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이자 '피해자'인 10대 아버지 "앞길이 구만리라"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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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용서가 안되지만 어쩌겠어요. 앞길이 구만리 같은 놈들이니…."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권상표 부장판사)는 17일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된 A 씨(19)와 현주건조물방화미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 씨(19)에 대한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A 씨는 지난 4월 13일 강원 삼척에서 학창시절부터 이어져 온 폭력과 엽기적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중학교 동창생을 살해한 C 씨(19)의 사건 현장에 함께 있던 '친구'다.
앞서 지난 9월 19일 재판부는 C 씨에게 장기 5년~단기 3년을 선고한 상태. 17일 열리는 재판은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살인자가 된 C 씨를 오랜 시간 괴롭혀 온 '친구들'에게 죗값을 묻는 첫 선고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 씨에 대해 징역 9년을 구형한 상태다.
A 씨는 사건일 당시 숨진 동창생 D 씨(19)의 주도로 C 씨에게 행해진 '엽기적 가혹행위'를 동조한 혐의를 받는다.
숨진 D 씨 등은 "집이 더럽다"며 냄비에 물을 받아 거실과 방에 물을 뿌린 C 씨에게 "물을 닦으라"고 강요했다. 또 일회용 면도기와 가위로 C 씨의 머리카락을 강제로 자르고, 성기와 음모부터 귀, 눈썹을 '라이터 불'로 지지기까지 했다.
성적 수치심도 줬다. D 씨는 C 씨에게 "옷을 벗으라"고 한 뒤 자위행위를 시켰고, 심지어 면봉과 바둑알을 항문에 넣으라고도 지시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마구 때렸다.
이 같은 '엽기적 가혹행위'는 이날 재판장에 오르는 A 씨가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들은 술판을 차려놓곤 C 씨의 입에 소주를 강제로 들이붓기도 했다.
더는 참지 못한 C 씨는 D 씨가 "옆방에서 매트리스를 가지고 오라"고 하자 그를 살해했다. 사건 직후 신고는 A 씨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전경.(뉴스1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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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인자가 된 C 씨의 아버지는 이들의 괴롭힘이 오랜 시간 이어져 왔고, 또 굉장히 치밀하게 이뤄졌다 말하고 있다.
C 씨 아버지는 "이들이 예전부터 아들을 괴롭혀 온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번호를 차단하게 하고 만나지 못하게 막아 왔다"며 "내가 집에 있을 땐 (이들이) 찾아와 괴롭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달은 C 씨 아버지가 업무 차 1주일 동안 집을 비운 사이 일어났다. 이들은 C 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버지의 부재를 확인하고 집에 찾아가 이 같은 가혹행위를 벌였다. C 씨 아버지는 사건 직후 경찰의 연락을 받고 달려가 붙잡혀 있는 아들의 몰골을 보고 경악했다.
C 씨 아버지는 "주방 가위로 머리카락을 푹푹 잘라놓고, 온몸에 아이 이름과 성행위를 뜻하는 영어로 낙서를 해놨더라"며 "너무 처참해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아들은 살인자가 됐고, 아들을 괴롭혀 온 D 씨는 이미 고인이 돼 죄를 물을 수도 없는 상황. 이제 "왜 그렇게 괴롭혔냐"고 따져 물을 수 있는 건 A 씨 1명 뿐이다.
그럼에도 C 씨 아버지는 최근 그를 선처하기로 하고 소정의 합의금을 받고 최근 A 씨 측과 합의했다.
C 씨 아버지는 "용서를 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죗값을 치르더라도 앞길이 창창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감형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C 씨 아버지는 오히려 숨진 D 씨 가족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C 씨 아버지는 "합의를 떠나서 어쨌건 우리 아들도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기 때문에 꼭 사과를 하고 싶다"며 "또 사과를 받고 싶기도 한데, 그 쪽에서 만나주질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9월 C 씨 사건 선고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피해 회복을 위해 형사 공탁을 했으나 피해자 유족 측이 그 수용을 거절했다"며 "피해자의 부친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폭 피해자는 '살인자'가 되고 가해자는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된 이 사건. 어떤 죄가 중한지 묻는 이 비극을 다루는 재판부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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