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처분에 대한 수사팀 결론을 검토하는 ‘레드팀 회의’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열린 16일 한 시민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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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처분을 앞둔 16일 수사팀에 속하지 않은 검사들로 구성된 ‘레드팀’ 회의를 4시간 동안 개최했다. 레드팀의 ‘비판적 검토’를 통해 수사의 공정성을 높인다는 취지지만 검찰 안에서조차 요식행위란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1시50분부터 5시50분까지 4시간 동안 김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 처분 방향에 관해 레드팀 회의를 했다. 이 사건 수사를 이끌어왔던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2부장이 현장에서 그간의 수사 내용을 설명한 뒤, 레드팀으로 지목된 검사들은 수사팀이 내놓은 결과에 대해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식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레드팀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한 조상원 4차장검사를 제외하고 박승환 1차장·공봉숙 2차장·이성식 3차장검사와 각 차장 산하 선임급 부장검사 1~2명, 인권보호관, 평검사 등 15명가량이 레드팀 멤버로 참석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이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참고해 이르면 17일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할 공산이 크다.
레드팀은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인 2018년 ‘인권수사자문관’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직제화됐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대검찰청에 인권부를 신설하면서 함께 도입됐다. 주로 대검 반부패부가 지휘하는 전국 검찰청의 특별수사부 사건을 대상으로 수사팀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류 등을 걸러내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인권수사자문관은 2020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반목한 이른바 ‘추·윤 갈등’ 국면에서 인권부가 폐지되면서 사실상 사라졌다.
서울중앙지검이 이번에 꾸린 레드팀은 인권수사자문관 같은 공식 직제나 외부인사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제도와 다르게 일시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처분하기에 앞서 서울중앙지검장이 요청하면 검찰총장이 회부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 수심위는 열지 않기로 했다. 이 사건에 대한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박탈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레드팀의 검토가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구성된 레드팀이 유의미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과거 운영된 레드팀은 상급청인 대검이 일선 수사팀 결론을 재검토하는 방식이었으나 이번 레드팀은 같은 검찰청 안에 있는 동료검사들이 참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수사팀이 4년6개월간의 수사 끝에 내리는 결론에 대해 레드팀이 하루 만에 충분히 검토하고 반박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이번 레드팀은 수사 마무리를 위한 요식행위”라며 “같은 중앙지검 안에서 동료검사들끼리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고검장 출신인 한 변호사도 “대검에서 운영했던 인권수사자문관은 일선 수사팀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구조였다”며 “같은 청 검사들이 하면 좌천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서야 누가 입바른 소리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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