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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대선 코앞 미국, 이스라엘에 '무기 중단' 압박…네타냐후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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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도 '가자 지원 확대' 촉구…"아랍계 유권자 구애" 해석

중동 긴장 국면서 무기공급 중단 가능성 낮다는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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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
[UPI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미국 대선을 3주 앞두고 미국이 무기 지원 중단이라는 민감한 카드를 꺼내들고 최악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맞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의 인도적 상황 개선을 이스라엘에 요구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15일(현지시간)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3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명의로 이스라엘 국방 및 외교 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30일 이내에 가자지구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요구했다.

미국이 이스라엘 정부에 요구한 사항은 ▲매일 최소 트럭 350대의 인도적 지원 물품 가자지구 반입 허용 ▲가자지구 내 구호품 배송을 위한 인도적 교전 중단 ▲더는 필요하지 않은 대피 명령 해제 ▲요르단을 통한 가자지구 구호품 운송 재개 ▲가자지구 북부 고립 상태 해소 등이다.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서한에서 이런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면서 긴급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국가 안보 각서 20(NSM-20)과 미국 법에 따른 정책상 함의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NSM-20은 안보 지원 시 국제 인도법 등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서한에 구체적인 언급이 없지만 사실상 위기에 놓인 가자지구 주민에게 식량과 의약품, 기타 필수품을 제공하지 않으면 무기 제공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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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북부에서 구호 식량을 얻기 위해 몰려든 주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한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지 하루 만에 공개됐다.

서한 공개 당일 해리스 후보는 무슬림과 아랍계 유권자가 많은 격전지 미시간에서 선거운동 중이었다. 이곳의 무슬림 유권자들은 그동안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및 가자 전쟁 대응 방식에 불만을 품어왔다.

또 서한이 공개된 시점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추가로 배치하기로 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포대 부품 일부가 현지에 도착했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다.

미국은 최근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고 보복을 예고한 이스라엘 방어를 돕기 위해 사드 포대를 추가로 배치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추가로 배치되는 사드 포대는 대이란 보복 이후 벌어질 수 있는 확전 상황에서 이스라엘을 지키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 서한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가자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또 팔레스타인 주민의 가슴 아픈 상황을 종식하기 위한 노력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 대신 국무, 국방부 장관 명의로 보낸 것은 팽팽한 대선 레이스를 펼치는 해리스 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라고 일부 보좌관들이 NYT에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몇 주간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를 상대로 한 작전에 집중하면서 가자지구, 특히 북부 지역의 인도적 상황이 악화했으며, 이런 상황을 되돌리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도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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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시간주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일부 외신은 이스라엘 정부가 하마스의 조직 재건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 북부에 대한 구호 중단 계획을 검토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도 기자들에게 가자지구의 최근 인도적 구호 수준이 가장 활발할 때의 절반 수준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그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도 이 서한이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어쨌든 이런 미국의 강경한 제스처에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불분명하다.

미국의 군사 지원 중단은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에 둘러싸인 채 다면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에는 분명 두려운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이 요구한 인도적 상황 개선 실행의 시한이 미국 대선 이후여서 네타냐후의 이스라엘 우파 정부는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치를 미룰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단 이스라엘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정부 간 의사소통 문제를 논의한 익명의 이스라엘 당국자는 "이스라엘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서한에서 제기한 우려 사항을 미국 측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가자지구 상황에 대해 1년간 이스라엘에 단호한 경고를 하면서도 이를 경청하지 않았던 이스라엘에 별다른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면서, 미국의 새로운 경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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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다친 가자 주민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
[신화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아론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이스라엘은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는 것처럼 보이기에 충분한 일을 할 것이고, 미 행정부는 그 노력이 얼마나 진지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이스라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제한하기 위해 행동하리라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 출신으로 난민지원단체 대표를 맡은 제러미 코닌디크는 미국의 전쟁 관련 요구에 저항해온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실제로 무기 중단 조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번에는 그것(무기 공급 중단 또는 축소 경고)이 사실이라면, 백악관은 훨씬 더 명확한 표현을 썼어야 했다"며 "그렇지 않다면 이번 경고도 그동안 네타냐후가 무시해온 과거의 경고만큼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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