무 책임자인 에이미 후드는 최근 분기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분기 매출이 36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또한 윈도우, 오피스 제품군, AI, 게임 등에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런 기술 중 어느 하나도 독점에 가깝지 않다는 것이다. 클라우드의 선두 주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라 아마존이다. iOS와 안드로이드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를 독점하지 않는다. 구글은 상당한 규모의 오피스 제품군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분야에서도 독점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 분야에서 대형 업체가 됐지만, 법원은 이미 독점력은 없다고 판결했다.

구글, 메타, 애플, 아마존은 각각 독점력이 있는 기술에 묶여 있다. 이런 영향력은 이들 업체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FTC와 법무부가 표적으로 삼는다면 오히려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정부의 조치를 영원히 피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미 법무부나 FTC가 AI 지배력을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뒤를 쫓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세계 최대의 AI 업체일 뿐만 아니라 이 분야의 또 다른 지배적 기업인 오픈AI와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AI 시장은 현재 구글, 메타, 애플, 아마존이 뛰어들었고, 앤트로픽과 같은 다른 유력 업체도 참여하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여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두주자가 된다면 다시 규제 당국의 감시망에 걸릴 수도 있다.
editor@itworld.co.kr

Preston Gralla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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